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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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많이 해서 일상 everyday

+ 친구들이 다정하다. 잊고 살았던 걸 반성한다.

+ 오늘 출근길에 스벅 따뜻한 드립커피 그란데로 사갔는데 좋았다. 사이렌 오더 넣으면서 무료 샷추가에 흔들렸지만 오늘 감성은 그냥 드립 감성이라 참았규 만족했다. 한 시간 쯤 지나서 적당히 식었을 때 제일 복잡한 맛이 느껴지는 타이밍이 있는데 그 타이밍에 한 입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 최근까지 제일 순수하게 즐기는 기쁨은 일주일에 두세번 일찍 출근해서 커피빈 아이스드립을 천천히 마시는 거였다. 그런데 지난주에 직원도 바뀌고 원두도 바뀌면서 맛이 없는 커피를 마시며 크게 실망한 아침이 있었다. 이에 대해 트윗을 적었는데 두 가지 피드백이 들어왔다. 1) 내가 실망한 원두인 브라질 세라도는 원래, 그리고 특히 아이스일 땐 니맛도 내맛도 아니기 쉽다. 2) 커피빈에서 드립커피는 이디오피아 내추럴이라는 원두로 추가요금 없이 상시 변경이 가능하다. 오늘도 커피빈에 갔다가 원두가 또 브라질 세라도길래 스벅으로 튼 건데 다음번엔 이디오피아 내추럴을 시켜봐야지.

+ 엄마는 본인의 평소 체온이 37.2~3도라는 걸 올 해 들어 아시게 되었고 체온을 재는 곳에 출입할 때 난감하시다고 한다. 엄마는 그게 본인의 평균 체온인 걸 아시지만 보통 다시 측정하자고 하니까.

+ 십수년 전에 호주 춤판에서 만나 어울린 친구들이 하나 둘씩 결혼을 하더니 최근에 페이스북에 애 안고 Happy Fathers Day 사진을 올리는데 다들 귀엽다. 동틀때까지 소셜하고 술 마시고 아침에 커피 마시러 가던 젊은이는 가고 피곤하고 행복한 얼굴로 아가를 안고 있는 흰머리 나기 시작한 어버이들..

+ 지난 토요일 침대에 깔아둔 왕골자리 말아서 넣고 토퍼랑 베갯잇 싸들고 빨래방 가려고 나가니 비가 오고 있었다. 집에 다시 들어가서 우산 쓰고 굳이 다녀왔다. 보송보송하고 방금 한 빨래향이 나는 토퍼가 좋은 계절이 왔다.

+ 지난 주에는 점심을 건너뛰고 백화점에 가서 바이레도 시향을 하고 왔다. 슬로우댄스와 비블리오떼끄가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나도 향수 이름이 중요한 내가 이해 안된다) 둘 중 하나를 사려고 했는데 시향을 해보고 비블리오떼끄에 완전 반해버렸다. 취향 타는 향이니 꼭 시향해보라던데 완전완전 취향이었다. 곧 살건데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 한 달 정도 번아웃 증상이 일주일에 여러 번 있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뭘 먹고 잠깐 쉬려고 8시도 안 되어서 잠깐 누웠다가 그대로 잠든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았다. '난 일을 많이 해서 증명하고 싶은 게 뭘까'라는 생각도 했다. 이번 생을 살면서 생계가 아주 위급한 상황이었던 적이 없는데 늘 생계에 대한 생각을 한다.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라 그런가 싶다가도 정규직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때 그러지 않은 것을 보면 그걸로는 다 설명이 안 된다. 이번 주는 이런 저런 일이 많은데 긴장되고 흥분되고 지치지만 에너지가 생기는 느낌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일을 많이 해서 증명하고 싶은 게 뭘까. 일을 많이 해서 증명되는 건 뭘까.

[도서] Smoke Gets In Your Eyes by Caittlin Daughty 리뷰 review


“The silence of death, of the cemetery, was no punishment, but a reward for a life well lived.”

잘 읽히는 책이었는데 내가 여유가 없어서 오래 걸렸다. 번역본 제목은 <죽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책을 읽으며 일곱 살까지 한 집에 살았던 증조할머니의 장례식 풍경을 여러 번 떠올렸다. 시골집 마당에 세운 천막과 증조할머니 방에 차려둔 상. 지금도 한 여름 증조할머니 추도식 날이면 보는 영정 사진.

유치원에 다녀왔는데 집에 안 계시면 증조할아버지 산소로 쫓아가서 손을 잡아 끌어 집으로 오곤 했는데,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란히 묻어드린 뒤엔 하원 후 혼자, 때론 동생을 데리고 가서 산소의 오목한 부분에 누워 방아깨비를 잡고 놀았다.

이후 가깝고 먼 주변인의 죽음을 접하는 빈도가 서서히 늘었고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제법 자주 상상한다. 삶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죽음을 싸움과 극복의 상대로 여기지 않는 태도는 무엇일까. 그런 고민이 들 때 읽으면 좋은 책.

북클럽 책 리스트

[넷플릭스 & 왓챠 & 유튜브 & 팟캐스트] 2020년 8월 리뷰 review

다큐
(넷플릭스)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 "My life is starting to be mine again." 책을 오디오북으로 반쯤 듣/읽은 상태라 궁금해서 봤는데 재밌고 죽겠다. 이유는 나중에 책 리뷰 쓸 때.

드라마
(넷플릭스) 비밀의 숲 2 몰아서 봐야 안 기다리고 좋은데 매주 보려니 힘들다 ;ㅁ;
(왓챠) 미세스 아메리카 와우. 케이트 블란쳇 연기 너무 잘해서 보기 힘들 정도. 영화인 줄 알고 틀었는데 엥피 9개짜리 시리즈인데 1회만 봤다. 앞으로 볼 예정.
(넷플) 프랜즈 작년엔가 넷플에 다시 올라왔을 땐 너무 옛날 쇼라 못 보겠더니 요즘엔 또 잘 틀어놓는다. 다시 봐도 피비만 제정신임 ㅎㅎ 지금 시즌 3.

영화
(왓챠) 이퀄스 '감정통제구역'의 '감정 보균자'들의 이야기. 니콜라스 홀트 얼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는 좀 뻔함.
(넷플, 왓챠) 드레스 메이커 친구들이랑 랜선단관(카카오톡 단관) 했는데 그러기에 참 적절한 영화였다. 이상형으로 삼았던 아미 해머가 전 와이프한테 지랄한 거 보고 남자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있었는데 리암 햄스워드라는 대체제를 찾았고... 하튼 별 생각 없이 친구들이랑 보면 눈이 즐거운 영화다. 친구들이 욕을 찰지게 해줘서 더 즐거웠다.
(왓챠) 킬 유어 달링 이것도 친구들이랑 랜선 단관. 덕후가 덕후 토픽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면서 비덕후들도 재미있게 보기를 바라지는 않았겠지? 얼마전에 <더 큐어>를 봐서 데인 드한을 열심히 봤는데 눈을 뗄 수 없는 마력을 가진 캐릭터/배우였다.

엔터테인먼트 쇼
(넷플릭스)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시즌 9 시즌 클리어! 제일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발렌티나인데 좋아서만은 아니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외모를 타고 난 사람이 사는 세계에 대해 생각이 복잡해지게 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 없이 행복하기 힘든 사람 같음. 내가 이 쇼를 왜 좋아하는지 계속 생각하는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출연자들 외에 핏 크루의 성적대상화 가득한 차림새 보는 게 즐겁다 ㅎㅎ 그리고 이번 시즌에서는 underwhelming이라는 표현을 확실히 배웠다. 

스탠드업 코메디쇼
(넷플) 해나 개츠비: 마이 더글라스 이거 언제 올라온 거야! 와아아아아아. 호주에서 날아 온 '미국 사람 앞에서 미국 사람 까기'의 달인. 그 사이사이 남성 중심의 사회 까기가 숨쉬듯이 깔려있는데 난 그게 더 재미있었다 ㅎㅎ

유튜브
(유튜브) 놀면 뭐하니 이제 그만 보려고 했는데 왜 정재형 나오냐고 ㅜㅜ
(유튜브) 강유미의 좋아서하는 채널 요즘 올라오는 ASMR 상황극 최고. 잠이 안 오는 날엔 틀어놓고 잘 때도 있다.
(유튜브) 박막례 할머니 꾸준 ㅎ

팟캐스트
(우리말) 아메리카노2020 계속 듣는다. 요즘 에피소드당 길이가 길어져서 부담스러워서 덜 손이 가서 천천히 듣는다.
(우리말) 영혼의 노숙자 서밤님의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재밌게 들었다

오디오북
(오더블, 영어) 미셸 오바마의 <Becoming> 영영 진도 안 나갈 줄 알았는데 요즘 재미있어서 팟캐스트 안 듣고 이거 거의 절반 정도 들었다. 미셸은 어릴 때부터 아이를 절실히 원했고, 결혼 후 첫 아이를 가지면서 육아 때문에 '야망을 낮췄다'. 지금은 오바마 첫 정치 당선 시기와 첫 육아 상황이 겹쳐서 급하게 진행 중인데 이거 나중에 어쩔 거야. 여자라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하면 나 화날 거 같은데.. 아이 가지기 전까지는 잘 나가던 로펌 나와서 시민운동 하는 거에 엄청난 영감을 받았다가 픽 식었다.

오락가락 일상 everyday

+ 회사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크게 오락가락해서 이런 내가 좀 우습다. 2년 한정으로라도 회사 앞으로 이사 갈 생각까지 했었던 게 무색하게 요즘은 회사 근처만 가도 싫고, 우리 동네 정 좀 뗀 줄 알았는데 요즘 주말 달리기 대신 이른 시간에 마스크 쓰고 슬슬 동네를 산책하며 이사갈만한 빌딩 없나 둘러보는데 역시 이런 저런 모습이 섞여있는 이 동네가 좋다.

+ 회사에서는 사실 아직도 드라마 속에 들어와있는 느낌이다.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는 회의에 가면 나보다 대여섯살에서 열 살 정도 많은 사람들이 회사의 앞날을 좌지우지하는 이야기를 치열하게 하고 있다. 내가 그 방에 같이 있다는 게 이제 어색하지는 않은데 아직도 신기하고 텔레비전에 내가 나오는 것 같고 그래.

+ 아직도 처음으로 점심 같이 먹자고 말을 걸어오는 분들이 계신데 오늘 처음으로 "네, 코로나 좀 진정되면 꼭 해요."라고 완곡하게 거절했다. 본격적인 도시락은 포기한지 오래고 간단하게 먹을 걸 싸가서 점심을 해결하는데 그래도 무섭단 말이다. 회의에 들어가면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어서 같은 회의실에 감염자가 있으면 나도 어쩔 수 없다고 거의 체념하고 일한다. 그렇더라도, 그리고 미리 잡아둔 점심 약속은 어쩔 수 없더라도, 새로운 점심 약속은 당분간 안 잡을 거다.

+ 연초에 정신이 산만해서 책이 안 읽힌다고 하셨던 엄마가 갑자기 집에 있는 책 다 읽었다고 하셔서 한 보따리 주문해드렸는데 오늘 충동적으로 나도 한 보따리 주문했다. 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오랜만에 퇴근 후 외부 통역이 잡혀서 마음에 여유가 없는데 이거 지나가면 '나 먼저 읽고 엄마 보내드리려고 샀는데 내가 안 읽어서 못 보낸 책'들 와르르르 읽고 엄마한테 보내야지. 이번에 이사 안 간다고 생각하니 책장이랑 옷장이랑 주방기기 정리 한 번 크게 하고 싶다.

+ 구독 서비스 뭐 하고 있는지 다들 자기소개 하듯 이어가길래 나도 따져봤는데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프리미엄, 시사인이 끝인가보다. 배송비 관련 구독 서비스는 하는 거 없고, 결제서비스도 유료로 구독하는 건 없고, 오더블도 무료 체험 한달 후 끊었고, 프릳츠에서 원두 구독 해 본 적 있는데 혼자 마시기에 좀 많아서 두세달 하다 끊었고. 읽는 유료 구독 서비스는 리디 셀렉트에 약간 관심이 가서 지켜보는 중.

[도서] 김지은입니다 by 김지은 리뷰 review

"다만 내가 소망하는 일은 나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 나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 서지현 검사 때처럼 몇 년이 아니라 첫 성폭행 후 몇 개월만에 공개적으로 혐의를 제기했다는 것은 희망의 사인일 수도 있지만 피해자와 피해자를 지지한 사람들이 아직도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렇게 정돈된 글을 쓸 정도로 시간이 흐르고 유죄 판결이 나오고 마음을 다독인 후에도 피해자는 아직도 마스크를 벗고 공공장소에 나가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 노동자의 정체성을 가졌지만 노동을 하고 임금을 받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 김지은씨를 지지하며 보내준 탄원서의 일부가 소개되는데 그 중 공공기관에서 비서를 했던 분이 쓴 "비서 업무의 특수성과 권력 관계"라는 글을 읽으며 웬만한 논문보다 많은 정보와 설득력을 갖춘 글이라고 느꼈다. 박원순의 피해자였던 분도 비서였고, 그 관계의 역학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글이다. 대한민국 판사들은 왜 성범죄에 대해서는 이렇게 떠먹여줘도 눈을 뜨지 않는가.

+ 완성된 원고를 들고 책을 출판하려고 했을 때 많은 출판사가 부담스러워했다는 머릿말을 읽으며 권력이란 무엇인지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졌다. 봄알람 출판사에 감사하다.

+ 책에 대한 이야기만 전해 들었을 때는 읽기 고통스럽고 힘든 책일 거라고 지레 겁을 먹었다. 그런데 프롤로그에서 좌절속에서 늘 혼자라고 느꼈지만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외롭지 않았다고, 종잇장 뒤에서 묵묵히 지지해주는 누군가를 느꼈다고, 진실과 진심을 담아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적어 용기내어 전하니 편견없이 읽어달라고 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정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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