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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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주말. 김천 + 옥천 + 차부집 딸 정인이 일상 everyday

토요일에 김천 할아버지한테 하도 전화가 와서 엄마아빠가 다녀오시는 길에 덤으로 붙어 다녀왔다. 아빠한테 하우스자두 기술을 배우신 분인데, 일년에 몇 번 씩 내려가서 둘러봐 드려야 마음 편해 하신다고. 논산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김천(경북)에 갔다가, 다른 아저씨 보러 옥천(충북)에 들렀다가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 김천에서 저녁으로 산채정식을 먹었는데 아이고 맛있더라 ㅋ 무디도 따라왔는데 애기 데리고 먼 여행도 애만 점잖으면 괜찮다는 걸 알았음. 아유, 어찌나 점잖은지, 애가 저렇기만 하면 나도 하나 낳을 수도 있겠다(아직 낳겠다는 아님 -.-)는 생각까지 들었다.

김천 할아버지가 시설비를 센터에서 대준다는 것에 눈이 뒤집히셔서-_-; 하우스를 몇 동이나 더 씌우셨다. 아빠는 좋은 소리 안 나온다고 걱정하시고. 일을 벌려도 사람이 관리가 가능한 만큼만 해야 하는데, 시설비 무료라고 덮어놓고 하우스를 씌워 놨으니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게 당연. 한 동 안에서도 문 앞은 열매가 손톱만하고 뒤쪽은 꽃도 다 안 졌다. 한 동 안에서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난다는 건 온도 관리가 제대로 안 되었다는 거고, 출하할 때도 물량 조절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근데 무엇보다 올 해 저렇게 질러놓으시고 내년에 과로로 앓아 누우실 것 같다는 게 아빠의 걱정.

김천은 자두의 고장이라 농가도 많고 출하량도 많지만 그만큼 소비량도 많다. 논산에서 나오는 아빠 물건은 대부분 서울이랑 대전쪽으로 풀리지만, 김천 쪽 물건은 그쪽에서 대부분 자체 소비로도 소화가 된다. 서울로 올라가기도 하지만 물량은 얼마 안 되고, 주 소비 지역은 경북과 그 아래쪽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그 쪽 사람들이 자두를 '먹을 줄' 안달까. 그러니까 하우스 물량을 늘리면 돈이 더 벌어지기는 할 텐데(하우스 자두가 훨씬 비싸니까), 편하게 노지로 생산해도 제 값 받고 다 팔리고, 먹고 살고 남을 만큼 벌 수 있는 거다. 근데 그렇게 욕심이시니 아빠는 이해가 안 되시는 거. 할아버지 할머니 나이도 70이 넘으셨고 자식들도 다 서른 넘어서 돈 들어갈 데도 없다는데. 애인 델고 오면 산채정식 또 사주신다고 약속 하셨기 땜에 쓰러지시면 안되는데 -.-;

상에 이런 사진이 있다. 음식 아니고 사진임 ㅋ

다른 건 그냥 나물이고 전이고 찌개려니 했는데, 예전에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로만 봤던 '배추전'을 드디어 먹어봐서 좋았다. 기사에서 본 그대로 큰 배추 잎 하나에 옷을 얇게 입혀서 부쳐낸 모양이라 딱 보고 배추전인 줄 알았다. 심심하면서 고소한 것이 맛있었다. 그 기사는 서울에서 경상도로 시집가서 배추전 부치는 법을 배우신 분이 쓰신 거 였는데, 제사상이나 명절상에 꼭 올라가는 음식이고 경상도 남자들이 명절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었다. 기억나는 대로 김천할머니 한테 읊었더니, 맞어 맞어 하시면서 "부쳐내는대로 소쿠리 째 손으로 찢어 먹으면 질(제일) 맛있지." 하셨다.   

옥천에 계신 분은 아빠가 처음 시골에 내려가셨을 때부터 영농기술을 가르쳐주시던 학원이 아저씨네 인데, 원래 사과랑 딸기를 오래 하셨는데 재작년에 다 정리하고 옥천으로 옮겨서 포도를 시작하셨다. 이제 나무가 다 커서 올 해부터 수확 하신다고. 은상이네 딸기를 좀 가져갔더니 좋아하시더라. 아빠가 차에서 내가 먹을 거 한박스, 김천 할아버지네랑 학원이 아저씨네랑 드릴 거 두박스씩 해서 다섯박스를 은상이네서 사오셨다. 은상이네에서는 학원이 아저씨네 간다니까 하우스에서 만든 딸기잼 한박스 챙겨 주셨다고 했다. 딸기도 딸기잼도 두분이 딸기 하실 때 지겹게 보시던 거라, 가져 가면서도 "딸기 하시던 분들인데 딸기 반가워 하실까?" 했었다. 근데 아주머니께서 딸기를 드시고는 맛있네, 하시면서 배시시 웃으셔서 우리도 웃었다. 

"여기는 수박하고 딸기가 귀해유. 딸기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네.(웃음) 다른 건 하고 싶은 건 없는디유, 딸기는 아직도 하고싶어유. 딸기는 하고 싶더라고. 저어쪽 어디에서 몇 동 하는 집도 있긴 있다던데..."

논산이야 공식 '딸기의 고장' 이지만, 충북은 가까운데도 날씨가 추워서 딸기 농가가 귀하다고 한다. 직장인에게 직무 선호도가 있듯이, 농사 지으시는 분들은 농작물 선호도가 있다. 딸기는 아직도 하고 싶어유, 하시는 모습이 딱 그랬다.

오고 가는 차에서 엄마한테 "인제 나 춤 춘다는 얘기 하지마~ 이번에 할머니한테 갔더니 밤 새 춤 얘기 하시더라. 춤추다 바람난 아줌마들 얘기ㅋ", 했더니 "얘기한 데가 없는데..." 하시며 그 얘기가 할머니한테까지 들어갔을 리가 없다고 한참을 갸웃갸웃 하셨다. 그리고는 잠시 후 짐작가는 데가 있다시며 약간 성질을 내셔서 깜짝. (나한테 말고 그걸 할머니 귀에 들어가게 한 사람에게ㅋ) 할 얘기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얘기가 있지, 하시면서 그 사람은 왜 그랬대, 하고 성을 내시더군. 이런 걸로 엄마들끼리 의 상하면 안되는데 -_-;

아빠 엄마가 좋다. 감사하고 사랑하고 그래야 하고, 뭐 이런 건 그렇다고 치고, 그냥 아빠 엄마가 참 좋다.

+ "할머니한테 용돈을 받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야. 주시는 건 반갑게 받되, '돈 주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일도 없이 그쪽에 왔다갔다 하지 말라는 말이지. 사람이 마음이 추해지잖아. 아빠 말 무슨 뜻인지 알지?"

+ 차부집 딸이 착하다는 얘기를 엄마한테 꽤 들어왔는데, 오늘 실제로 만났다. 충대 다니면서 엄마 쉬시라고 주말마다 엄마 대신 가게를 봐주러 내려왔다니, 요즘 애 답지 않게 얼마나 착해. 근데 착한 데다가 키도 크구 곱더라. "언니 너무너무 만나보고 싶었어요! 동안이세요! 성격 너무 좋으신 거 같애요!" 얘는, 언니 부끄럽다 *-_-*

+ 일단 웃자. 하하하하. 엄마 쪽으로 중매가 들어왔었다고 한다. 엄마가 중간에서 됐다고 하셨다는데, 와 나 나이 많이 먹었구나 -_-;;;

+ 집에 자두꽃이 한창이다. 한 동은 꽃이 한창이고, 옆 동은 손톱만한 열매가 다글다글.
자두꽃. 왜 다 핀 건 안 찍고 요것만 찍었을까 -_-;

덧글

  • 호접몽 2008/03/16 21:33 # 삭제 답글

    드디어 배추전을 먹어봤구나. ㅎㅎ / 아버님은 정말 좋으신 분이라는 생각을 또 하게 되었네.
  • 우람이 2008/03/16 22:16 # 답글

    아 아저씨도 나름 경상도 사람이지 참 ㅋㅋ 나 없는 동안 아저씨가 돈 쓸데가 없었대, 그랬더니 논산와서 아빠 소주나 사줬으면 얼마나 좋았겠냐 그러시더군 ㅎㅎ
  • 정인이 2008/03/17 22:26 # 삭제 답글

    앗~! 내 얘기도 빼놓지 않고 예쁘게 써주신 언니 고마워요.^^ㅋ
    듣던대로 성격도 넘 좋고 얼굴도 샤방샤방 예쁜 언니 만나서 너무 즐거웠답니다.!
    자주 놀러 올께요.^^*
  • 우람이 2008/03/17 23:48 # 답글

    차부집에 자주 놀러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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