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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라이프, 당신의 장면은? 생각 thoughts

이동진 기자의 [그날의 기억]이라는 글을 보고 "당신이 선택할 장면은 어떤 것입니까?"이라는 질문에 나는 어떻게 대답할런지 궁금해졌다. 다행히 '없을 것 같아서 걱정'은 아니고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겠지' 하는 걱정이다.

'원더풀 라이프'는 씨네큐브 1관에서 혼자 본 영화다. 그 때 내가 몇 살이었는지, 누구를 만나고 있었는지, 유명하지도 않았던 이 영화는 어쩌다 보러 간 건지 같은 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날 내 자리가 중간 뒤쪽이었고,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스크린이 해변의 모래처럼 부서질 듯 밝은 햇살로 가득찬 장면이 많았다는 건 찍어둔 영상처럼 기억이 난다. 중간에 잠깐 졸았던 것도 기억나고(씨네큐브에서 혼자 영화 보는 걸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이상하게 영화가 아무리 좋아도 90% 이상 꼭 2~3분 정도 존다;), 영화 내내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한참 멍한 상태였던 것도 생생하다. '원더풀 라이프', 정말 좋아하는 영화다.

질문에 대한 답, 내가 가지고 가고 싶은 장면은 오래 걸리지 않아 떠올랐다. 맑고 깊었던 어떤 소년의 사랑과, 그 사랑을 받던 기억. 매일이,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모두 감동이었던 시간 가운데, 젖은 화선지에 떨어뜨린 먹 한 방울처럼 크게 번지던 한 마디가 있었다. 어느 날엔가 그 소년은 정말 행복하게 웃다가 얼굴에서 웃음을 정리하고 눈을 맞추며 "너에게 사랑받는다는 게 어떤 건지 가르쳐주고 싶었어."라고 말했다. 이 찬란한 고백에 나는 잠시 당황을 했고, 1분 쯤 지났을까, 정신을 차리며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아까 행복하다는 말을 했어야 했어..' 아마 그 때부터였다.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 때 '행복하다'라는 말을 입밖으로 하기 시작한 것이.

나는 정말로 그 때 그 소년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어떤 건지 배웠다. 그리고 그 때 그 아이의 솔선수범(?)을 보면서 사랑을 주는 법도 배운 거라고, 그렇게 믿고있다. 돌려준 대상이 그 아이가 아니었다는 것이 미안할 따름. 그러게 연애 끝날 때 아쉬운 것 중 하나가 죽 쒀서 남 주는 기분인데(이거 내 동생도 대공감하던데 ㅋ) '세상 청춘남녀가 다같이 하면 결국 자기에게 돌아온다고 믿는 수 밖에 없지' 싶다. 그 친구, 지금도 그런 고백을 주고 받는 사랑을 다른 누군가와 하고 있기를. 그렇다면 내 마음도 기쁘겠다.
제주도 때문에 오랜만에 감상적인 모드에서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는 듯 -.- 정작 정리할 글은 많은데 옛날 생각이나 하고 있고..;

덧글

  • 2008/10/29 04: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우람이 2008/10/29 08:55 #

    한참 전이죠... 이번에 이대아트하우스 모모(씨네큐브가 이대에 새끼쳤어요- ㅋ)에서 10월의 마지막 밤에 '씨네아트 블로거 상영회'라는 걸 하는데요, 6개의 영화를 놓고 투표를 진행했는데 '원더풀 라이프'가 뽑혀서 특별 상영을 한다고 해요. 저는 11월 1일에 매우 중요한 일이 있어서 가면 안되는데도 투표에 참여했고... 아마도 결국 보러 갈 것 같아요 ;o; 이 영화 다시 극장에서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닐테니까요...
  • 레이나 2008/10/29 21:32 # 답글

    아 정말요?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근데 이 영화 할 때 여자 주인공이랑 감독이랑 한국에 왔었던게 기억이 나네요. 뭔가 신비롭던 그 남자배우(모델 출신이라고 얼핏 들었던;;)가 안와서 좀 섭섭했는데.. 보러가야겠어요. 영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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