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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리 아이 (Lineage Of The Voice, 2008), 씨네토크(with 이동진기자) 리뷰 review

이동진 기자의 블로그를 RSS 구독하고 있는데, 간간이 시사회 관련 글이 올라온다. 댓글로 일정 순위 안에 신청 글을 올리면 그 시사회 표를 받을 수 있는데, 보통 그런 글은 내가 확인할 때 쯤이면 신청인원이 버얼써 다 차 있다. 처음으로 운좋게 일찍 발견한 시사회가 '소리 아이'였는데, 그 날따라 스케줄이 맞지 않아 갈 수 없었다.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딱 1회 상영을 남겨두고 있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과 시간이 겹쳤던 것. 근데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상영 전에 '소리아이' 예고편이 나오는 것 아닌가. 예고편을 보고나니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동진 기자 블로그에서 뜻밖의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19일 씨네큐브 2관에서 소리아이 상영 후 씨네토크(감독과의 대화)가 있고, 진행은 이동진 기자! 씨네큐브 2관! 이동진 기자님! 얼른 예매를 했다. 예매할 땐 잔여좌석이 거의 남지 않았었는데 실제로 극장에 가보니 자리가 많이 남아있어서 갸우뚱.
"판소리는 온갖 이질적인 소리의 전시장이다."

영화를 보면서 제일 의외의 수확이었던 건 예쁜 풍경들. 호주라는 '굵직굵직한 풍경의 나라'를 둘러본 후로 우리나라의 '아기자기한 풍경'의 아름다움을 만날 때면 눈이 커진다. 스틸 컷으로 내밀어도 우리나라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을 것 같은, 정말 '아기자기한 맛'이라고 밖에 표현이 안되는 한국적인 시골 풍경이 눈을 호강시키고, 그 풍경을 휘적휘적 걸어다니며 자연을 연습실로 사용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수확이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달까.

영화를 보기 전 가졌던 선입견이 있었다. '같은 재주를 타고 난 같은 성별의 두 아이라니, 한 편은 부유하고 탄탄대로를 걷는 아이일테고, 다른 한 편은 어려운 환경에서 어렵게 어렵게 소리를 배우는 아이겠구나. 얘기를 만들려면 그런 아이들을 섭외했겠지.' 하고 생각했다. 영화가 시작되었고, 나는 금방 반성을 했다. '응? 두 아이의 환경이 대조적이라기 보다는 다를 뿐인 건가?' 성렬이의 등장 장면이 너무 화려했기 때문에 했던 오해였다. 내 선입견은 틀리지 않았고, 그 격차는 내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할 정도로 컸다.

씨네토크 때 이동진 기자를 집요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을 격분(!)시킨 성렬이의 환경. 그 환경에 대한 감독의 거리 유지. 나도 대다수의 관객과 느낀바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영화를 보면서 '소녀와 독수리'라는 사진을 생각하고 있었다.
케빈 카터Kevin Carter , 1994년 퓰리처상 수상 작품.
(사진과 작가에 얽힌 사연은 '소녀와 독수리'를 검색하면 나온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현실에 얼마나 개입을 해야하는가'가 실로 어려운 질문이다. 신기했던 건 쏟아지는 비난(!)에 대한 감독의 태도였는데, 현실 개입을 최소화 한 이유로 백연아 감독은 '성열이에 대한 존중'을 꼽았다. 아이가 자신의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우리가 섣불리 판단할 바가 아니라는 것. 그러나 성열이는 이제 겨우 열 살, 영화 제작 당시 아홉 살이었다. 본인의 의사에 대한 존중,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아홉 살에게 우선 적용되어야 하는 권리는 '존중받을 권리'이전에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아니던가. 분명한 건 이 영화가 인권보호 선진국에서 제작되었다면 개봉되기도 전에 아동학대로 더 유명해졌을테고, 성열이 아버지는 처벌되고 성열이는 아동보호소에 가 있을 거라는 거다. 백연아 감독의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이 없는 건 아니다. 성열이가 아버지와 떨어져서 보호시설로 가게된다면, 과연 지금보다 행복하다 말할까. 이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래도, 성열이가 처해있던 환경은 아이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되는 수준이었다. 한 개인의 인격이 인권보다 앞설 수 있는 것은 '본인(성인)의 선택'이 전제되었을 때 일 것이다. 아이는 인격보다 인권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돌아왔고, 나는 두 가지 질문이 있었다. 이동진 기자의 집요한(!) 질문이 이어지는 것을 보다가 생긴 질문과 영화를 보면서 생겼던 질문.

첫 번째 질문은 이동진 기자의 다큐멘터리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난 감독도 관객과 그리 멀지 않은 '관찰자'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그들'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래서 이동진 기자가 감독에게 당사자들에게나 물을 만한 깊이의 질문을 계속 캐묻는(?) 이유가 궁금했다. 백연아 감독이 성열이 아빠도 아닌데 그 질문을 왜 감독한테 하는 걸까. 그것도 저렇게 집요하게. (계속 개인적인 질문을 너무 해서 죄송하다고 하셨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미있었습니다 ㅎ) 그러나 이동진 기자의 답변을 들으니 내가 간과한 부분이 분명히 드러났다. 나는 '편집자가 보여주는 그들'을 보고 있었던 거지 '그들 그 자체로서의 그들'을 보고 있었던 게 아니었던 거다. 이동진 기자는 '극영화라고 해서 다 가짜고, 다큐영화라고 해서 모두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극영화 보다 다큐영화에서 편집자의 개입권이 더 커진다고 생각한다.'고까지 말했다. 그리고 이유 중 하나로, 다큐의 경우 편집을 해야하는 필름의 양이 극영화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는 점을 들었다. 듣고보니 일리있는 말이었다. 다큐를 보는 태도라는 것이 나에게도 요만큼 생겼다. (원래는 별 생각 없었음;)

두 번째 질문은 영화에 대한 질문. 중간에 정체모를 성열이의 노래에 대한 것이었는데, 노래를 채음한 된 과정은 의외로 심플했고, 영화에 넣기로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이 의외로 복잡했다.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 성열이가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마음이 아프지만, 제대로 된 어른이 되었다는 점에서 한 편으로 안도했다.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성열이는 정말 아홉 살 짜리 어른이었던 것 같다.

중간에 혼자 살짝 환호했던 부분은 두 아이 모두 새 선생님들이 "눈부신 발전"을 했다고 평가하는데, 정작 본인들은 "옛날보다 지금이 못하는 거 같다"고 말 할 때 였다. 내가 어디 가나, 또 스윙댄스 얘기지 뭐 ㅋ 발전한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을 볼 줄 아는 눈이 자라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렇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스윙댄스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는 것 같다. 대표적인 멘트 있잖나, 린디 1년차가 어느날 갑자기 이런 말 하는 거. "스윙아웃이 안돼요....." ㅋㅋ

이동진 기자님. 라디오 때문에 목소리는 매우 익숙한데 외모는 사진으로만 봤지 움직이는 생명체(?)인 상태로는 처음이었다.(요즘 TV 출연을 좀 하신다던데 TV가 없으니..;) 익숙한 목소리와 낯선 얼굴의 조화라니, 거참 묘하더라. 첫 번째 질문을 하면서는 내가 질문 안에서 약간 허우적 거렸는데, 거기서 포인트를 집어내어 삭 정리해 답변하시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종종 질문 A에 대해 A'-> A''-> B까지 가버리시던 백연아 감독님과 대조되면서 더욱- ㅋ) 그리고 어제는 꽃분홍 폴로티와 새빨간 안경테라는 엄청난 깜찍 포쓰를 자랑하셨는데, 쵸큼 마음에 들어버렸다 -////-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두 마디.
  1. 판소리는 온갖 이질적인 소리의 전시장이다. (영화를 시작하는 자막)
  2. 구전심수 - 입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받는다



+ 이런 엔딩 음악이라면 다른 극장들에서도 중간에 크레딧 자르기가 쉽지 않을 듯? ㅋ
+ 영화 재미있습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 판소리의 힘이라는 것, 대단합니다. 제가 한국사람이라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들을 때마다 사람을 매료시키는 그 무언가가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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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hoga 2008/09/22 18:50 # 삭제 답글

    김연아 감독이...아니고 백연아 감독입니다 ^^
  • 우람이 2008/09/22 18:54 #

    감사합니다. 수정했어요 ^^

    에궁 이런 말도 안되는 실수라니, 총각 기자님께 정신이 팔려서 그랬나봐요 (..)
  • 모다17 2009/02/01 12:14 # 삭제 답글

    아;; 그리고 이동진 기자님 총각 아니신데;;;ㅎㅎㅎㅎ
    아내분도 계시고 아이들도 있다고 알고 있어요
    ㅋㅋ 이동진 기자님 진짜 동안이신 듯..
    그리고 지금 기자를 하고 계신것도 아닌데 기자라는호칭이 잘 떼지지 않는분..ㅎㅎ
    ^^ 아마도 따로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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