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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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일상 everyday

+ 나도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휘청이고 불안한 마음으로 나의 가치를 의심하는 평범한 영혼이다. 내가 오래 평온을 유지해온 건 운좋게 온실에서 살아왔기 때문이고 진짜 나의 회복탄력성은 이런 폭풍우 속에서 알 수 있게 되나보다. 내가 지금 필요한 위로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너무 잘 알지만 뭐라고 위로해줄 지 너무 잘 알겠어서 굳이 듣지 않아도 된다.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다. 일리 있는 위로지만 그래서 별 도움이 안 되기도 한다. 며칠 다운 되어 있었는데 또 며칠이 지나니 바닥을 치고 올라와서 그 별 도움이 안 되는 위로가 왜 일리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심플하고 당연한 결론은 나는 나의 최선을 하면 된다는 것. 어금니 깨문 버전은 '내가 이 분야 정복하고야 만다. 정복하는 그날로 퇴사한다!!' 하. 그래 그 꿈 꼭 이뤄라 나 놈. 토닥토닥.

+ 회사 옆자리에 경리업무를 하는 이십대 초반의 직원이 있다. 한 번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나도 아가 같고, 철도 없고, 나중에 외국에 가서 가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는 세계관이 그저 신기했는데 언제부턴가 보기만 해도 그저 예쁘다. 얘 피부를 보고 있으면 어른들이 '젊음이 반짝거린다'는 말을 어떤 뜻으로 하는지 알 것 같다. "어제부터 기분이 안 좋아 보여요."라고 정확하게 날 관찰하고 말을 걸어온 것도 이 친구였다. 가끔 내 입에서 반말이 섞여 나오려고 하는데 의식적으로 계속 말 높이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 것에 애를 써야하는 걸 보면 나도 내 꼰대력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경계해야 하는 으르신이 다 된 거지.

+ 지난 주에는 요가를 두 번 갔고 이틀은 아홉시도 되기 전에 잠이 들었다. 금요일에는 회식에 따라갔다가 열한시반에 귀가하자마자 그대로 잠이 들었는데 토요일에 두시까지 못 일어나고 헤매다가 겨우 일어나 친구들 모임에 따라 나가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 또 금세 잠이 들었다. 일요일에는 좀 정신이 들어서 침구를 빨고, 나가서 카이센동을 맛있게 먹고, 새로 산 왕골 자리를 싹싹 털어 침대에 깔고, 다음 달에 있는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읽어야 하는 논문을 읽었다.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도 한 편 읽었다. 일주일 내내 억울했는데 조금 덜 억울해졌다.

+ <김지은입니다>,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슬아의 첫번째 수필집, 그리고 연극 <렁스>의 대본집을 주문했다. 나는 연극 <렁스>를 보면서 참 괴로웠고 특히 마지막 대사인 "사랑해."를 전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그래서 영문 대본집을 샀다. 번역 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던 건지 원래 작품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인 건지 구분하기 위해서.

+ 박원순의 사망에 대한 강남순 교수가 쓴 페이스북의 글은 전혀 놀랍지 않았는데(시사인 마지막 페이지의 칼럼을 주기적으로 쓰던 분이고 늘 논조가 이상했다) 그 글을 김승섭 교수가 '감사합니다'라며 공유한 것을 보고 너무 실망했고 충격이 크다. 오늘 나를 제일 슬프게 한 사람이 김승섭 교수라는 게 어이가 없네.

+ 손정우와 안희정과 박원순에 대한 입장이 같아서 함께 분개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얼마 남지도 않은 인연들의 리트머스지로 삼을 일이 너무 자주 터져서 혼란스러울 지경이고.


[도서] 우아한 가난의 시대 by 김지선 리뷰 review

+ 내 책을 빌려간 친구가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며 책을 한 권 주문해주겠다고 해서 트위터에서 본 신간을 골랐다. 책이 참 예쁘다. 글씨체도 표지 글씨체와 본문 글씨체가 같은데 예쁘고 읽기도 좋다.

+ 합정의 '삼공삼'이라는 까페 겸 라이브 공연장에서 아보카도랑 명란 조합은 역시 짱이야 하며 아보카도 덮밥을 맛있게 먹으며 책을 폈는데 요즘 애들은 으깬 아보카도 얹은 빵을 20달러 주고 사먹고 다니니 집을 언제 사겠냐는 말을 인용한 부분을 읽고 머쓱.

+ '가난’과 ‘사치’가 공존하는 나와 내 주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한 어휘로 포착한 것에 감탄했다. 충분한 자기 연민과 자기 객관화가 동시에 있는 독특한 글. 특히 첫 챕터 <탕진의 언어> 읽으며 자주 뜨끔했다.

+ '미식' 활동에 어떤 가치를 얼마나 부여해야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태도 변화는 나의 생각 변화와도 비슷한 방향이라 공감을 많이 했다. 맛있는 것을 먹고 즐기는 것은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지만 주객이 전도될 정도로 과잉이라고 느껴질 때가 분명히 있다. 평소에는 사료를 먹듯 중점을 맛이 아닌 영양에 두고 적당한 소식을 하는 것이 늘 미식 생활을 위해 쫓아다니는 것보다 종합적인 만족도가 높다. 종합 만족도는 식사 계획과 집행을 위해 쓰는 정신 에너지, 결과적으로 남는 몸의 건강상태, 엥겔지수 등을 모두 반영한 것.

+ 다 읽고 이렇게 결론이 없어도 되는 건가 갸우뚱하기도 했지만 답이 있을 수 없어서 결론도 없는 거라는 거 나도 잘 알겠어서 불만은 없다. 저자는 지금 우리의 상황을 고찰하며 반성을 해야하는 건지 자부심을 가져야하는 건지 혼란스러워하는 듯 했다. 책 뒤에 오찬호 작가의 해제가 이 부분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해주는 느낌이다. "모범적인 가난한 사람답게" 살아온 오찬호 작가는 작은 집에 아늑한 조명을 갖춰놓은 친구의 집에 초대된 경험을 소개하며 이렇게 적었다. "지수는 가난을 벗어나는 것만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삼는 나와는 삶의 태도가 다르다. 계속 가난할 것이기에 더 늦기 전에 우아하게 살고자 한다."


또 일주일 일상 everyday

+ 취직 만 한 달만에 이직 오퍼 받았다. 헤드헌터분도 어지간히 급했는지 나의 입사일을 확인 안 하고 업계 경력만 보고 일단 말을 건 것. 이 업계가 관련 경력을 필수요소로 강력하게 요구하나 보다. 하지만 무경력자를 아무데서도 안 뽑으면 경력자가 어떻게 존재한단 말인가. 세상은 가끔 어이없는 방식으로 불공평하다.

+ 지난 주말에는 김포 언니오빠와 시골집에 다녀왔다. 어쩌다 우르르. 가는 길에 서산에서 굴솥밥을 먹고, 집에 도착해서는 농장 둘러보면서 자두 따먹고, 밤에 라면 끓여서 와인이랑 먹고, 맥주를 마시고, 다음 날 올라올 때는 천안삼거리 휴게소 호도과자도 사먹었다. 엄마도 굴솥밥 같이 드시려면 서산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집에 오는 길에 밥 잘 먹고 오라시더니 우리가 집에 도착한 후에도 라면이랑 먹을 김치만 썰어주고 친구네로 가버리셨다. 엄마 쿨해. 멋있어..

+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의 저자 청오리님이 '아내라는 이상한 존재'라는 글을 쓰신 걸 읽고 너무너무 놀랐다. 내가 읽고 너무 좋아서 저 책을 엄마에게도 사드린지라 이 글을 보내드렸더니 엄마도 놀라신 것 같았다. 그러더니 대화 끝에 하시는 말씀이 "되도록 혹시 남자 만나려면 갖고 놀기만 할 것. 내가 아는바로 결국은 그놈이 그놈이더라." 송가인 팬덤이 송가인에게 비슷한 말을 하는 걸 본 것 같은데 이것 차암. 울엄마 메갈 되신 거 같은데 본인만 모르시겠지 허허허. 에고.

+ 연극 <렁스> 보면서도 한 생각인데 청오리님 글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솔직함' is overrated. 니가 마땅히 지어야 하는 짐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것 뿐인 솔직함은 아무 가치 없으니 제발 삼키고 네 갈 길 가.

+ 몇 달 전에 ‘똑똑한 사람들이랑 일하고 싶을 뿐’이라고 일기에 적었는데 그 때의 나는 내가 똑똑한 줄 알았나보다. 정말 똑똑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좀 버겁다. 둘 중 고르라면 이 편이 낫고 그래도 일이 재미있으니 다행이긴 한데..

[넷플릭스 & 왓챠 & 팟캐스트] 2020년 6월 리뷰 review

영화
(넷플) 더 큐어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봤는데 기묘한 분위기에 끌려 2시간 잘 따라가며 보다가 마지막 30분에서 황당. 왜 갑자기 김훈이 쓴 소설 같지? 왜 양남이 한남하지?! 일단 생리 안 해 본 사람이 생리 시각화하는 거 법으로 금지해야 함 -_- 변태성욕을 변태성욕 이상의 것으로 표현하는 건 영화 작법에서 금지해야 함-_- 영화는 너무 뻥지고 싫었는데 다 보고 나서 같이 본 친구랑 끝없이 영화와 감독을 까느라 그게 재미있었다. 초반에 스위스 풍경과 기묘한 요양원의 인테리어가 아름다웠고 남자 주인공 데인 드한 연기가 너무너무 짱이었는데 나중엔 이것도 저겁도 아깝기만 하더라.

엔터테인먼트 쇼
(넷플) 데이팅 라운드 시즌 2 에피소드가 6개 정도 있는데 틀면 그 날 다 본다 ㅎㅎ '이런 걸 도대체 왜 하는 거야' 생각하면서도 계속 본다 ㅎㅎ

다큐멘터리
(넷플) 제프리 앱스타인: 괴물이 된 억만장자 시즌 1 신기할 게 없을 정도롤 일관적인 개새끼... 한 편 짜리인 줄 알고 틀었는데 에피소드 4개라 끌 뻔 했는데 다큐 구성이 좋아서 계속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방 다 봄.

팟캐스트
(영어) This Morning Henry Shin이 호스트라 좋긴 좋은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뉴스공장 빠돌이 아재가 되셨음.. 
(영어) InvestED:The Rule #1 Investing Podcast 이번 달엔 많이 안 들었네. 계속 들을 예정.
(우리말) 아메리카노2020 진행자인 유혜영 교수의 안식년이라 한국에 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음질이 좋아졌다 ㅎㅎ
(영어) The Bellingcat 음악과 진행 구성이 너무 드라마틱해서 듣다 포기. 나중에 다시 시도해볼 것 같긴 하다.

응원 일상 everyday

+ 나는 너에게 응원도 위로도 건네지 않는 방법으로 너를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네가 힘들다고 적으면 내 책장의 네 책을 꺼내서 한 문단을 천천히 읽어. 전달되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걸.

+ 지적으로 자극적인 대화의 한 가운데 온 집중력을 쏟으며 껴 있는 거 에너지 소모가 큰 만큼 에너지 충전도 많이 되는 묘한 경험이다. 난 내가 무슨 말을 한 건지 모르겠는데 듣는 사람은 찰떡처럼 알아들을 땐 이상한 답답함과 뿌듯함이 교차한다. 어찌됐든 일을 즐기고 있는 순간이 하루에 몇 번씩 느껴진다는 건 행운.

+ 그래도 연봉 더 불렀어야 했다. 가끔 억울한데, 억울할 수는 있지만 그 기분을 떨치지 못하는 게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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