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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자연사 박물관 전 리뷰 review

언제부터였을까... 아마도 채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였던 것 같다. 채식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책 '소박한 밥상'은나에게 인간에게 '식생활'이 가지는 의미와 비중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그 질문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관심'으로번져갔다.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중 정말 강력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같은 질문에 대한 결론은'역사'와 '자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뜬금없는 결론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역사'와'자연'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으로 번지기까지의 과정은 상당히 유기적인 생각거리들의 연속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학창시절에는 암기에 약한 탓에 국사든 세계사든 역사라면 질색을 했다. 그리고 '자연'이나 '과학'은 실생활에 관련된 내용이 아니면 '도대체 뭐하러 배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시골에서 자라서 자연과 친숙한 것과는 별개다. 자연과 가까이에서 자란 어린시절은 나에게 자연에 대한 관찰과 관심보다 정서적인 면에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박물관 같은 건 아예 '싫어할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모든 것의 역사가 진지하게 알고 싶고, 재미있다. 특히 자연에관한 것이라면 더 그렇다. '널린 게 무료 또는 매우 저렴한 박물관'인 호주에서 예전같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작은 박물관도웬만하면 다 챙겼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리고 이번에 렛츠리뷰 러시아자연사박물관 전을 신청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
난 공룡에 관심을 가져 본 기억이 없다. 그나마 공룡이 나오는 것을 본 것은 '쥬라기 공원' 시리즈 뿐인데, 그것도 '어린이 오락영화'였기 때문이지 공룡 때문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러시아자연사박물관에서 관심을 가지고 보니 공룡, 그 놈 참 볼 만하더라.지금도 공룡을 보면 입을 떡 벌리고 눈에 하트뿅뿅을 띄우는 남학생들 - 동행인 - 과는 거리가 멀지만 설명 한 마디 한마디를 놓치기 싫어 귀를 기울였고, 관람을 마치고 뒤로 돌아 재관람을 해도 된다는 말에 출구쪽은 쳐다도 보지않고 뒤로 돌아 재관람을 택했다.
타르보사우르스. 티라노사우르스의 할아버지 뻘.

입장을 하면 일단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타르보사우르스의 전신 골격에 압도된다. 그리고는 방금 설명이 시작되었다는 표 받으시는분에 말씀에, 설명을 듣고 있었던 엄마와 아들 커플쪽으로 후다다다 달려가서 같이 설명을 들었다.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아리까리할 정도로 어려보이는 분이 열심히 설명 중. "우리 친구 몇 살이에요? 지구는 몇 살일 것 같아요? 이 지구는요, 우리친구보다도 나이가 많구요,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구요, 할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구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보다도 나이가많구요..." 설명 스크립트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쓰여졌던 모양. 취학 전 아동에게 선캄브리아대부터 지구의 역사를 설명하는 일이쉽지 않을텐데, 옆에서 보기에 조금 지루해 하기는 해도 아이가 설명을 따라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애기 엄마랑 나도끄덕끄덕 하면서 설명을 열심히 들었고, 재미있었다. 그냥 관람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마침 비가많이 온 날 오후 시간이라 관람객이 거의 없어서 편하고 여유있게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아, 한 가지 기억하고 싶은거, 시대 구분의 기준은 '식물이 멸종된 시기'라고 한다.

내가 관심깊게 본 것은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의 차이점. 설명해주는 언니가 같이 설명을 듣던 아이에게 화석이 나올 때마다 치아를 살펴보면서 이건 초식일까, 육식일까를 묻는데, 처음엔 부담스러워하던 아이가 (취학전으로 보였으니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중생대 중간쯤을 지나면서는 자신있게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앞발) 봐라... 몸에 비해 정말 기형적으로 작다 -_-;


상식적으로 예상 가능하고 알고 있었던 특징(예를들면 이빨이 뾰족하느냐 뭉툭하느냐)도 실제로 화석을 보면서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했고, 알지 못했던 부분을 새로 알게되는 것도 재미있었다. 메모를 바탕으로 초식공룡과 육식 공룡의 특징을 간단히 비교해보면

초식공룡
  • 이빨이 네모고, 몸에 비해 작고, 납작하고 뭉툭하다. (사람 어금니 모양)
  • 가끔 날카로운 송곳니 같은 큰 이빨이 양쪽에 하나 씩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이빨은 갈고리 모양으로 풀을 베는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송곳니와 다르다.
  • 발톱이 뭉툭하고 작다.
  • 전반적으로 얼굴이 넓적하다.
  • 알의 모양이 동그랗다.
  • 주로 방어용 무기가 발달했다. (뿔, 갑옷)
  • 초식공룡은 육식공룡의 먹이이기 때문에 개체 수가 육식공룡보다 훨씬 많았다.
육식공룡
  • 이빨이 날카롭고, 길쭉하고, 크다. 이빨 안쪽에 톱니가 있는 공룡도 있는데, 쉽게 말해서 고기 써는 나이프 안쪽의 톱니가 이빨 안쪽에 있다. 이거 실제로 보는데 아주 신기했음;
  • '미로같은 이빨'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육식공룡이 있었는데, 몸이 2등신으로 머리가 전체 몸의 반을 차지하고,머리의 대부분은 입이다. (악어랑 비슷) 이 공룡은 입 천장에 이빨이 미로처럼 나 있어서 동물을 잡아먹을 때 입을 벌렸다가닫으면 됐다고 -_-;
  • 발톱이 크고, 날카롭고, 휘었다.
  • 전반적으로 얼굴이 길다.
  • 알의 모양이 타원형이다.
  • 주로 공격용 무기가 발달했다. (이빨, 발톱)
기타
  • 공룡을 나누는 기준 중 하나로, 골반을 구성하는 3개의 뼈 - 좌골, 장골, 치골 -의 모양을 기준으로 하는 분류법이 있다. 이기준에 따르면 공룡을 '용반류'와 '조반류'로 나눌 수 있는데, 조반류는 모두 초식공룡이고, 용반류는 초식공룡과 육식공룡 둘 다있다. 조반류는 새의 골반뼈와 비슷하다는 의미인데, 초식공룡만의 특징을 찾아보려고 그림을 열심히 봤는데 잘 모르겠더라.
  • 덩치만으로는 초식공룡인지 육식공룡인지 분류가 불가능했다. 치아를 보는 편이 가장 쉽고 빠르고 정확했다. 초식공룡의 이빨은 놀랄 정도로 사람 어금니랑 비슷하다.
  • 육식공룡은 앞발이 유난히 작고, 짧고, '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 다리로 서 있고 앞에 작은 손이 붙어있는형상이랄까. 초식공룡은 비교적 균형잡힌 '네 다리'로 '기는 모양'이 대세였던 것과 대비되는 특징. (물론 예외도 있었음)
  • 초식공룡은 정말 제각각으로 생겼고, 육식공룡은 상대적으로 머리모양이라든지 모습이 '같은 종'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이번 박물관 전에 전시된 화석은 80% 이상이 진짜고, 나머지는 모형cast이다.(각 화석에 표기 되어있다.)그런데 안내하시는 분이 cast의 가치에 대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설명하셨다. 희소성을 위해 하나당 3개까지만 제작하고,전문가들의 손길로 2년에서 7년의 시간이 걸리고, 하나당 최소 3억을 호가한다는 설명까지. 강조에 강조를 거듭하는 모습을보다보니 "에이 가짜야?" 하는 관람객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근데 난 여기서 봤던 화석들이 전부 cast만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이 박물관 전의 가치가 크게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화석을 보면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정보는 cast에도 다있다. cast가 정교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진품에서'만' 볼 수 있는 차이는 나 같은 일반 관객은 느낄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 의식적으로 관심을 가지려고 해도 정서적으로 공룡에 Ross처럼 빠져들지 못하는 나의 특수성도 인정한다 -_-;) '내 눈 앞의 이 뼛조각들이 정말 그 시대에 살았던 생물의 흔적이라니!' 이런 류의 감동 느끼기도 했고 그런 걸 원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지만, 솔직히 그런 진품은 생색내기용으로 한 두 개만 있어도 나에겐 큰 차이가 없다. 여튼 하고 싶었던 말은, cast의 가치를 폄하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 :) "그럼 이건 가짜인거에요?" 라는 질문을 하고 그렇다는 대답을 들으면 더 보려다가도 그냥 지나치시는 분을 몇 분 봤는데, 그런 이유로 더 볼 수있던 걸 못보고 지나친다면 그거 다 자기 손해잖아요 ^^;

중생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고, 그 이외에는 사진 촬영이 허용 되었다. 근데 매머드 보러 가서는 그걸 몰라서 사진을 못찍었다 -_-; 전체 규모는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20분이면 다 훑어볼 수 있을 정도였는데, 설명을 들으며 꼼꼼히 보고, 매머드까지 보고 와서 뒷걸음질로 중생대 공룡화석을 재관람 했더니 1시간도 넘게 있었다. 물론 그렇게 오래 걸린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이거였지만 -ㅅ-;;;
여기서 좀 오래 놀았다. 재밌더라고 -ㅅ-;;;

가장 큰 소득은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을 나눈 기준을 사람에 도입한다면, 사람은 채식을 주로 하는 잡식동물로 분류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요즘 내가 접한 책들은 주로 사람이 초식동물(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이번에 살펴 본 공룡을 분류하는 기준과 겹치는 것도 있고, 내장기관의 구조 등 다른 이유도 많다.) 이었고,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들이었다. 나는 모든 사람이 완전 채식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물론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설사 원래 초식동물이었다고 해도 잡식 동물로 진화한 것이 지금의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더 많은 자료를 접하고 더 생각해 볼 문제. 완전히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어쨌든 렛츠리뷰 덕분에 좋은 관람을 하고 왔다. 근데 이거 리뷰 적는데 엄청 오래 걸렸는데, 쓰면서 든 생각이, 공짜가 공짜가 아니야!!!! -_-;;;;;;;;;; 리뷰를 욕심대로 적으려면 정말 며칠을 끙끙대야한다;; 그러니까 렛츠리뷰는 꼭 하고 싶고 잘 할수 있는 것만 신청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야겠다고 다짐;


렛츠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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