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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고 싶어서 #3, 정동진 리뷰 review

"서있는 기차를 보고 있으니까, 시간도 멈춰있는 거 같아."

창문 너머 바다를 배경으로 서있는 정동진역을 내려다보던 오빠가 말했다. 우리는 역 맞은 편 까페 2층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오빠의 한 손엔 밀러, 무릎엔 카메라, 맞은 편엔 내가 있었다. "멋있는 말이네." 아포카또를 마시듯이 비우고 '장미의 이름'을 읽고 있던 내가 대답했다. 스피커에선 모래시계 주제가에 이어 "I can't stop loving you."가 흐르고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까페 2층. 손님은 우리 뿐이었다. 기차 시간표 때문에 시간을 때우느라 들어간 까페였지만 그날 일정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간이었다. 정동진, 과연 애인이랑 오기 좋은 곳이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동진이 추천 데이트코스라는 말에는 그다지 동의하지는 않는데도 그랬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행동 원칙은 그 때 그 때 '내키는 대로 하는 것' 같다. 꼭 들러야 한다는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도 좋고 부지런히 움직여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좋겠지만, 과연 언제나 그래야만 하는 걸까. 쉬고 싶으면 앉고, 추우면 따뜻한 음료를 마시고, 앉은 자리가 좋으면 게으름도 피우고, 눈 앞의 모습이 좋으면 그 자리에 멈추고, 그래도 되잖아. 그리고 경험상 그랬을 때의 장면들이 제일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 같다. 그 순간이 행복한 것은 물론이고.

사실 삶의 원칙도 비슷한 거 같다. 단지 일상 생활에선 '그러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제약이 많다는 점이 다를 뿐. 그래서 여행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니까. '해야 하는 대로'만 살다보면 나중엔 '내가 원하는 것' 같은 게 존재하는지조차 잊게 된다. 그리고 그건 매력이 없는 사람이 되는 지름길이다. 까페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곳에까지 와서 까페라니.', '커피 값이 비상식적이겠지?', '너무 금방 나오면 커피값 아까운데.." 같은 생각도 뭉게뭉게 들었는데, '따뜻한 곳에 들어가 쉬고 싶은 마음'을 더 크게 들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여행을 왔는데도 '마음 소리 듣기'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까먹을 뻔 했지 뭐야.
다음날 묵호에서 강릉가는 기차안에서 정동진역을 지날 때 SUN CAFE가 보이길래 반가워서.

덧글

  • 2008/12/08 04: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우람이 2008/12/08 07:06 #

    오래된 곳이군요 ^^ 저도 담엔 애인이랑...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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