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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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절망 생각 thoughts

연애를 안 해서 좋은 점 하나. 절망할 일이 없다. 내가 아닌 남이라는 존재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실망하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나에게 절망하는 건 일흔번 씩 일곱 번 용서할 수 있는 나니까 괜찮은데, 남에게 절망할 때의 그 기분은 아무리 반복되어도 적응이 안 된다. 남에게 하는 절망이란 이런 것. 너는 나의 특별한 사람이니까, 라는 이유로 때론 아주 사소하고, 때론 비이성적이기까지 한 그런 바람들을 품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포기하고를 반복하는 것. 포기 했음에도 또 기대하고 실망하고 다시 절망할 준비가 되어 있는 '내 마음에 대한 절망'은 옵션.

사실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는 것을 한 사람에게만 기대한다는 것부터가 잘못 끼운 첫 단추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그런 기대를 가진다는 사실이 애인이 있다는 것, 연애를 한다는 것, 그 사실에 대한 보증수표 같은 것이다. '우리 둘'의 관계, 아니 그 전에 '그 사람에 대한 나의 마음'을 확인받고 안심 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 그 사람으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것 보다 나를 안정시키는 것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 기대와 바람의 화학적 결합, 절망이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분명해지는 내 연애관, 나의 연애는 내가 좋아해야 (시작도 그렇지만) 유지될 수 있다...

때론 쪼잔하도록 사소한 것에, 때론 너무 중요해서 정성을 모아 시도한 대화에 절망한다. 그 하나하나의 절망들에 마음이 쿵쿵 내려앉고, 그 과정의 반복에 마음이 무뎌져 감을 느낄 때 즈음 나는 예감한다. 응, 다 포기하는 날이 있겠구나. 그렇겠구나..

요즘 그 사소한 절망들이 없으니 좋다. 그 절망의 시작인 '사소하거나 비이성적인, 때론 중요한 바람을 가질 대상'이 없다는 사실이 참 편하다. 같은 사람과의 같은 상황에 마음이 가벼운 것도 새롭고 재미있다. 내가 말 할 차례에 어색한 침묵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홀가분함과 맥을 같이 한달까.

'절망한다는 행위'는 '소통을 원하고 시도할 대상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러니까 지금의 홀가분함은 손톱 반 쪽 정도의 외로움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근데 지금은 그마저 좋다. 느껴져야 외로움이지, 내가 느낄 수 없는 감각은 지금 나에겐 존재하지 않는 거니까.

"마음속에서 그리움이 사라졌소. 다시는 시를 쓰지 못할 것 같아요. 아무것도 그립지 않으니 마음이 지옥이오."
신경숙, 깊은 슬픔 中

나는 아무것도 그립지 않아서 마음이 천국인데. 메~롱 :p

+ 아, 그건 그렇고, 뭐? 오늘이 키스데이? 그 따위 건 뭔가효오 먹는 건가효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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