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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좋은 이별, 김형경 리뷰 review

좋은 이별
김형경 지음 / 푸른숲







중학교때부터 에세이 혹은 수필집이라 불리는 장르를 좋아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계몽적이거나 자기계발 잔소리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이별'은 이별하는 방법을 단계별로 친절하게 설명한 '안내서'정도였다. 가끔 지나치게 친절해서 '교육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자기계발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 당연한 소리만 늘어놓는 경우가 많아서이고, 또 다른 이유는 알 사람은 말 안해줘도 알고 모를 사람은 말해줘도 모를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인상깊은 자기계발서를 접한 적도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예외였고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은 목차를 들춰보는 이상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다.

'좋은 이별'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계발서로 분류될 수도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이 왠지 낯설지 않았던 나의 경우, 읽어가면서 끄덕끄덕 공감하거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읽고나서는 예외적일 정도로 훌륭하다거나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이라는 생각이 든 건 아니었지만, 이 책을 꼭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 몇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 책은 내 기준으로 최소한 '존재의 이유'는 확보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의 전반적인 흐름과는 무관하게 가장 많은 생각을 한 부분은 '최초의 기억에 내포된 심리적 의미'였다. '최초의 기억'은 정신분석학의 용어로, 당사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내는 틀이라고 한다. 난 '최초의 기억'이라는 말을 접해본 적은 있기 때문에 가끔 생각을 해보곤 했는데, 몇 번의 시도 끝에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방에서 바닥에 놓여있던 강보에 싸인 태어난지 얼마 안 된 동생을 관찰하는 내 모습'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동생을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을 그린 그림일기의 한 장면이 나의 최초의 기억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한 정신분석학적 의미로 나의 최초의 기억을 해석하면, 나는 세상을 '반갑고 흥미로운 관찰대상' 정도로 바라본다는 말이 된다. 이거 좀 말이 된다! 생각해보니 최초의 기억이라는 것은 정말 최초의 어떤 순간을 기억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순간이 최초의 기억으로 남으려면 그 당시 그 장면이 반복되었거나, 인상깊었거나, 충격적이었거나 하는 등 기억될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프로이트가 꿈과 성을 무조건, 억지스러울 정도로 연결지으려 했던 것처럼, 약간씩 억지스러운 부분도 자주 보였다. 그래도 한주제를 두고 다양한 예를 찾다보니 그랬으려니 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 예상과는 다른 점이 훨씬 많았지만 읽고보니 '애도심리에세이'란 설명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책. 참 좋다, 하고 마음에 와 닿은 부분도 네다섯번 정도있었고, 두 사람이 서로의 품에 얼굴을 묻고 안겨있는 표지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언지 모를 위로가 되는, 묘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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