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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말려주기. 생각 thoughts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강혜정의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려주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눈에 하트가 뿅뿅 박혔던 건 남자였다. "저거 꼭 해보고 싶어!!!"를 외친 것도 역시 남자. 여자는 저게 왜 하고 싶을까, 저게 왜 좋아보인다는 거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여자는 평소에 머리를 말릴 때 선풍기를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시간이 흘렀고, 남자는 괜찮다는 여자를 기어이 앉혀놓고 드라이기를 위잉대며 만족스런 웃음을 짓는 날이 왔다. 여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이게 왜 하고 싶다는 걸까? 어떻게 까먹지도 않았냐, 귀엽게시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가슴 속 로망인 듯 하니 한 번 해 주지 뭐. 근데 나 뜨거운 바람 싫은데 웬만함 대충 끝내라...' 남자는 여자의 머리를 원없이 만지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좋았을까?

머리가 대충 마르고, 드라이기가 멈췄을 때, 여자는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러나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하는 쪽은 남자였고, 남자는 그렇게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영화랑은 좀 달랐지만 역시 좋았어. 이런 느낌이구나.'

그 영화를 보면서 눈에 하트가 뿅뿅 뜬 여자도 있었다. 여자는 "저거 꼭 해보고 싶어!!!"라고 외쳤다.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남자는 드라이기는 겨울에 급하게 양말을 말릴 때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시간이 흘렀고, 여자는 심드렁한 표정의 남자에게 기어이 드라이기를 쥐어준 채 그 앞에 젖은 머리를 들이밀고 돌아앉았다. 남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머리를 말려주는 걸 그렇게 해 보고 싶었던 거야? 여자의 로망인건가, 귀엽게시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색다르기도 하니 이거 한 번을 못 해줄까. 근데 이거 매일 해달라고 하면 곤란한데...' 여자는 남자에게 자신의 머리를 맡겨두고 앉아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상상처럼 좋았을까?

머리가 완전히 마르고 나서야 남자는 드라이기를 멈췄다. 여자는 남자쪽으로 몸을 돌리며 '고맙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하는 쪽은 여자 뿐이었다.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보며 '이렇게 좋아한다면 한 달에 한 번씩은 해 줄 수도 있겠군.'이라고 생각했다.

덧글

  • 프란체 2008/09/08 19:23 # 삭제 답글

    머리 말려주는 남자와 버금가게 멋지다고 생각하는 건...머리를 감겨주는 남자, 머리를 빗겨주는 남자, 발씻겨주는 남자..(인생말년에 등 긁어주는 영감-ㅅ-;;)등등이 있는 듯..(어디까지나 나의 로망..~-_-~)
  • 우람이 2008/09/08 20:42 #

    머리를 만져주는 것까지는 좋아하는데.. 무려 '감겨'주고 '말려'주고 '빗겨'주고까지 여자의 로망일 수 있군요!!;;;;
    (늘그막에 등 긁어주는 건 남녀 불문하고 로망일거라고 생각하는 1人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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