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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3집 발매 기념 콘서트, 백암아트홀 리뷰 review

언제 어디서 누가 물어도 내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 정재형 ;o;

2002년 6월, 월드컵과 기말고사라는 두 가지 악재를 물리치고 쫓아갔던 연대 백주년 기념관에서의 콘서트. 그리고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오빠는 참 길었죠? 하고 묻는데, 개인적으로 그 6년이 이십대의 초중반이어서 그동안 신상에 굵직굵직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기분이 묘했다. 지난번 콘서트 때 내 정서가 소녀였다면 지금은 어딜봐도 다 큰 아가씨.
콘서트 초반에 오빠가 말했다. "공연기획사 분이 그러시는데요, 동률이 공연은 티켓 구매 패턴이 남성 관객이 여자분에게 잘 보이려고 두 장 사는 경향이 제일 강했대요. 근데 제 공연은요, 60퍼센트가 여자분 (-여기까지 들으면 여자분이 두 장 샀대요, 라고 짐작하기 쉽지만-) 여자분 혼자 오신 분들이시래요." 와하하하하하. 어쩐지 티켓을 찾을 때 "xxx씨, 한 장 맞으세요?" 하고 물으시는 톤에 감흥이 없더라니. 오빠는 그러면서 "그러니까 쑥쓰러워하실 거 없어요. 알겠죠? 우리 다 혼자 왔어요. 옆에 두 분이 오신 분들 계시면 그 분들이 어쩌다 둘이 오신 거구요, 우리 다들 혼자 왔으니까 옆사람 신경 쓸 거 없이 부끄러워하지 말고 놀아요." 하핫. 정말 정재형 공연은 어떤 사람에게는 만사 제쳐놓고 손꼽아 기다릴 공연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누가 공짜 티켓을 준대도 안 갈, 그런 공연일 거다.

6년 전에 나는 혼자 연대 백주년 기념관 1층 약간 왼편 중간 쯤에 앉아서 콘서트 내내 소리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던가... 정재형 1집을 구입하면서 좋아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실제로 보는 오빠 모습에, 정말 너무 좋아서 공연 내내 질질 짰다. 손만 까딱해도 울고 마이크만 바꿔 잡아도 숨 죽이고...

그 때 혼자 갔던 이유는 첫째는 원래 혼자 잘 다니니 이 공연이라고 혼자 못 갈 이유가 없었고, 둘째는 이 공연은 아마도 누구랑 같이 가는 게 더 어려웠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셋째 이유는, 남자친구가 없었다. 남자친구가 있었어도... 잘 모르겠다. 있었으면 같이 갔을 수도 있다. 콘서트에 다녀온 직후에 생겼던 그 당시 남자친구와는 정말 세상 어디라도 같이 다닐 듯이 물불 안가리고 붙어다녔으니까. 모르는 게 많아서 두려울 게 없었던 그런 연애. 요즘 같았으면 남자친구가 있었어도 혼자 갔을 것 같다. 나에게 정재형 콘서트는 혼자 보고 싶은 공연이다. 내 눈에 다른 남자를 향한 하트를 애인에게 보여주는 건 예의가 아니기도 한 것 같고. 길에서 잘생긴 남자만 봐도 눈에 하트가 그려지는 나지만 정재형을 향한 하트는 진심가득 -저 사람 어떻게 보쌈해 갈 수 없을까- 하트기 때문에 애인 보여주기 쵸큼 위험하다 -.-;


오빠 콘서트 사이의 공백, 그 6년 동안 나는 두 번의 연애를 시작했고 끝냈다. 공교롭게도 먼저 콘서트 직후 하나의 연애가 시작되었고, 이번 콘서트 직전에 다른 하나의 연애가 끝났다. 지난 번 공연에서 공연 내내 오빠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면, 이번에 흘린 것은 군침이었다. 으. 이것이 소녀가 아가씨로 변신했다는 것을 제일 잘 보여주는 것이리라. 6년, 그 시간동안 소녀는 죽었고 아가씨가 태어났다. 오빠의 다음 공연에서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번 공연 포스터. "Le Voyageur for Jacqueline"

백암아트홀은 완벽한 공연장이었다. 일단 공연장 크기가 어떤 공연을 해도 모든 좌석에서 잘 보일 정도로 적당했고, 시설도 딱 필요한 만큼 좋았고(시설 쓸따리없이 과하게 좋은 것도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거 마음에 들었음), 사운드는 완전 짱이었고, 의자마저 약간 구닥다리처럼 보였지만 아주 편했다. 게다가 언니들은 촬영을 제지하실 때 마저 어찌나 고상하고 친절하신지! 요즘 다녔던 공연장에서 실망을 자주 했는지라 이 곳 직원들에게 더욱 감동했는지도.

공연은 1부, 게스트,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영화 음악과 그와 비슷한 분위기(대부분 우울)의 곡들로 채워졌고, 게스트는 김동률씨, 2부는 1부보다는 약간 발랄한 곡들로 채워졌다. 1부에서는 말을 일부러 아끼기로 했다고 오빠가 그랬는데, 오빠 말 한 마디, 숨소리 한 번이라도 더 듣고 싶은 심정이지만 연주를 듣는 걸로도 전혀 서운하지 않을 정도로 정말정말 공연이 좋았다. 워낙에 음악이 좋기도 하지만 (에헴 -ㅅ-) 편곡이... 편곡이... ㅠoㅠ)=b 공연 내내 정신이 오락가락; 이러니 공연 끝나고 밤샘스윙가서 한참동안 정신을 못차린 게 당연;

지난 번 공연에서는 오빠는 왼쪽에서 피아노를 치고, 그 오른편으로 20인조 정도의 오케스트라를 아예 무대에 올려놓고 한쪽 구석에서 재일이(그 정재일. 꽃미남 왕영계 천재 뮤지션 정재일)가 컴퓨터를 만지고 가끔 기타를 연주했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3집에서 시도한 '장식하는 느낌이 싫어 오케스트라를 배제'와 전자음을 적극적인 활용한 사운드에, 기존에 사용하던 멜로디가 강한 악기들을 얹었다! 무대 구성은 오빠가 왼쪽에서 피아노, 그리고 바이올린, 첼로, 반도네온(아코디언 종류같아 보였음), 다재다능 퍼커션이 무대 중앙, 그 오른쪽으로 기타, 그리고 재일이가 가끔 기타를 연주했다. 아, 코러스 언니오빠들의 생 손뼉소리를 악기로 활용한 곡도 있었는데 정말 센스 작렬이었다! 전자음으로 틈없이 채워진 사운드를 찌르던 아날로그 리듬이라니. 거기에 여전한 매력을 과시하시는 피아노와 보컬만으로 이루어진 여백 가득한 노래까지.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버린 공연 정말 오랜만이었다.

근데 남자들이 현악기를 연주하면 왜 그렇게 섹시한 걸까? 특히 첼로오빠, 달려가서 넥타이를 풀러주고 셔츠를 뜯어버리고 싶다는 상상을 계속 했다 -ㅅ- 아, 그리고 기타치는 오빠 넘넘 귀여웠다 ㅠoㅠ 세상에 정재일 옆에서 정재일보다 귀여울 수 있다니, 이건 뭐 초인적인 귀여움;; 특히 기타칠 때 얼굴 표정이 완벽한 쿠우!!

정재형의 보컬은 참 신기하다. 이승철이나 나얼처럼 타고난 보컬리스트라기 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목소리를 100% 컨트롤 할 줄 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정재형씨 곡이 대부분 노래부르기 참 난해하다. 음의 고-저를 자이로드롭처럼 오가야 하는 부분도 많고, 여하간 상당히 '부르기 어려운' 노래들이다. 자기 목소리를 악기 다루듯이 다루면서 원하는 소리를 꺼내는 기술. 이거 뮤지션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상의 보컬 같다. 게다가 피아노를 치면서도 노래를 부를 때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게스트는 김동률씨 였다. 1부가 끝나고 잠시의 적막이 흐른 후 누가 쓰윽쓰윽 걸어나와 피아노 앞에 앉는데, 마치 이루마를 처음 봤을 때 같은 충격이었다. 지금 당신이 나이가 몇인데 그렇게 소년삘이삼? ioi 연주를 보면서 노래를 들으면서 - 두 곡 불렀는데 히트곡이 아니라 내가 되게 좋아하는 곡들이었다 - 든 생각은... 역시 우리 오빠가 최고라는 생각 '.')a 동률씨야 공인된 실력파 뮤지션이라는 걸 전제로 깔고 하는 얘기인데,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었다. 우리 오빠 공연 모습은? 그 둘이 구분이 안됐다. 손을 보면 피아노만 치는 것 같고, 노래를 들으면 노래만 부르는 것 같았다. 예전엔 동률씨 새 앨범 나올 때마다 동률씨도 1등으로 올려야하나 고민하곤 했는데, 그래도 정재형과 같은 선에 두기는 무리인 이유를 확실히 이해했음. 그냥 나의 아주 주관적인 뮤지션 선호도 얘기다.

1등은 경쟁자 없는 선두 정재형이지만, 2등으로 좋아하는 뮤지션은 무지 많다 -.- 요즘 라디오에서 울 오빠랑 배틀모드이신 영석님(자꾸 울 오빠 괴롭히시면 확 삼등으로 강등시켜버꺼에염 -_-+++ 요즘 새 앨범도 안내시믄서 -.,-)을 비롯하여 동률옹, 임현정온냐, 조규찬씨, 성DJ, 오태호님, 윤상씨, 유리상자, 거미, 효신씨, 코나, 요즘 개그맨으로 오해받는다는 종신옹 등등... 뭐 꼽기 시작하면 너무 많아지니까 오늘은 그만; 어쨌든 동률씨 보니까 좋기는 무쟈게 좋았다. 얼마전에 헤드윅 콘서트에 갔을 때 그 근처에서 동률씨도 공연을 하고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때 정재형이 게스트로 나왔었다고 한다. '꼭 그것 땜에 나온 건 아니구요' 했지만, 일종의 품앗이 출연. 하하.

그 외에 손님은 엄정화와 장윤주였다. 엄정화씨 생각보다 훨씬 이쁘더라. 노래는 뭐... 노래 자체가 부르는 사람의 가창력의 비중이 크지 않은 곡이어서 그다지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장윤주씨! 얼굴 이쁘고 몸매 이쁘고 어리고 유명한 건 안부러운데, 왜 그런 사람이 울 오빠랑 친하기까지 한거야요?! 음악 작업 하고 있다는 건 오빠 책에서 봐서 알고 있었는데 들어보니 사람도 음악도 괜찮기까지 하다 -_- 뷁. 보컬리스트가 아니라 뮤지션이 되려고 차근차근 준비해 온 모습이 예뻐보이기도 하고. 이런 준비 과정을 모르면서 무조건 '모델이 가수한다고 설친다'며 공격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기 때문에 윤주씨 응원해주고 싶어졌다. 보컬이 도톰하고 예쁘장 한 것이 '스웨터'의 보컬과 느낌이 비슷한데 그보다 더 끌린다. 개인적으로 스웨터의 보컬은 한쪽 코 막고 부르는 목소리 같아서 별로 안좋아하는데 윤주씨 목소리는 듣기 좋았음. 예비팬 한 명 확보하셨수 :) (그래도 미운 건 미운 거다!!; 이쁜데 착하기까지 한 것 들이란 -.ㅜ)

공연에서 아쉬운 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1부가 끝나고 게스트가 나온다는 걸 모르고 화장실에 가신 관객이 제법 있었다는 것. 이건 어찌되었건 진행상의 문제다. 아, 일단 공연장의 입장에서 관객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건 "불이 안켜졌으면 쉬는 시간 아니에요!" ;) 이건 쉬는 시간도 그렇고 앵콜 때도 마찬가지. 관객석에 불이 안켜지면 앵콜 외치고 있는 거고, 불이 켜지면 앵콜이 계획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공연에서 1부가 끝났다고 했지 쉬는시간이라는 공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관객석이 불도 안켜졌던 걸 생각하면 쉬는 시간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되었든 대다수의 관객이 쉬는시간인 것으로 오해했다는 것은 진행에 미숙한 점이 있었다는 거다. 고객은 왕. 응?

두번째는 조명. 무대에 대형 액정화면과 조명장치가 있었는데 관객을 향해 박치기 수준으로 심각한 빛이 자주 쏟아졌다. 1부에선 진짜 선글라스라도 끼고 싶었음 -┎ 그러나 콘서트에서 영상과 조명을 활용한 것은 정말 멋진 시도였다. 특히 영상은 공연에서 비중이 상당히 컸음.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부작용이었달까? 다음에는 이 부분을 좀 더 고려하면 관객이 물리적으로다가 보기 편한 - 눈을 안 감아도 되는 - 더 좋은 공연이 될 것 같음 ;)

공연장에서 정재형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 텀블러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애써 꾹꾹 참았다. 오빠한테 만원 더 쓰는 건 어렵지 않은데, 어차피 안 쓸 걸 알면서 샀다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천덕꾸러기가 되어있는 '정재형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 텀블러'를 보는 건 너무 가슴 아플 것 같아서.


우리 오빠, 말하는 거나 하는 짓 보면 가끔 어디다 내놓기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오빠 음악을 들을 때면 팬이라는 게 막 자랑스럽다. 언제든 누구에게든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는 뮤지션이 있다는 사실도 고맙고. '이 정도면 끝을 쳤다' 싶을 때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하는 멋진 모습, 그 때마다 반하고 또 반하고 또 반하다 못해, 이제 내가 오빠를 좋아하는 건지 오빠 음악을 좋아하는 건지도 헷갈리는 지경이다. 진짜 능력만 되면 보쌈해오고 싶다. 원하는 음악 작업 다 할 수 있게 지원해준다 하면 기꺼이 보쌈 당함을 즐기실 것도 같고. 그럼 난 능력만 키우면 되는 것인가!;


오빠, 했다하면 더 이상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공연 보여주는 오빠, 이제 학교도 졸업 하셨겠다 한국에 계시겠다, 다음 공연은 지난번처럼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니죠? 공연 이제 자주 하실거죠? 부탁해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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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weetpea 2008/06/30 12:13 # 답글

    얼마전 몰래 링크 해놓고 훔쳐만 보고 있었던 1인 이에요 ^^;;

    김동률씨랑 정재형씨 콘서트 한다는 얘기 보고 너무너무너무 가고 싶었는데 사는곳이 외국이라 못갔거든요.
    근데 정말 포스팅 읽으면서 제가 그 자리에 있었던것처럼 내내 두근두근 했어요.

    고맙습니다.. ^^
  • 우람이 2008/06/30 18:31 #

    우왕 진짜진짜 반가운 덧글 >_< 제 주변에는 대부분 정재형이 누군지 잘 모르고 베이시스 얘기까지 꺼내야 알아보는 사람들 뿐인지라 -.ㅜ 사실 전 베이시스 때는 별 관심 없다가 오빠 1집 때부터 빠순이가 된거라 베이시스 얘기 재미 없어하거든요 ㅋ 재밌게 읽으셨다니 제가 고맙습니다~ ^o^♬
  • 어멋 2011/07/21 08:34 # 삭제 답글

    구글에서 정재형씨 기사 검색해 보다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네요.

    정재형씨의 오랜 팬이시군요.^^ 저는 이제 기껏해야 두어 달 된, 팬이라고 하기까지는 아직은 시기 상조인...정재형씨와 그의 음악을 차근차근 알아가고 공부해가고 있는 단계....라지요

    맛깔나는 글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 우람이 2011/07/21 09:13 #

    아... 전 요즘 알 수 없는 상실감(?) 괴로워하며 오빠를 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덜 유명해도 내남자 같았을 때가 좋았지 요즘처럼 만인의 연인 되는 거 시러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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