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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풀밭 위의 식사, 전경린 리뷰 review

풀밭 위의 식사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난 이 분 이름이 맨날 '전혜린'하고 헷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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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은 절제되고 정확하고 밀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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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기현에게는 큰일 겪지 않고 조심스럽게 살아온 곱고 착한 여자가 어울릴 거라고들 했고, 주변 사람들은 그런 여자들을 소개해주곤 했다. 그 여자들은 기현 자신처럼 밋밋했다. 그를 흔들지도 않을 뿐 아니라 거슬리지도 않았고 처음 보아도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사람들이 어울린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의아했다. 어떤 사람들은 처음부터 남 같지 않다고 하고, 만나자마자 통한다고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서로 다른 말을 쓰는 외국인 같다고 하고, 고래와 기린같이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단번에 서로를 알 것 같은, 심지어 이미 다 아는 것 같은, 그렇게 닮은 사람들이 과연 어울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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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간 아침 햇살이 얇게 발라낸 유리비늘처럼 투명하게 난간 위로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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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은 침묵이 버거웠지만, 단지 그 이유로 공연히 떠들지는 않기로 했다. 때론 말하지 않는 것도 언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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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삶에 지면서 살아가는 가여운 사내일 뿐이지만, 너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너를 얼마나 예뻐하는지 알아주기 바란다. 무슨 일로 나 자신을 생각할 때면, 언제나 너를 함께 생각했다. 꼭 잘 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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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괜찮을까?" 그의 얼굴에 두려움이 서렸다. 그는 두려운 것을 정직하게 두려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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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둘이 있는데도 더욱더 단둘이 있고 싶었다. 자신이 하려는 행위를 의심하듯 그는 손가락 끝으로 나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밥냄새와 미소국 냄새와 맑은 생선 냄새와 바다 냄새와 깊은 산골의 냄새가 차례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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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엇일까. 묻지 않을 것이다. 묻기 시작하면 더욱 모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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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니는 거, 해먹는 거, 옷 갖추어 입는 거, 정리하는 거, 사람 만나는 거, 머리 자르는 거, 목욕탕 가는 거, 다 좋아해요. 그런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제대로 살 수 없어요. 산다는 거, 별다른 거 아니에요. 몸이 기뻐해야 하는 거에요. 무슨 일을 하고 살든, 어떤 인간이 되어 어떻게 살든, 기본은 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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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경은 사랑의 결벽성과 잔인성에 진저리를 치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불운하게도 나는, 기현씨에게 특별한 감정이 생기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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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드글라스는 빛살을 중화시키고 내부로 빛을 범람하게 하지. 장미창은 사랑의 궁극적인 표상이야. 더 많이 더 깊이 사랑한 사람은 사랑으로 인해 다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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