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

꽤 오랫동안 이상형의 외모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 레파토리 - 얼굴은 흰 편, 마른 체형, 안경은 써야 하고, 쌍꺼풀은 없거나 속쌍꺼풀, 그래도 눈은 큰 편. 자알생긴 눈썹과 치아. 목소리가 좋아야 하고, 노래를 잘 하면 금상첨화. 키는 너무 크면 안 되고, 머리는 남자 치고 긴 편이 좋다. 예를 들면 성시경 같은 머리. 뒤로 묶을 수 있을 정도로 긴 머리도 좋다. 짧게 깎은 스포츠형은 별로. 내가 머리를 만질 수 있게, 그리고 바람이 지나면 살짝 출렁이도록 스타일링 제품은 바르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다. 머리카락은 이왕이면 살짝 굵은 웨이브 기가 있는 생머리. 얼굴만 보면 딱 성시경인가? 전체적으로 예쁘장하고 다정다감한 인상을 좋아하고 남자다운 인상은 별로.

성격은 '느끼하고 다정한' 거 좋아한다. '터프하고 남자다운' 성격 딱 질색.

단둘이 만나서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여자친구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애인이 생기더라도 그 친구들과의 '단둘이 데이트'를 변함없이 즐길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서양 음식도 부담없이 먹을 정도로 좋아했으면 좋겠고, 고기는 안 먹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좋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컴퓨터 게임은 안 좋아했으면 좋겠고, 국어를 잘 했으면 좋겠다.

무조건 나에게 모든 걸 맞춰주기 보다는 같이 맞춰갈 여지를 남겨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래서 어느 쪽도 지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서운한 건 서운하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런 것을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으면 좋겠다. 바라는 것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 솔직해지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위해주기 전에 자기를 위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게 결국 나를 위해주는 거라는 것도.

담배는 중독되어 본 경험이 없으면 좋겠지만 피우다 끊었다면 그것도 괜찮다. '여자친구 사귀면 끊을 거야'하면서 아직 피우고 있는 건 안 괜찮다 ㅋ [이유]

혼자 살았으면 좋겠다. 최소한 라면 끓여먹을 정도의 부엌은 간수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인물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잘 찍었으면 좋겠다.

초콜렛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아이스크림도. "난 단 거 안 좋아해." 하는 사람 보다는, 때론 초콜렛 앞에서 같이 무너질 수 있는 남자가 더 매력있는 것 같다.

까칠해져야 할 때와 유순해져야 할 때를 구분하는 기준이 나와 같았으면 좋겠다.

커피에 대해 전문가 수준이길 바라는 건 아니고, 너무 잘 알아서 까탈스러운 건 별로지만, 아주 맛있는 커피와 아주 맛없는 커피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술은 취해도 멀쩡하거나,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안이 개신교라 교회에 익숙하지만 본인은 날라리 신자였으면 좋겠다.

정치, 시사와 같은 주제로 대화가 가능했으면 좋겠다. 모든 사안에 대한 의견이 다 같을 필요는 없지만 정반대는 아니었으면 좋겠고, 시사박사여도 좋겠지만 아니라면 관심을 가질 의지와 바탕이 있었으면 좋겠다.

은은한 향이 오래남는 스킨을 썼으면 좋겠다. 본인의 체취에 대해 민감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관심은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모습을 지킬 줄 아는 동시에 변화에 열려있고, 노력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 관계에서의 노력이란 1. 변하기 위해 노력을 할 의지가 있고, 2. 실제로 노력을 실행하고 3. 그 노력의 결과가 있는 것, 이 셋이 필요하다. 그치만 무엇은 지키고 무엇은 변해야 할 지 결정하는 것도 무지무지 어렵고, 변하기로 결심한다고 해도 사람이 변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이상형이니까 뭔들 못 바래,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남자니까'라는 이유로 내가 기대하지도 않는 부담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돈은 있는 사람이 쓰는 거고, 가방은 가방 주인이 드는 거고.

멋있어야 한다. 내가 홀랑 반하도록 매력 있어야 한다. 여기서 함정은 내 눈이 쫌 특이하다는 거 ㅋ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알아갈 수록 자꾸자꾸 더 반하게 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사랑도 생명이라는 것, 그래서 시간이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사랑이 다 했음을 깨달았을 땐 미안해하기 보다는 마음을 그대로 말 해 줄 수 있는 사람, 상대방의 사랑이 다 했음을 알게 되었을 땐 서러워하기 보다는 진심이었으니까 괜찮아, 하고 담담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스윙은...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여기까지가 지금의 이상형.

그러나 나는 알고있따. 내가 어떤 사람에게 꽂히는 건 처음 만난 후 수 초 이내, 정말 짧은 순간이라는 것을 (..) 이런 저런 계산은 커녕 반하기 전에 이름이라도 따면 선전한거다 -_-; 그러니까 결론은, 남자는 일단 이쁘게 생기고 봐야 한다는 거? '.')a

by 우람이 | 2008/05/10 05:05 | 생각 thoughts | 트랙백 | 핑백(2)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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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형 글을 찬찬히 다시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이... 외모야 타고나는 거니까 어쩔 수 없다지만, 성격이나 습관도 노력 보다는 타고나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해 줬으 ... more

Linked at Jo on the floor .. at 2008/06/05 02:33

... 본이 둘 사이에 로맨틱한 기운을 되살릴 것 같은 기분좋은 상상. 나무와 벽돌의 피칸파이. 기념일마다 보석이나 '신상'을 기대하는 여자친구보다는 이런 여자친구가 더 반갑지 않을까? 내가 이상형에 조건 중 초콜렛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조건을 넣었던 이유도 나도 초콜렛을 선물하고 싶기 때문이다. 단 것 앞에서 약해지는 남자, 귀엽다. 맛있는 파이를 받아들고 좋아서 어쩔 ... more

Commented by 에이프릴 at 2008/05/11 16:13
다정하고 남자다울 순 없을까요?...
없을라나...
Commented by 우람이 at 2008/05/11 20:49
난 다정하고 남자다운 것두 별로 ㅋ 다정만 좋다! 남자다운 건 다 싫다! ㅋ 성정체성의 재정립이 필요한가???ㅋㅋ
Commented by 야오 at 2008/05/14 13:00
이거 읽다가 순간 몇개나 부합되나 세고 있었음..ㅋㅋㅋ
결과...8개 부합에 반개짜리2개..ㅋㅋㅋ
무슨 잡지책에 심리테스트 이런거 하는 기분이였음..ㅋㅋㅋ
Commented by 우람이 at 2008/05/14 14:02
엥? 독특하기도 하셔라 ㅋ 새로운 접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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