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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의 피부 관리, 오이를 붙이고. 생각 thoughts

썬크림도 제대로 안바르고 닷새동안 제주도를 굴러다녔다. 그래놓고 이렇다 할 뒷처리도 안하자니 피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어제자기 전에 오이를 얇게 썰어 얼굴에 붙였다. 어제 "얼굴이 누렇다."는 할머니가 면박과 빠에서 만난 사람들의 놀림에 집에 오는길에 오이를 사오고야 말았던 것이다. 원래 잘 타는 피부이긴 한데 까매지는 것 외에 아프거나 따갑거나 하지는 않는다. 스쿠터투어 때 난리가 났던 왼쪽 다리도 통증은 거의 가셨다. 다쳐도 금방 아무는 이런 내 피부를 엄마는 '살성이 좋다'고 했다.

'피부는 이영애' 혹은 '피부만 이영애'인 세월을 십년 정도 가졌었다. 어릴 땐 워낙 까매서 티가 안났는데, 중학교 2학년 입시공부(논산은 비평준 지역이라 고등학교도 시험보고 들어갔음)를 시작하면서 햇빛을 못쬐니까 하얗고 티없는 말간 피부가 드러났다. 고등학교 땐 친구들의 부러움도 많이 샀다. 특히 기숙사에 있는 동안은 잘 안 씻는데도 (그 때나 지금이나 씻는 거 싫어함 -ㅅ-) 얼굴이나 머리에 기름이 끼지 않고 뽀송뽀송(악건성. 안씻고 안감아도 3일은 거뜬) 해서 아이들이 많이 신기해 했다. (가끔 겨울에 온수가 나오지 않을 땐 모든이의 부러움을 독차지 했음 -_-;)그렇게 대학 졸업할 때까지, 그러니까 14살에서 24살까지는 관리할 줄도 모르고 관리할 필요도 없는 이쁜 피부를 자랑했다. 지금 생각할 때 재미있는 건, 그 때 난 내 피부가 좋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거다. 그래서 그걸 자랑하거나 뭘 했다는 건아니고, 가끔 거울을 보고 얼굴을 만지면서 혼자 '피부 참 이쁘다' 그랬다. 보통 그러잖아, "그 땐 그게 좋은 건지몰랐어요." 근데 난 알고 있었다. 학부생활 하면서 '나중에 돌아보면 지금이 참 좋은 시절었다고 생각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랑 비슷하다.

여튼, '이영애 피부'의 시간은 갔고, 그게 아쉬운 것도 지났고, 이제는 특별관리가 필요한 때라는 그런 생각도 그다지 하지 않는다. 외모의 많은 부분은 '관리의 효과'보다 '타고나는것'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지라. (땡볕이든 눈밭이든 스킨 외에 바르시는 게 없는 우리 아빠 피부는 까맣지만 비단이다. 내가 아는 중년 남성 중 최고의 피부 소유자! 들러붙어서 뽀뽀할 맛이 난다니까능 -ㅅ-) '동안으로 분류되던 시절'도 예쁜 피부와 함께 가버렸는데, 그래서 처음 만난 사람이 내 나이를 대충 정확하게 알아보는 것도 이제 그다지 서운하지 않다. 나이를 먹었으니, 그게 보이는 거지. 세월을 거스르는 거, 됐다, 피곤하다. 지금 내가 그걸로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그리고 젊었을 때 관리 전혀 안 한 내일 모레 오십인 우리 엄마 외모, 지금 괜찮거덩.

그렇다고 내가 외모에 관심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옷 사는 것도 좋아하고, 사춘기 때 만큼은 아니어도 맵시에 신경 쓰이고 한다. 단지 '가진 것으로 최대의 아름다움'을 만들 때 '가진 것'과 '최대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대한 눈과 생각이 조금 다를 뿐이다. (보통 저렴한 쪽으로 -.-) 부귀영화에도 관심 많다. 비싼 아이크림의 은혜로 팽팽한 눈가를 유지한다고 그게 부귀영화를 불러 올 가능성이 제로인 것을 알기 때문에(사실 아이크림의 효과 따위 그다지 신뢰하지도 않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이는 지혜로운 시각을 키우는 쪽에 더 관심이 있을 뿐.

근데 오랜만에 오이 붙여본 얘기 하다가 멀리도 왔네. 뭔소리를 하는 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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