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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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금단증상 같은 거 없구나. 생각 thoughts

나름 20대 후반(흑;)인데 20대 중 싱글로 보낸 시간이 1년 남짓 뿐이다. 그나마도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연애 금단증상 같은 게 있을까봐 약간 걱정했는데, 둔한 게 무기인 건지 그다지 모르겠다. 처음엔 '실감하지 못하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도 그대로인 걸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짜아식, 튼튼해서 좋다.

첫사랑이 아주 훌륭했다고 해서 다음 사랑은 꼭 그보다 진 일보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경험을 통한 배움으로 보다 나은 내일을 지향하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연애는 예외. '사랑의 기술'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그걸 결정하는 건 나의 성장이기 때문에 연애도 예외이지 않아야 하지만, 파트너라는 변수가 결국 연애를 예외이게 한다. 그래서 아주 훌륭했던 연애는 다음 연애에 도움이 되기보다 기대치를 높여 오히려 해가 되기 쉽다는 사실. 살짝 우울.

아끼는 장소가 많다. 같이 아꼈던 장소도 많다. 그 사람과 헤어졌다는 이유로 그 수많은 장소들에 발길을 끊지 않을 나를 알고 있다. 그리고 다시 방문하더라도, 그게 혼자든 친구와 함께 든, 별 생각 없이 그 곳을 즐길 것을 알고 있다. 또 한 번의 연애가 시작되더라도, 새로운 사람과 함께 그 장소들을 방문하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때서야, 새로운 사람의 손을 잡고 방문한 그제서야 그 곳을 배경으로 하는 한 얼굴을 보내면서, 새 사람의 얼굴을 들이면서, 한 번 더 이별하고 한 번 더 새 만남을 실감할 것을 알고 있다. 그 수많은 장소에서 그 일은 꼭 한 번씩 치뤄내야 하는 일임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아프다기 보다는 그냥 덤덤하게 치뤄낼 과정들. 그런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다. 문제는 연애에 대한 나의 태도. 지금보다 조금만 더 덤덤해지면 연애세포들이 통점도 온점도 잃어버릴까봐, 그게 조금 두렵다. 이런 걱정 해 본 적 없는 사람처럼 눈에 뵈는 게 없는 불 같은 연애, 꼭 한 번만 더 해봤음 좋겠는데. 따뜻하고 안정적인 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거니까 그런 거 말구, 그 때 밖에 할 수 없고 짧아서 더 아름다운 그런 거 있잖아. 콩닥콩닥 안절부절 그런 거.

외롭다기보다 자유롭고, 무료하다기보다 마음 편한, 색깔은 없지만 무채색으로도 나름 괜찮은 지금의 일상. 자유로움이 외로움으로 변하고 정기적으로 누군가와 연락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쓸쓸하게 느껴진다면, 아마 그제야 한참의 시차를 두고 연애의 금단증상이 발병(?)했다고 할 수 있겠지. 근데 생각해보니 예전엔 그 사람만이 모든 의미를 가졌고 연애 자체에 대한 의미 따위 생각할 여유 없었는데, 이제 사람은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연애가 어쩌고 금단증상이 저쩌고를 주절대고 있다니, 연애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뭐랄까, 폭삭 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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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 on the floor :) : 10월 31일, 초콜렛 데이즈, 키스보다 진한 뽀뽀 2009-10-31 23:51:25 #

    ... 굴을 들이면서, 한 번 더이별하고 한 번 더 새 만남을 실감할 것을 알고 있다. 그 수많은 장소에서 그 일은 꼭 한 번씩 치뤄내야 하는 일임을...경험으로 알고 있다. [포스팅] + 비오니까 연애하고 싶따. 나도 키쮸보다 찐한 뽑뽀 하고 싶따아. 흥. 흥흥. ... more

  • Jo on the floor :) : 후자였으면 좋겠다 2010-01-03 22:38:21 #

    ... . 그냥 누군가의 손을 잡고 그 사람의 어깨에 기대 가만히 숨만쉬고 있어도 좋은 그런 시간이 그립다. 애정을 받고 싶은 것 보다 애정을 쏟을 대상이 그리운 것 같다. 연애의 금단증상은 끊자마자가 아닌 끊고 한참 후에야 오는 건가. 아니면 다음 연애가 오고 있다는 신호일까. ... 후자였으면 좋겠다. ... more

덧글

  • Ky-ness 2008/07/01 10:29 # 답글

    27세 까진 20대 중반입니다. 중반이고요. 암 중반이고 말고요....(으허엉 ㅠ)
  • 우람이 2008/07/01 11:42 #

    막 뭔가 상당히 감사합니다 ㅋ
  • 비티 2008/07/01 11:28 # 삭제 답글

    ㅋㅋ 잼있소... 난 요즘 몹시도 그눔의 금단 증상을 겪고 있는데... ㅠ.ㅠ
  • 우람이 2008/07/01 11:45 #

    연애 금단증상에는 발바닥에 땀띠 날 때까지 춤추는 게 약~ ^o^♬
  • LaJune 2008/07/01 16:40 # 답글

    29세까지도 20대인걸요. 그러나저러나... 쓰신거 보니 어쩐지 '건어물녀 신드롬'이 떠오르는걸요. '호타루의 빛'이라는 만화에서 나온 신조어지요.

    드나들기는 좀 되었는데 이제 인사드립니다. ^^;
  • 우람이 2008/07/02 09:04 #

    지금 저 '건어물녀' 검색하게 만드시려고 일부러 이러시는거죠? ioi (찾아보니 요만큼 공감대가 형성되기는 합니다만...;)

    반갑습니다 :D
  • 빌리 밥 2008/07/01 17:22 # 답글

    연애를 모르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바쁘게 살아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ㅋ
  • 우람이 2008/07/02 09:07 #

    아무리 바빠도 일단 대상이 있으면 '돌격앞으로 모드'겠지만... 그런 거 없이 무료함을 못 느낄 정도로 바쁜 건 바람직한 것 같아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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