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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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캘리그라피 배우러 전주 일상 everyday


+ 온라인으로 영문 모던 캘리그라피 수업을 하시는 Lisa 선생님이 1일 대면 수업을 여신다고 해서 신청했다. 전주에 사는 친구에게 일정을 물어보고 같이 등록했고, 하루 전 금요일에 내려가서 친구와 놀고, 토요일에 같이 수업을 듣고 저녁 먹고 올라왔다. 친구는 처음이었는데 들숨 날숨 어찌나 집중해서 하던지 중간에 과호흡 오는 줄 알았다고. 새로운 경험 재미있었다고 해서 뿌듯했고, 샘 뵈어서 반가웠고, 맛있는 거 많이 먹어서 좋았고.

+ 전주 객리단길(-.-)에는 여기가 망원동인가 싶을 정도로 힙한 가게들이 많이 보였는데 금요일 저녁으로 '칠보갈비'라는 곳을 골랐다. 와인과 함께 갈비, 수비드목살, 비빔냉면을 여유있게 먹었다. 걸어서 십분 거리인 '진주도가'라는 곳으로 이동해서 전통주 베이스 칵테일을 마시고, 집에 와서 하겐다즈 워터멜론&스트로베리로 마무리. 토요일에는 아침에 줌 스터디를 하고, 친구는 운동 다녀와서 집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캘리그라피 수업에 갔다가, 저녁은 비빔밥으로 유명한 '한국집'에서 한우육회, 된장찌개, 해물파전을 먹었다. 육회비빔밥 먹지 말고 육회를 시켜서 밥에 얹어먹는 게 예전 어르신들 드시는 방식이었다고 해서 따라해봤는데, 육회 양념이 고추장으로 되어있어서 양념게장을 얹어먹는 것처럼 맛있었다. 저녁 먹고 익산역 가는 길에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까페에 들르려고 했는데 주차장 자리가 없어서 패스하고 바로 올라왔는데 식사 메뉴로 고른 게 모두 무척 만족스러웠어서 친구도 나도 이틀 내내 기분이 좋았다.

+ 원래 내가 관심이 있었던 건 캘리그라피가 아니라 필기체를 익히는 거였는데 온라인 강의 공지를 보고 처음에 문의했을 때 차이를 잘 설명해주셔서 오히려 캘리를 시도해보게 되었다. 보이는 건 비슷할 수 있는데 둘은 목적과 방법이 완전 다른 활동이다. 1일 대면 수업 공지를 보고 전주 오가는 시간이나 비용 생각 안하고 참가하기로 바로 결정한 이유는 월등한 실력향상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온라인수업을 들을수록 비대면 교류의 한계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학습활동 만큼은 지도자와의 대면 교류를 선호한다는 걸 판데믹 동안 확실히 알게 되었다. 온라인 수업도 오프라인 수업도 언제나 심호흡으로 수업을 시작하시는 것도 좋다. 가는 획은 들숨으로 아래에서 위로, 굵은 획은 날숨으로 위에서 아래로.

+ 가벼운 명상 효과가 있고 심경이 복잡한 일이 있었을 때 마음 가라앉히는데 제법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권하게 된다. 전주에 사시는 캐나다인 여성 샘이 영어로 진행하는 8주짜리 온라인수업 가끔(?) 개강. 워크북과 펜 등은 우편으로 보내주심. 인스타에서 lisaslovelyletters 검색 :)

+ 지난 달에 여성신문의 기사 [거리에서 여성 노숙인 안보이는 이유 아시나요?]를 접하고 여성노숙인 지원 센터 <사단법인 열린복지>를 알게 되어서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홈페이지에 안내가 미비해서 전화로 문의 후 이메일로 CMS 계좌이체 동의서를 받아서 전할 수 있었다. 후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관심있는 곳에 소액으로 정기후원을 하게 되는데 주로 여성단체다. 여성 노숙인은 관련 기사나 실제 노숙인을 볼 때마다 계속 생각이 났는데 후원 방법을 몰랐고, 이번 기사를 읽은 덕에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아무래도 나와 가까운 곳, 가까운 것을 찾는 듯 하다. 같은 젠더, 내가 될 나이, 내가 처할 수도 있는 상황,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동네. 그런데... 어제 전주에서 용산역을 거쳐 집에 오는 길에 마을버스에서 내 옆자리에 중년 여성 노숙인이 앉았다. 행색과 냄새로 노숙인이라는 걸 안 순간 나의 본능은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옆에 있기 '싫다'는 것. 인간.... 몰까?

[넷플릭스 & 왓챠 & 팟캐스트 & 기사 & 책] 2023년 1월 리뷰 review

1월 너무 빨리 갔다 ㅇ<-< 밀롱가를 자주 가니 운동도 못하고 넷플도 못 보고 약간 행복한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지만 시간이 빨리 간다는 건 즐겁다는 거겠지..


영화

(넷플) 극한직업 설에 시골에서 무디랑 엄마랑 봤다. 재미있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코메디 호흡이 나랑 맞지는 않았다. 해맑은 해피엔딩인 건 좋았고.


다큐

(넷플)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 배우 조나 힐이 본인 정신과 의사 필 스터츠와 상담하는 내용으로 만든 다큐. 엄청 새로울 건 없었는데 재미있게 봤고, 새롭지 않더라도 가끔 리마인드 해주면 좋은 내용이 많았다.


엔터테인먼트

(넷플) 기예르모 델토로의 호기심의 방 지난번에 1편만 봤는데 순서 상관 없어 보여서 4편 봤다. 집에 놀러온 친구랑 같이 프로젝터로 봤는데 좀 이상하고 기괴한 우화 같은 이야기. 권선징악도 아니고 호러나 공포도 아닌 뭐라고 구분하기 힘든 장르. 편당 시간이 1시간 정도라 단막극이라고 생각하고 볼만해서 가끔 한 편씩 볼 것 같다. 


한드

(넷플) 더 글로리 순삭... 근데 에피 1개 본 거 같아요 시즌 2 빨리빨리.

(넷플) 트롤리 박희순이 최근에 무슨 예능에 나온 클립을 봤는데 <트롤리> 홍보를 할 듯 안 한 이유를 알겠다. 아니 뭔가 소개를 하긴 했는데 그래서 무슨 드라마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뭐랬더라, 행복한 부부가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했던가. 나는 김현주 때문에 틀어봤는데 이 또래 중년(?) 배우들 중에 김현주 연기 톤이 제일 맞네. 누군가 할 말을 해야겠다고 단단히 결심하고 만든 드라마같다. 단정하고 섬세하고 포용적이다. 이 정도로 섬세한 미드 중 생각나는 건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왜 홍보를 시끌벅적하게 안 했는지 틀어보고야 알았는데 소재 출발점이 사귀던 사람 동영상 유포하고 처벌도 안 받고 멀쩡하게 의대 졸업한 범죄자들인 듯. 반 봤고 나머지도 금방 볼 것 같다. 1화부터 눈에 띈 건 '여성이 어디에나 있다'는 거. 이게 무슨 말인지는 보면 안다.


유튜브

강헌의 명리학 강의 여기저기서 하신 걸 몇 가지 봤는데 명리학도 점 보는 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생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며 더 조심스럽게 살기위해 참고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도서

희곡 <시련> by 아서 밀러 희곡 낭독 모임에서 두 번째로 읽은 희곡. 마녀사랑이란 무엇인가...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by 한인정 1/29 북클럽의 책. 길지 않아서 전전날부터 읽었다. 자신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더 잘 살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의 삶을 선택'한 이주 여성과, 이들을 '구매'해왔다고 생각하는 남성과 브로커 사이의 간격은 메워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인지, 두 시간을 꽉 채워 이야기를 나누어도 부족했다. 책이 다루는 소재가 무거우니 모임도 무거울까봐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행복했고.

<Omnivorous' Dilemma> by Michael Pollan 스터디에서 읽고 있는 건데 이제 1/3 정도 왔다. 지금까지의 감상을 한 마디로 줄이면 '옥수수의 제국'이 되어버린 현대 식생활. 지구를 정복한 건 옥수수에서 온갖 종류의 식재료를 뽑아내는 인간일까, 인간에게 그런 존재가 된 옥수수일까.

<Brotopia> by Emily Chang 오디오북도 있어서 장거리 운전 할 때만 가끔 트는데 들을 때마다 빡쳐서 오래 듣지를 못하니 진도가 안 나간다. 이번엔 좀 참아보려는데 죽갔네. 실리콘밸리의 해맑은 바보시키들~


팟캐스트

(영어) The Daily A Post-Roe America: An Update Roe가 뒤집히는 대범원 판결이 정식 발표 전에 유출되었을 때부터 관련 에피소드가 여러 개 나왔는데 그 중 Pro-life와 Pro-choice 각각의 운동가를 인터뷰한 편이 있었고 그 에피소드에 대한 follow-up 인터뷰. “She mattered so less than the pregnancy.”

(영어) 여성의 말을 자르는 남성들 by 유정훈 변호사. 이 칼럼 보고 반가워서 저 내용이 나온 팟캐스트를 오랜만에 다시 들었다. More Perfect,  Justice, Interrupted 대법관의 말을 끊는 건 규정으로 금지되어 있는데도 여성 대법관의 말을 끊는 자가 누구인가, 다시 들어도 빡침 ㅎㅎㅎ

(영어) HUBERMAN LAB Guest Series - Dr. Andy Galpin: How to Assess & Improve All Aspects of Your Fitness 한참 듣다가 너무 바른생활 사나이라 요즘 잘 안 들었는데 우연히 틀었다가 대박쓰... 6편 중 1편만 나왔는데 다음 운동 선택하기 전에 이거 다 듣고 선택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운동의 종류와 양을 무엇을 기반으로 결정해야하는지 건강한 생존에 초점을 두고 풀어준다.

어떡하냐 일상 everyday

+ 월요일에 내가 제안하고 사장님과 공동 기획한 북토크가 있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잔뜩 한 것이 무색하게도 벅차오르는 순간이 많았다. 내가 걱정한 바로 그 이유가, 작가님을 더욱 영향력있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준비된 마음이라는 것이 있더라. 내가 결이 다를까봐 걱정할 때, 이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된 마음이 거기 있었다. 내가 오만했고, 틀렸다. 그래서 기쁘다.

+ 참 오랜만에 낯선 무언가에 홀려버린 얼굴을 마주했다. 그리고 아마 나는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눈물을 가만히 지켜봤다. 이거 어떡하면 좋지.

+ 오늘 밀롱가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십여년 전 엘불린을 여러 번 떠올렸다. 더 이상 좋아하지 않지만 아주 익숙한 음악, 친구의 친구라는 존재, 춰보지 않은 사람과의 눈치게임.

+ 일요일에 북클럽 모임이 있었다. 책은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하하호호 이야기할 주제는 아닌 것 같았는데 주제가 무겁다고 이야기가 덜 재밌지는 않았다. 우리 멤버들 누가 어떻게 모았냐 (다 내가 모음) 진짜 완벽 그 이상임..

+ 지난주 금요일에는 어쩌다 처음 보는 사람의 집에서 처음보는 사람들과 놀았는데 장소가 홍대 정문 건너편이라 옛날 생각 많이 했고... 뜻밖으로 귀여움을 담뿍 받았다. 천지가 개벽해서 귀여움의 기준이 바뀌었나 내가 전에없이 더 귀여워졌을리는 없는데... 여튼 낯선 이들에게 예상 못한 예쁨을 받으니 즐거웠다.

+ 요즘 이것저것 재밌다.

희망이자 절망일까, 절망이자 희망일까 일상 everyday

+ 무디 때문에 혹은 덕분에 설에 시골에 다녀왔다. 금요일 저녁에 내려가는데 6시간, 일요일 아침미에 올라오는데 5시간.

+ 일요일에 올라와서 할머니 인사드리고 와서 저녁 6시에 잠깐 누웠다가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잤다. 어이없는데 이해가 될 것도 같고..

+ 올 해는 할머니가 처음으로 세뱃돈을 못 주셨다. 굉장히 상징적인 일이다. 우리 집에서 나만 다녀왔는데 식구들에게 이걸 어떻게 전해야할지 모르겠다.

+ 이번에 시골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었는데 제일 맛있었던 건 천안삼거리휴게소의 슈크림호두과자! 붕어빵은 팥도 슈크림도 속이 묽은데 천안삼거리 휴게소는 팥도 슈크림도 농도가 완벽했다. 평소 먹는 팥 먹으려다가 한 번 시켜본 건데 슈크림 대만족~

+ 우리 자두가 약 30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동은 나무를 다 베었고 2동은 진행중인데 사진을 찍다가 온풍기를 보니까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다들 수고 많았어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의미로 한 세대가 지나간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삶의 마무리를 상상할 때마다 어떻게 살아야하나, 라는 질문이 떠오르는데 아무리 고민해도 뾰족한 수는 없고 지금과 크게 다르게 사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게 절망이자 희망이다. 희망이자 절망일까, 절망이자 희망일까. 어떤 순서가 옳을까.

+ 무디가 너무 많이 컸다. 십대가 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있는데 우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독재 의사결정권자가 독립적인 후세를 세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최악을 상상해왔는데 현실은 그보다 더하더라고. 재벌이 삼 대 못 가는 거 너무 당연한 거였네.

+ 소셜댄스 잭앤질 부문에 남성이 팔로우로 출전했는데 어떻게 해야하냐고 오거나이저가 질문을 올렸다. 다들 "안 될 이유 있나요?"라는 와중에 한 명이 '남자 팔뤄를 파트너로 만나게 될 남자 리더들의 선택권도 존중받아야 합니다'라고 썼다. 덧글로 "남자랑 추면 꼬추가 떨어지나요??"라고 묻고 싶었는데, 다행히 외국 사시는 분이 '시대착오적 생각'이라고 정확히 짚어주셔서 참을 수 있었다. 옆 동네는 리드/팔로우 역할 성별무관하게 배우고 추고 한지 한참 됐고 '잭앤질'이라는 이름도 '믹스앤매치'로 바뀐지 십 년이라고. "성별 무관이라는 정책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은 본인이 참가하지 않으면 됩니다. 개인의 내적 갈등은 본인의 몫이고, 모두를 위한 정책은 문턱과 차별을 없애야 더 많은 사람이 다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라고 온 사회성을 모아 덧글을 달았다. 이달의 사회성은 이대로 소진인데 주말에는 가족 식사가, 다음 주에는 부서 점심회식이 남았네 하하하.

+ 알고 계셨습니까, 버터링 딥초코 버전은 한 개씩 개별포장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두 개는 들어있어야 할 거 같은데.. 아쉽고 아깝네요 포장이.

대단한 능력 일상 everyday

+ 왜 일요일은 늘 2시 전에 잠들기에 실패하는가. 대체 뭐가 억울한가 나여...

+ 완벽한 월나다였다! 마무리로 또바기치킨에 갔는데 우리 동네의 최고의 치킨집은 또바기지만, 사실 또바기는 서교점이 더 맛있다는 사실. 오랜만에 서교점에 가서 더 좋았다. 오늘은 평소와 같은 메뉴인 반반에 오백을 시키고 자세히 비교해봤는데 서교점 닭이 더 크고, 살이 많고, 튀김옷이 가볍고, 살짝 더 오래 튀겼고, 양념이 더 묽다. 치킨을 먹으며 여기저기서 들어온 가십을 한 보따리 들었는데... 진짜 모든 게 코로나 전으로 돌아가는 중인가 보다. 가십... 다들 좋을 때다~

+ 주말에 결혼식에서 먹은 호텔 코스 요리가 무척 맛있었다. 자리 배치가 꼬여서 목사님 두 분 사이에 앉았는데 왼쪽에 오랜만에 뵌 목사님과 스몰톡을 하다가 요즘 읽는 책 물으셔서 <비행공포> 얘기했더니 검색해서 찾아보시고 "오 작년에 나온 책이네요~"라시며 관심을 보이셨다. 아 안 돼요 목사님 그 책을 목사님께 추천한 건 아니었어요....

+ 동네에 있는 좋아하는 1인 업장 셰프님이 연남동 바에서 팝업행사를 하신다고 해서 놀러가봤다. 겨울에 방어 안 챙겨먹은지 몇 년 됐는데 올 해는 이 셰프님 덕분에 맛있는 방어를 여러 번 먹었다. 노로 바이러스 때문에 생굴도 피한지 몇 년 됐는데 굴무침을 서비스로 주셔서 좀 망설이다가 맛있게 먹었고 다행히 무탈했다. 셰프님은 지금 하는 브런치/와인앤다인 식당 폐업 공지를 올려두신 상태인데, 한식주점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알려주셨다. 기존 업장을 워낙 좋아했어서 서운하면서도 그 자리에 계속 계신다니까 다행이지만... 그래도 서운하다 ;_; 

+ 동생이 흐릿한 얼굴로 점점 친구가 없어져서 이제 정말 친구라 부를만한 관계가 거의 없어졌다고 한 말이 계속 맴돈다. 학교 생활, 군대 생활, 직장 초년생 때는 자기가 속한 그룹에서 자연스럽게 친구를 많이 만들고 몰려다니며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직장 연차 쌓이면서 동료와 경쟁자의 경계가 흐려지기도 하고 팀장급이 되면서 회사 사람들과 솔직히 할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어지니 담배 피우러 가서 만나도 할 이야기가 없는 모양. 어릴 때부터 사람을 무척 좋아했고, 학교 갔다 오자마자 집에 있는 사람 붙잡고 등교길에 만난 나비 얘기부터 학교에서 있었던 모든 일과 하교길의 메뚜기까지 끝도 없이 떠들던 아이라서 지금 상황이 참 쉽지 않겠다 싶다. 나는 반대로 친구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고 그룹으로 으쌰으쌰 어울려 노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런저런 취미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과 예전 직장과 동종업계 사람 중에 친구가 된 사람들이 여러 그룹에 2-10명씩 있고, 원래 시시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연을 이어온 거라 특별한 이유 없이 만나서 시시덕거릴 수 있는 사람이 많다. 나이를 먹어 갈 수록 이런 관계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건지 알아가고 있고. 동생에게 상황 개선을 위해 추천해 줄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해 줄 수 있는 말은 있는 것 같다가도, 네 살배기 쌍둥이를 키우는 야근이 잦은 직장인이라는 걸 생각하면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근데 자꾸 생각나. 애들 다 크고 은퇴하고 친구 사귀면 된다고 말해줄까? 유자녀 가정을 꾸린다는 거 자식이라는 크나큰 보람과 기쁨을 위해 성인 인생의 어떤 부분을 통째로 바쳐야만 가능한 거구나. 너무 무서운 거래다.

+ 엄마가 친구들이 산티아고 순례길 패키지 여행을 가자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라고 물으셔서 박막례 할머니가 그러는데 놀 수 있을 때 안 놀면 친구들이 자꾸 죽어서 놀 사람이 없어진대, 라고 답했다. 아마 올 봄에 다녀오실 듯.

+ 결혼식에서 큰 외삼촌 뵈었는데 딸들의 구박에도 꿋꿋하게 콧수염을 유지하고 계셨다. 너무 멋있으시다고 하니 활짝 웃으셨다. 언니들이 은퇴하신 아버지가 콧수염을 기르시는 게 체신을 해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 한없이 사소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간절하게 하고싶은 게 생기는 건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건조한 세상살이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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