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15일
아주 오랜만의 요리, 동생 야식용 피자 만들기
동생은 아빠 식성을 닮았다. 입이 짧지만 식사 때는 많이 먹고, 아침엔 입맛이 없지만 밤에 배가 고프면 잠을 못 자서 꼭 야식을 먹는다. 요즘엔 동생이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그니깐 군대 가기 전엔 학생이긴 했는데 학교는 잘 안 다녔는데 요즘엔 시험과 조모임에 시달리며 정말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평일엔 술을 마시는 일이 거의 없다. 학교에서 공부(세상에 이런 날이 오다니 ioi)를 하고 집에 오면 밤 11시 반~12시 사이인데, 학생식당에서 저녁을 먹었기 때문에 오자마자 먹을 것을 찾는다.
근데 이 때 얘가 먹는 걸 채워놓는 일이 쉬운 게 아니다. 단 걸 안 좋아해서 빵이나 떡, 과자류는 있어도 안 먹고, 짭짤한 걸 찾는데 전자렌지 기준 조리시간이 1분 30초가 넘으면 안 된다 -_-; 본인은 자기가 짠 걸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조리시간이 얼마 이하인 것만 먹는지도 모르는데 옆에서 관찰한 바로는 그렇다. 염치가 있어서 나더러 뭘 해달라고는 안하기 때문에 본인이 대충 해 먹는데, 그래서 주로 야식으로 먹는 건 군만두, 핫도그, 냉동피자, 라면 정도다. 그것도 지금은 나랑 같이 살아서 내가 사다놓으니까 이렇지, 내가 없을 땐 삼각김밥이나 떡볶이를 사먹거나 치킨이나 족발을 시켜먹었다고 한다. 슈퍼에서 장봐다 냉장고 채우는 것도 할 줄 모르는 게지.
냉동식품 중 군만두나 핫도그는 맛이 예상 가능한데, 냉동피자는 해동된 걸 본 적이 없었다가 어제 처음으로 동생이 냉동피자를 먹는 걸 봤다. 음... 냉동피자는 이상하게 마트에서 찾기가 어려워서 동네슈퍼에서 발견해서 사다 둔 건데, 한눈에 딱 봐도 너무 부실했다. "이건 피자긴 피잔데 내 입맛이랑 좀 안 맞나봐. 너무 싱거워~" 동생은 자기 입맛 따위 없기 때문에 웬만하면 음식 맛없다는 소리를 안하는데, 그런 애가 저런 말을 할 정도면 정말 맛없는 거다 -_-; "그럼 케찹 뿌려 먹으면 되지." "아 그렇구나~~~~ 유레카~~" 어우 바보 -_-;
그래서 오늘 피자를 구웠다. 예전이었으면 반죽부터 유기농 밀가루에 첨가물 다 챙겨 넣어서 만들었을텐데, 오늘은 도우 만들기 귀찮아서 또띠아에 할까 바게뜨에 할까를 고민하고 있더라 -_-; 절충해서 피자빵믹스로 도우를 만들기로 하고, 햄, 피자소스, 피자치즈를 샀다. 만드는 김에 나도 먹을 수 있는 것도 한 판, 총 두 판.
내 꺼. 버섯 파인애플 고구마무스 피자. '단맛 + 피자치즈의 짭짤한 맛'이 은근 괜찮은 조합임.
동생용 햄 듬뿍 ,치즈 듬뿍, 버섯 약간 피자
냉장고에 있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넣는다! 양은 대~강 넣는다! ㅋ
두 피자의 가장 큰 차이는 고구마무스 vs 피자소스, 햄 안 넣기 vs 햄 듬뿍. 다른 재료는 비슷한데, 들어가는 양이 차이가 난다. 내가 먹을 고구마무스 피자는 햄을 안 넣는 대신 버섯과 파인애플, 올리브를 많이 넣고, 동생 용 햄 듬뿍 피자는 햄을 많이 넣어서 버섯과 파인애플은 장식 정도만.
도우를 반죽해서 랩을 씌워 냉장고에 30분 숙성.
그동안 재료 준비.
30분 숙성이 끝나면 한 덩이를 꺼내서 편다. 포크로 구멍을 내고 2차 발효.
2차 발효는 오븐에서 40도 온도에 30~40분 정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대강 남는 시간 만큼, 15분 쯤 했다. 1차 숙성이 끝난 이 시점에서는 반죽을 펴도 다시 오그라들고 포크 자국도 다시 올라온다.
2차 발효가 끝난 상태. 이 때는 펴기도 잘 펴지고 포크로 구멍을 내도 그대로 있는다.
소스 대신 사용하는 고구마 무스를 깔고
버섯, 양파, 파인애플, 올리브를 얹어서 오븐에 넣고 '자동조리-피자' 코스로 7분 쯤 굽고
꺼내서 피자 치즈를 얹어서 5분쯤 더 굽는다. 처음부터 피자치즈를 얹으면 너무 타버리니까..
완성, 버섯 파인애플 고구마무스 피자! 너무 싱거울까봐 걱정했는데 간도 딱 맞고 아쥬 맛있다 :D
이번엔 동생피자. 이때는 시간이 없어서 2차 발효 생략. 남는 고구마 무스를 띄엄띄엄 얹고, 햄을 깔았다.
피자 소스를 바르고, 양파, 버섯, 파인애플, 올리브, 햄을 얹어 10분쯤 굽는다. 요걸 더 두껍게 해서 좀 더 익혔음.
피자 치즈를 얹고 7분 더 구워서 햄 치즈 버섯피자 완성! 동생은 한 번에 많이 먹으니까 6조각으로 잘랐다.
안 버리고 모아둔 조각피자 포장지에 넣어서 냉동실로 고고싱.
근데 이 때 얘가 먹는 걸 채워놓는 일이 쉬운 게 아니다. 단 걸 안 좋아해서 빵이나 떡, 과자류는 있어도 안 먹고, 짭짤한 걸 찾는데 전자렌지 기준 조리시간이 1분 30초가 넘으면 안 된다 -_-; 본인은 자기가 짠 걸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조리시간이 얼마 이하인 것만 먹는지도 모르는데 옆에서 관찰한 바로는 그렇다. 염치가 있어서 나더러 뭘 해달라고는 안하기 때문에 본인이 대충 해 먹는데, 그래서 주로 야식으로 먹는 건 군만두, 핫도그, 냉동피자, 라면 정도다. 그것도 지금은 나랑 같이 살아서 내가 사다놓으니까 이렇지, 내가 없을 땐 삼각김밥이나 떡볶이를 사먹거나 치킨이나 족발을 시켜먹었다고 한다. 슈퍼에서 장봐다 냉장고 채우는 것도 할 줄 모르는 게지.
냉동식품 중 군만두나 핫도그는 맛이 예상 가능한데, 냉동피자는 해동된 걸 본 적이 없었다가 어제 처음으로 동생이 냉동피자를 먹는 걸 봤다. 음... 냉동피자는 이상하게 마트에서 찾기가 어려워서 동네슈퍼에서 발견해서 사다 둔 건데, 한눈에 딱 봐도 너무 부실했다. "이건 피자긴 피잔데 내 입맛이랑 좀 안 맞나봐. 너무 싱거워~" 동생은 자기 입맛 따위 없기 때문에 웬만하면 음식 맛없다는 소리를 안하는데, 그런 애가 저런 말을 할 정도면 정말 맛없는 거다 -_-; "그럼 케찹 뿌려 먹으면 되지." "아 그렇구나~~~~ 유레카~~" 어우 바보 -_-;
그래서 오늘 피자를 구웠다. 예전이었으면 반죽부터 유기농 밀가루에 첨가물 다 챙겨 넣어서 만들었을텐데, 오늘은 도우 만들기 귀찮아서 또띠아에 할까 바게뜨에 할까를 고민하고 있더라 -_-; 절충해서 피자빵믹스로 도우를 만들기로 하고, 햄, 피자소스, 피자치즈를 샀다. 만드는 김에 나도 먹을 수 있는 것도 한 판, 총 두 판.



두 피자의 가장 큰 차이는 고구마무스 vs 피자소스, 햄 안 넣기 vs 햄 듬뿍. 다른 재료는 비슷한데, 들어가는 양이 차이가 난다. 내가 먹을 고구마무스 피자는 햄을 안 넣는 대신 버섯과 파인애플, 올리브를 많이 넣고, 동생 용 햄 듬뿍 피자는 햄을 많이 넣어서 버섯과 파인애플은 장식 정도만.


다른 건 평범한데 오늘 고구마무스 만들고 나 혼자 넘어갈 뻔 했음; 넘 맛있어서; 예전엔 고구마 무스 만들 때 올리고당, 요구르트, 마요네즈 같은 걸 넣었던 기억이 나는데 오늘은 그냥 있는대로 버터, 우유, 건포도, 소금을 넣었다. 피자 소스 대신 깔 거라서 좀 짭짤하게 하느라고 소금을 넣고, 단 맛은 더 첨가하지 않았는데, 이게 그냥 먹어도 너무너무 맛있는 거지 +_+ 지금까지 만들어 본 고구마 무스 중 제일 맛있었고 피자헛 고구마 샐러드보다도 맛있었음; 아무래도 마요네즈 대신 버터를 넣은 효과가 큰 것 같다.










아빠 친구분들 중엔 나랑도 친한 아저씨가 많다. 그 중에 예전에 이런 말씀을 하신 분이 계셨다. "자식을 안 가지고 싶다고? 허허 내 얘기 들어봐." "지가 싫다는데 냅둬유~" (우리 엄마;;;) "막무가내로 가지라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든 논리가 있어요. 요새 애들은 그냥 말 해서는 안 되고 논리를 가지고 말을 해야 되더라고. 자 아저씨 말을 들어봐. 자식은 '너'를 위해서 가져야 해.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사는 낙이 사라진다. 기쁠 일도 별로 없고 슬플 일도 별로 없어. 사람이 일평생 살면서 변함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찾는 건 자식 뿐이다. 내 속에서 나같이 생긴 게 나와서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는 그 때의 기쁨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야. 그렇지만 다 장성해서 품을 떠나도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기쁨이 차는 건 세상에 자식같은 게 없어. 그런 기쁨의 샘이 없다는 건 나이 들어서 정말 후회할 일일 거다." 내가 들어봤던 '자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 중 가장 설득력 있는 말씀이었고, 지금까지도 그렇다.
피자를 만드는데 문득 저 말씀이 떠올랐다. 동생 먹으라고 냉장고를 채우면서, 피자를 만들면서, 꿀물을 타면서 바라는 게 있다면 '잘 받아 먹는 거' 하나다. 아가페 사랑이나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사랑에 비할 바는 안되지만 보답을 기대하지 않는 종류의 사랑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이건 '연인을 향한 사랑'과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내가 동생에게 무언갈 줄 때 바라는 게 있다면 '이것이 동생이 좋아하는 것이길' 하는 것과 '동생이 기쁨으로 받는 것'이 전부지만, 연인사이에서는 확실히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라는 느낌이 있다. 만약 내가 애인을 위해 피자를 만든다면 요리 하는 내내 '고맙다, 이쁘다'는 뜻의 뽀뽀를 상상할 것 같으니까. 그리고 그게 맞는 것 같다.
끝없이 퍼주기만 해도 좋은 대상을 가진다는 것, 영원한 사랑의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 그런 의미로서의 자식이라면 가지고 싶기도 하다. 변함없이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을 가진다는 거, 변덕쟁이 B형인 나에게 오랫동안 참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피자를 만드는데 문득 저 말씀이 떠올랐다. 동생 먹으라고 냉장고를 채우면서, 피자를 만들면서, 꿀물을 타면서 바라는 게 있다면 '잘 받아 먹는 거' 하나다. 아가페 사랑이나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사랑에 비할 바는 안되지만 보답을 기대하지 않는 종류의 사랑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이건 '연인을 향한 사랑'과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내가 동생에게 무언갈 줄 때 바라는 게 있다면 '이것이 동생이 좋아하는 것이길' 하는 것과 '동생이 기쁨으로 받는 것'이 전부지만, 연인사이에서는 확실히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라는 느낌이 있다. 만약 내가 애인을 위해 피자를 만든다면 요리 하는 내내 '고맙다, 이쁘다'는 뜻의 뽀뽀를 상상할 것 같으니까. 그리고 그게 맞는 것 같다.
끝없이 퍼주기만 해도 좋은 대상을 가진다는 것, 영원한 사랑의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 그런 의미로서의 자식이라면 가지고 싶기도 하다. 변함없이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을 가진다는 거, 변덕쟁이 B형인 나에게 오랫동안 참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 by | 2008/05/15 17:30 | 리뷰 review | 트랙백 | 핑백(1) | 덧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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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으로 너무 맛있어보인다 ㅜ.ㅜ
해명 / 인간 본능인 이기심에 호소해버리시니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어요. 반갑습니다 :)
정우 / 먹어보면 보이는 것보다 더 맛있다 ㅋㅋ 나 요즘 슬슬 예전 손맛이 돌아오나봐 ㅋ
음식도 맛있어 보이지만 마지막 이야기가 가슴에..
아 좋네요
ㅡㅡ; 둘이 한판씩 먹은거야? ㅎㄷ
전 해먹고 싶어도 오븐이 없어서ㅠ
양갱매니아 / 감사합니다 ^^
도야 / 뭔소리야... 한나절 고생해서 하루에 날려? -_-;;; 냉동했다고 마지막에 써 있잖아; 내 꺼 맛이 궁금해서 한 조각 먹고 다 냉동! 저걸로 일주일은 버텨주길 기도 중이야;;
비공개님 / 제가 감사하죠... ^^
리씨 / 네 맛있습니다! ㅋ
사랑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