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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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친구들, 그리고 호주 정치인 Pauline Hanson 이야기 생각 thoughts

우리집엔 네명 또는 다섯명이 산다. Danielle, Tia, Simon, 나, 그리고 거의 와서 사는 Simon 여자친구 Amanda. 나랑 Tia는 싱글이고(여기서는;;) 스트레이트, Danielle과 Simon은 게이(레즈비언이라는 표현보다 그냥 보통 게이라고 하더라). 다섯명 다 여자다. 다니엘은 40대, 나는 이십대 중반, 나머지는 이십대 초반. 그리고 옆집에 Simon 동생 Becky와 친구들이 사는데, Simon도 원래 그 집에 살다가 이 집에 자리가 났을 때 이사왔다고 한다. 옆집에는 세명 또는 네명이 사는데, Becky를 포함한 하우스메이트 세명과, Becky의 여자친구 Talia까지. Becky와 Talia도 여자, 그러니까 게이.

게이라는 게 별 특이할 것 없다고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 거 같은데, 말 그대로다. 그리고 Talia랑 Becky는 내가 이사오기 전부터 한국마트에 자주 다니던 애들이라(집에서 가까운 그 Woollongabba 한국마트), 한국 과자랑 라면 따위를 꽤 오래 먹어온 애들이다. 그래서 추석 때 사온 송편도 나눠주고, 라면도 이게 맛나다 저건 별로다 골라주고, 빼빼로데이에 빼빼로도 사주고 -_-;;; 했었다. Talia는 난데없이 찹쌀도넛츠(!) 어디서 파냐고 묻기도 했는데. 예전 직장 근처 한국마트에서 팔아서 무지 좋아했다고. 근데 그 직장 관둔 뒤로는 파는 곳을 못찾겠다고. 찹쌀도넛츠는 나도 찾는데 실패했다 -_-; 종로로 놀러 와...

전에도 몇 번 밤새 술 마시고 노는 자리에 껴서 놀고 했는데, 엊그제 린디 수업에 다녀오는 길에 딱 걸려서 또 같이 놀았다.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 중 오늘 출근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한참 놀다보니 담날 집에 기어 들어간 시간이 5시 =_= 날이 4시 반부터 밝더라... -_-;;; 어제 처음 만난 친구는 Chris. (거의 늘 처음보는 친구가 한두명은 놀고있다) Talia랑 Becky 중딩때부터 제일 친한 친구고, 남자 게이다. 무지무지 이쁘게 생겼다 +_+ 

근데 이 이쁘장한 87년생이, 딱 보면 날라린데 얘기하다보면 여러 면에서 꽤 진지한 거다! 특히 이날은 어쩌다 참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정치인 이야기가 있다. Pauline Hanson 이라는 극우파 여성 정치인.

Chris가 호주라는 나라는 사회적 소수자 또는 약자 - 주로 게이, 이민자 - 에게 관대하지 않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이건 뭔가 우리가 들은 얘기랑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우리(외국인)에게 호주의 이미지는 굉장히 열린 나라다, 다들 그렇게 알고있지 않나? 했다. 그런데 내가 그 말을 하자 그 자리에 있던 Becky, Talia, Chris 다같이 고개를 살래살래 -_- 예를 들면 너희같은 동성애자에게도 그렇고, 나같은 외국인에게도 그렇고, 장애인에게도 그렇고 사회적 인식이나 대우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나라이지 않느냐, 했더니 또 아니랜다. 본인이 성 정체성 때문에 불이익을 겪어야 하는 일도 많고, 돈을 쓰러 온 외국인에게는 관대할지 몰라도 막상 '영구 이민'하려면 까다로운 나라라고.  

그러면서 예로 든 정치인이 Pauline Hanson. 퀸즐랜드 정치인인데, xenophobia(외국인 기피자 또는 혐오자) 라고. 이 사람이 국회의원일 때, 브리즈번의 모든 외국인을 배척 또는 추방(!)하자는 주장과 정책을 내세웠다고 한다. 호주가 '다민족 국가'라는 사실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건 그거고, 민족이 달라도 '호주인'이면 관계없지만 그 외의 외국인 - 아마도 주로 학생, 여행객을 말하는 듯 - 의 거주를 제한하려 했던 듯.

이 의원과 관련된 황당 일화가 있는데, 지금은 유명해져서 유머로도 사용 될 정도라고. 한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Are you xenophobic?"(xenophobic한 성향을 가지고 계십니까? =  외국인을 싫어하십니까?)하고 물었는데, Pauline Hanson이 대답하기를 (옛날 영국 영화에 할머니들 처럼 입을 삐죽 내밀고) "Please explain~." (xenophobic이 무슨 뜻이죠?) 했다는.

첨에 딱 저 두마디만 듣고는 왜 웃긴 거지, 하고 잠깐 고민했는데, 정말로 저 뜻을 몰라서 물은 거라는 게 안 믿어졌기 때문이다 -_-;;; 첨엔 '모르는 척' 했기 땜에 웃기다는 줄 알았따. 근데 정말로, xenophobic 정책의 중심에 서 있는 저 사람이 xenophobic이라는 말의 뜻을 몰라서 기자에게 되물었다는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 -_-;;;

Pauline Hanson이 만든 정당의 이름은 One Nation. 이름에서부터 딱 감이 온다... -_- 극우파의 끝에 있고, 그 중에서도 아주 소수 세력이라고. 지금은 사기죄로 감옥에 있고, 얼마 전 자신이 만든 그 정당에서 나와 Pauline Hanson이라는 자신의 이름 그대로의 당을 만들어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고. 이 정당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건 정치적 입지가 있거나 동의해서라기보다... 음.. 우리나라로 치면... 허경영후보를 사람들이 아는 이유와 같달까? -ㅅ-;;; 그다지 힘이있거나 지지를 받는 세력은 아니다.

호주가 다민족 다문화 국가라고 해서 의식적, 정책적으로 사회의 다양한 계층, 다양한 구성원에게 '열린 국가'가 아니라는 건, 최소한 구성원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건, 나에겐 새로운 사실이었다. 하긴, 복지가 좋은만큼 세금이 쎄긴 하지만 외국인(워킹 홀리데이 비자 홀더들)에게 매겨지는 세금이 너무 쎄다는 점에서 눈치챘어야 했을 수도 있다. 외국인은 일을 해도 세금이 40%에 가까우니 원...

한국을 떠나기 전에 노남이랑 지나랑 만나서 이것저것 물어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둘이 동의했던 점 중 하나가, 호주가 정말 좋았고 다시 가고 싶지만, 살고 싶지는 않다는 이야기였다. 난 한 육개월쯤 지나서였나, 그 때 쯤 부터 여기라면 눌러 살기에 괜찮은 나라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가장 큰 이유가 다민족 다문화 국가여서 가능한 장점들이었고. 그리고 다민족 다문화 국가라는 사실에, 큰 의미의 똘레랑스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내가 접한 사회에서 그 기대는 어느정도 맞아 떨어지고 있었고.

그러나 거기서 거기까지 기대하기엔 약간의 무리가 있다는 걸, 이 날 안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상대적으로 (음..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열린 국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겸둥이 Talia가 잘 하는 쓰잘데기 없는 선물질 :)

덧글

  • 광영 2010/12/29 00:11 # 삭제 답글

    잘봤습니다; Pauline Hanson 에 대해서 검색해보다 보니 들렀는데 정작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꽤 소수파였군요; 잘나가는 정치인인줄 알았더니;
  • 우람이 2010/12/29 00:29 #

    몇 년 전 얘기니까 시차 감안하고 들으세요~ 성향상 메이저가 될 법한 사람같진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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