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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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 생각 thoughts

네 사람


바람이 입을 맞추자 꽃나무는
두 팔에 힘이 풀린 듯 꽃잎을 잡은 손을 놓았다
울긋불긋 내 무릎의 생채기 위로
창백한 꽃잎이 팔랑 주저앉는다
나는 허리를 숙여 꽃잎을 어루만지다
문득 고개를 든다 그리고
반짝이는 나무에게 안부를 묻는다
괜찮으신가. 괜찮다네.








+ 2009년 4월 18일 토요일,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밖에 나가서 놀았다. 아무도 없는 단정한 초등학교 운동장. 새끼 손톱만한 꽃잎들이 띄엄띄엄 내 옷에 내려앉았고, 나는 그럴 때마다 책에서 고개를 들어 햇살을 아구아구 받아먹었다. 외롭기엔 너무 아름다웠던 어느 봄날의 청춘.

+ 시라니, 정말 오랜만이고나. 예전엔 말을 만들어내는 게 어렵더니만, 오늘은 빼는 게 더 어려웠다. 휴.

+ 하핫. 문학 소녀라긴 좀 민망하고, 그보다 어린 문학 꼬마 시절이 있었다. 혼자 장르를 불문하고 끄적인 노트가 보물1호였던 시절. 그 중 시는 이런저런 상은 가장 많이 받았지만 가장 먼저 포기한 장르였다. '읽는 걸로 만족해야겠구나'하면서. 중학교 때 원태연을 필두로 승승장구 하던 하이틴문고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처음 접하면서(지금 생각하면 정말 후회스러움) 시가 '즉흥적인 생각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적으면 되는 말장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후 정호승, 김재진, 최영미 등으로 시작된 다른 시인들의 작품은 충격으로 다가왔고, 시는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마저 황송한 '닿을 수 없이 멀리있는 고귀한 것'이 되어버렸다. 감히 내가 만질 수도 만지려는 시도도 해서는 안되는 그런 장르. 마지막으로 끄적여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구나. 오늘 너무나 완벽한 장소에서 너무나 완벽한 시간을 보내다보니 '시상이 저절로 떠오르다'는 말을 체험하는 것 같았다. 남은 말보다 지운 말이 더 많고 아직도 더 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 아름다웠던 나의 오후가 시라는 형태로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련다.(더 퇴고하다가는 애써 기른 머리가 다 빠질 것 같아서;;)

+ 시에 나오는 꽃나무는 '귀룽나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키가 꽤 컸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내가 앉아있던 벤치쪽으로 벚꽃잎 정도 크기의 흰색 꽃잎을 끊임없이 뿌려댔다 :)

덧글

  • 7won72 2009/04/20 22:33 # 답글

    글을 쓰시는 분들을 저는 정말로 존경합니다. ㅠ.ㅠ 지나가는 길에 글 남기고 갑니다 .
  • 우람이 2009/04/21 18:06 #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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