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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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 혹은 봉숭아 생각 thoughts

과일이 날이 가물 수록 당도가 높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봉선화 꽃도 날이 가물 때일수록 물이 진하게 든다. 그래서 요즘처럼 날씨가 오락가락 할 때는 잎을 미리 따다가 말려주는 것이 필수. 사전을 찾으니 봉선화나 봉숭아나 같다고 나오니까 나에게 익숙한 봉숭아로 계속 부르겠따- 집에 도착하니 식구들이 나 오면 들여달라고 하려고 이렇게 미리 따다 말리고 계셨다. 잎을 따는 것까지는 간단한데 그 다음 과정들은 꽤 귀찮다. 네 제가 해드려야지요... 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엄마가 해주시던 것들이 어느새 입장이 바뀌어 버린 게 은근 많다 -_-;
봉숭아는 원래 잎이 물이 더 잘 들기 때문에 잎으로만 하기는 해도 꽃으로만 들이지는 않는다.
(잎을 따서 냉동해두면 한 겨울에도 들일 수도 있지만... 봉숭아물은 모기 잡아가며 여름에 들이는 게 제 맛 ㅋ)
콩콩 찧자! (요즘엔 이 반죽을 진공포장해서 파는 것도 같던데...)
소금을 넣는 집도 있는데, 우리집은 요걸 넣는다. 효과는 확실히 명반이 좋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모르고 싶음;
예전엔 랩이나 비닐봉투를 잘라서 했지만 언젠가부터는 요걸로 간단하게-
다독다독 반죽(?)을 얹고
비닐을 씌워 묶는다~ 그리고 하룻 밤 푸욱 잔다~
식구들을 다 해 줬더니 내 손은 이 모양~ 이거 생각보다 오래 간다 -_-;
아침에 일어나면, 짜잔~
무디가 자길래 몰래 해줬는데 잠결에 쥐어 뜯기 시작하더니 십분도 안 되어서 다 뜯어 내 버렸다. 그래도 저렇게 남았음.

어렸을 때는 봉숭아 물을 들이면 하룻밤 만에 빨강에 가까운 주홍색이 되었다. 그 진한 색이 예뻐서 더 진하게 만들고 싶어 일부러 두 번 세 번 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아무리 몇 번씩 들여도 그 색이 안 나오는 거다. 아마 사춘기가 지나고 였으니까 초등학교 고학년 쯤 이었다. 왜 안 되지, 왜 안 되지 고민하는 내게 엄마는 나랑 같이 들였지만 나보다도 색이 연하던 엄마 손톱을 보여주시며 "어른이 되면 손톱도 강해지기 때문에 애들 때랑 같은 색이 안나오나봐." 하셨고, 나는 그 여름 내내 나의 주홍빛 손톱을 보면서 아쉬워했다. 이제 내 손톱은 다시는 그 '빨강에 가까운 주홍색'으로 물들일 수 없다는 게 왜 그리도 서운하던지. 하룻밤을 참은 내 엄지 손톱과 십분만에 쥐어뜯은 무디의 엄지 발톱 색이 비슷한 것을 보고 그 때 생각이 문득.

엄마가 해주던 때까지는 생각없이 열 손가락을 들였던 것 같고, 사춘기를 지나면서부터는 '다 들이면 촌스러울 거야, 넷째랑 새끼만 들이면 좀 세련되지 않을까, 둘째랑 넷째는 좀 특이해서 괜찮지 않을까'(풋) 이런 근거 없는 생각에 열 손가락 중 너덧개만 들였던 기억이 나고, 사춘기도 다 지나고 스물 몇 살 부턴가는 어느 손가락인가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번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오른손으로 작업을 하다보니 왼손은 다 들이고, 오른손은 작업용 손가락만 남기고 들여서 일곱 개.

아참, 열 두살 시골 소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어른들의 무책임한 한마디, "한 번 들인 봉숭아물이 첫 눈 올 때까지 남으면 첫사랑이 이루어 진다-" 그럼 우리 동네 애들은 단체로다가 첫사랑이 열다섯번씩은 이루어 졌어야 했다고요~ 누가 책임질 거냐고요~ ㅋㅋ

덧글

  • 벨레 2008/07/21 14:58 # 삭제 답글

    우람이님 발인가하고 깜딱 놀랬다는.-_-;
  • 우람이 2008/07/21 21:18 #

    저게 제 발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o;

    제 발이 좀 많이 거친 편인데... 음.. 아무도 안 궁금한 사실을 장황하게 설명을 하자면, 사람 만지기(?)를 좋아하시는 우리 어머님의 말씀에 따르면 부드러운 순으로 순위를 매기면, [우람이 아빠 온 몸] > [우람이 아빠 발바닥] > [우람이 손바닥] >>>>>넘사벽>>>>>>>> [우람이 발바닥] 이랩니다 -ㅂ-;;; 제 발 굳은살이 웬만한 남자도 저리가라 수준. 발톱 깎으면서 시간 있을 땐 칼로 잘라내기도 하는데 그럼 발톱 깎아낸 것보다 굳은 살 잘라낸 게 더 많아요 -ㅂ- 컴플렉스... 라기엔 제가 너무 신경을 안쓰는데, 가끔 어디다 내놓기 좀 그렇기도 합니다 ;o;
  • 이세희 2009/05/19 15:59 # 삭제 답글

    제가 궁금한건 이게 아니고 그 봉선화 종에는 뭐가 있냐는 거에요
  • 우람이 2009/05/19 23:39 #

    so what-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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