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uram.egloos.com



피곤 일상 everyday

+ 아이고 이제 정말 추워지네.

+ 오늘 왜 이렇게 피곤한가 했는데 크지도 않은 회의실에 최소 60세 이상인 남성 이십여명 사이에서 유일한 젊은 여성으로 오후 내내 같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잘못하거나 무례한 사람도 없는데 불쾌했다. 불쾌했다는 표현은 좀 쎈가? 불유쾌했다. 아니 그게 그거 아닌가. 하여튼간에...

+ 우리 동네 미용실 원장님 천재신가. 볼륨매직이나 C컬보다는 세게, 근데 단발펌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 그런 애매한 펌을 주문했는데 정말 그렇게 해주셨다. 펌이라기보다 드라이하기 더 쉬워진 머리 정도? 수영장 다녀서 약간 더 풀릴 거라고 하셨는데 여튼 만족.

+ 아이고 보고 싶은 사람 하나 있다.

[도서] 내게 무해한 사람 by 최은영 리뷰 review

+ 연애이야기보다 다른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연애이야기만 나오면 진부해졌는데 그게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 <모래로 지은 집>을 읽으며 향수에 잠겼다. 너무나 내 세대의 이야기. 나와 같은 시대를 통과한 아이들이라 마치 아는 친구들 같았다. 천리안, 미니홈피, 프리챌, 디지털카메라, Maru 스웨터. 책을 읽으며 영화 <벌새> 생각을 많이 했다. 이 단편도 편지에서 끝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 작가가 '판단하다'는 말을 'to judge'라는 의미로 자주 쓰는데 나는 이 표현이 우리말에 완전히 녹아들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근데 또 대체어는 생각이 안 난다. '평가하다' 또는 '나쁘게 생각하다' 정도?

+ 책을 동시에 빌려서 먼저 읽던 언니가 '진부하다'는 표현을 써서 깜짝 놀랐는데 읽어보니 앞 두 편은 나도 그랬다. 근데 바로 그 이유로 엄마는 신선해하실 것도 같고. 트위터 좀 한 사람에게는 진부하게 읽힐 수도 있다는 말이다. (= 작가가 헤비 트위터리안일 것 같다)

+ 수이와 헤어진다면 그 상황을 가장 완전하게 위로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수이일 것이었다.

+ 나는 자신이 겪은 일을 자기 말로 풀어 쓸 수 있는 그애의 능력과 끝까지 자기 연민을 경계하는 태도에 마음이 갔다.

+ 네가 뭘 알아. 네가 뭘. 그건 마음이 구겨져 있는 사람 특유의 과시였다.

+ 나에게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 영혼은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헬멧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도서] 나의 일상에 너의 일상을 더해 by 성수선 리뷰 review

얼마 전 출판 쪽에서 일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성수선이라는 작가 알아요? 나 예전에 그 작가 책 읽고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라고 했더니 모른다며 이름을 검색했다. "어, 이 분 몇 달 전에 새 책이 나왔는데요?" 덕분에 신작이 나왔다는 것과 그 전에도 책이 몇 권 더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야기한 책은 [도서]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by 성수선였고, 새로 나온 책의 제목은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요>다.

도서관에 올 일이 있어서 그 사이에 출간된 <나의 일상에 너의 일상을 더해>를 찾아보았다. 아니, 그 전에 위에 내가 적어둔 리뷰에 나오는 김연수 작가의 소설집의 단편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부터 찾아보았다. 그리고 도입부의 "두 남녀가 만나 느닷없이 사랑에 빠지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진부한 일이다. 그들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나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결혼하게 될 것이고, 또 별다른 일이 없다면 아이를 낳게 될 것이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함께 인생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또 별다른 일이 없다면 한 사람의 죽음을 다른 사람이 지켜보게 될 것이다." 이런 부분을 읽고 빠르게 흥미를 잃었다. 내가 용납하기 싫어하는 가정이 많이도 들어간 문장들이다. 글은 죄가 없지만 나는 그런 가정을 잔뜩 품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좋은 소설이겠지. 하지만 나까지 꼭 읽어야 하는 건 아니지.

<나의 일상에 너의 일상을 더해>의 첫 장을 펼치고 놀라고 실망스러웠다. 그림만 없지 컷툰같은 구성이었다. 적당한 주제를 적당한 길이로 풀어 쓰는 능력이 작가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산문집이라고 하기 어려운 형태의 글묶음이었다.

내용을 읽으며 내가 너무 빠른 속도로 비관적이고 비판적인 사람이 된 건지, 작가가 업데이트가 느린 건지 혼란스러웠다.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라고 쓴 글이고 실제로 그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내가 십년전의 나라면 그 효과가 훨씬 좋았을텐데.

택시기사가 사는 게 힘들어서 차에서 터질듯한 큰 소리로 트로트 노래를 듣는 거밖에는 별 낙이 없으니 시끄러워도 좀 참으라고 했다는 경험에서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바로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같은 성찰을 하다니. 난 120에 불편신고를 하지 않기위해 입술을 깨물고 있을텐데. 지금부터 십 년 후의 나라면 별 고민 없이 120을 누르려나.

이 책이 나왔을 때 출판계의 트렌드가 가볍고 밝고 짧은 글이었을까? 물음표를 많이 남긴 책.


[도서]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by 배윤민정 리뷰 review

+ 올 해 읽은 책 중 가장 흡입력있고 충격적인 책. 그 어떤 페미니즘 이론서보다도 강렬한 독서를 경험했다.

+ 책을 다 읽고나서 도입부를 다시 읽었다. '가족의 이야기가 공개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배우자의 부모님과 배우자의 형 부부에게 너그러운 양해를 구한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어도 이 투쟁은 종결이 나지 않은 상태였다. '글을 쓰면서 펜을 잡은 자의 권력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고 하셨는데 정말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고 기적같다.

+ 가족 구성원 모두와 연관된 상황은 종료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파트너와는 의사소통이 된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근데 저런 파트너 대한민국에서 찾기... 어렵지.

+ 익숙한 우리말 단어와 표현으로 이루어진 문장들인데, 마치 작가가 존재하지 않았던 언어를 만들어낸 것처럼 낯설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형님'과 '동서'라는 호칭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였다. 왜 형이나 동생과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나이가 같은 두 여자 사이에서 호칭의 차등이 생기는 걸까? 여자들이 온전한 개인이 아니라 배우자에게 종속된 존재로 취급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도, 그것을 표현할 생각도 못해본 말.

+ 군대나 회사 사람들이 부부동반으로 모이면 남편 직급에 따라 아내들의 서열도 정해지는 현상이 자주 겹쳐서 떠올랐다.

+ 엄마는 바로 아래 '동서'(나의 작은엄마)와 베프신데, 작은엄마가 엄마보다 여섯 살 많다. 작은엄마가 엄마를 부를 때 평소에는 누구 엄마, 라고 하기도 하시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꼬박꼬박 '형님'이라고 하신다. 엄마에게 이 책을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

"그런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여러 사람이 불편해야 해? 너 때문에 이 난리가 나는 게 좋아?"
"저는 아랫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되기 위해 싸울 겁니다."

'아랫사람' 대신 '여성'을 넣으면 너무 많이 들어본 말이라 허탈할 정도네.

[영화] 82년생 김지영, (KIM JI-YOUNG, BORN 1982, 2019) 리뷰 review

+ 순한맛이라고 많이 들었고 그렇게 예상도 했지만 그래도 이거 너무 순한맛인데요... 진라면 순한 맛도 아니고 사리곰탕면이에요. 그래도 육아의 아득한 힘듬은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툴리>를 보니 <82년생 김지영>은 역시 모든 면에서 매우 순한 맛이었다.

+ 이 영화에도 공감 못하는 사람들까지 데리고 가야하나. 정말.

+ 중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 대사. "그래, 능력있으면 혼자 살아도 괜찮지." "능력이 있든 없든 혼자 살 거라고요."

+ 김지영씨가 복직 안 한 거 너무 서운했다. 파트타임까지 물어봤는데도, 왜죠. 빵집 아르바이트까지 고려했다가 꿈에 가까운 작가로 바로 건너뛰는 것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조남주 작가의 데뷔 스토리를 생각하면 말 그대로 꿈을 이룬 과정이라 비현실적이라고 불평할 수도 없다는 게 또 아이러니.

+ '서운했다'는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서 고민하다가 영화 리뷰를 아직도 안 올렸다는 걸 알고 이제야 올린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