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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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회사원 코스프레, 나쁜 기집애 일상 everyday

+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과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사는 것'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그다지 고민 안 하고 후자를 고른다. 그래서 지금 회사 생활이 매우 만족스럽다. 기본적으로 한 달에 출근을 일곱번 밖에 안 하니까 싫어하기 힘들지만(..), 내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을 한다는 게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남이 쓴 거 번역, 남이 말 하는 거 통역. 근데 또 그냥 단순 노동이라기엔 배경지식과 해석이 많이 필요한지라 지루하지도 않다. (상병 이름 외워야 될 때만 빼고 ㅜㅜ) 내년에 외국에 프로젝트 통역팀에 합류할 기회가 생겨서 고민하다가, 우리 팀 단장님 이하 상사들이 지금 워낙 잘 해주시고 딴 데 가면 안된다는 말씀을 지나가듯 하셨던 게 기억나서 조심스럽게 여쭤봤더니, 계약된 12월까지가 아니라 당연히 내년에도 딴 데 가지 말라는 말씀이셨다고 한다. 원래 통역사 자리가 없어서 나는 외부 용역업체를 끼고 있는데 이번 하반기에 회사 내에 기준도 만들 예정이고.

+ 당연해서 잊고 있던 게 문득 생각났다. 싫은 건 알아채기 쉽지만 좋은 건 그냥 당연하게 여기고 잊기 쉬우니까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예전에 직장생활 할 때 나야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회사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하면 그냥 답답하지. 회장님 먹고 사는 게 회사 존재의 이유이자 목적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이 곳은 최소한 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없는 곳이다. 국가 기관이고, 그 중에서도 존재의 이유와 역할이 매우 분명하고, 내가 있는 팀에서 하는 일도 분명한 목적과 역할이 있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 지금은 여기에 있으니 크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예전 직장에 다니던 나에게 물어보면 엄청난 장점이라고 대답할 거다. 이 곳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한 번 쓰면 계속 쓰고 싶어하는 (특별히 거슬리지 않고 일을 하니 그렇겠지만) 분위기라 '연구직으로 지원해서 우리 직원하자'는 권유도 자꾸 하신다. 처음에는 주 5일 일해야 된다는 것때문에 아예 고려 안 했는데 저 장점과 그 밖의 여러가지 장점을 생각하면... 아예 가능성을 닫아 놓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 이 곳이든 다른 곳이든 정착(계약직으로 여기 저기 다녀보는 거 말고 정직원 되는 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치 통역사로서의 꿈을 접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꼭 통역사여야 하는 이유도 없고 걍 잘 살면 되는 거니까 그게 큰 문제는 아닌데, 내가 프리랜서 통역사라는 직업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 다니는 곳에 매일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가끔 운이 좋게 프리로 나갈 때도 있고, 지금까지는 큰 실수 없이 잘 하고 왔다. 한영 시장은 특히나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워낙 많고 통역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왜 훈련받은 통역사를 써야하는지 알았다고 할 때 제일 보람있다. 그런데 사실 전문 통역사 아닌 사람이 해도 무리 없게 진행할 수 있는 시장도 꽤 있는 게 사실이다. 그와 동시에 훈련된 통역사라고 다 잘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내용의 시장도 존재한다. 내가 만일 백퍼센트 프리로 뛰는 전문 통역사가 되고 싶다면 저 '아무 통역사나 할 수 없는' 어려운 시장까지 커버할 수 있는 통역사이고 싶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언어실력과 배경지식과 훈련이 필요하겠지. 근데 그게 경험이 쌓이면서 저절로 쌓이는 걸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는 바탕이 부족해서 노력해도 너무 오래 걸리거나 아예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다른 선택은 내 분야를 찾아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xx 전문 통역사'가 되어야 하는데, 그건 그 시장에 수요가 충분히 있어야 하고, 또 전문가라는 게 금방 되는 게 아니란 말이지. 지금도 프리로 나가려면 그때마다 내 딴에는 준 전문가 수준으로 준비한다고 하는데 한 번 나갈 때마다 공부할 거랑 외울 게 너무 많다-_- 통역이 재미있기는 한데 내가 재미있어 한다고 통역이 나에게 밥을 먹여주진 않으니... 하여간 요즘 미래에 대해 생각이 많다.

+ 한국의 일반적인 남자가 젊거나 어린 여자를 보고 말하는 '예쁘다'는 기준으로 - 나는 어린 시절에는 별로 예쁘지는 않은 여자아이였는데 이십대 중후반 넘어가면서 많이 예뻐졌고, 대학원에서 머리 기르고 꾸미는 법을 덤으로 배우면서 세상에 존재한 이래 지금이 제일 예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길거리에서 돌아보면 예쁠 정도 거나 딱 봤을 때 와 예쁘다 소리가 나오는 외모는 아니고, 그냥 예쁘장하다는 소리 정도는 가끔 들을 수도 있는 정도. 몸매도 여전히 통통한 편이지만 어릴 때에 비하면 많이 호리호리 해졌고, 화장과 마찬가지로 옷입는 법을 배우면서 같은 몸매로도 예전보다 훨씬 '여자'느낌을 낸다. 근데 내 안에 나는 그대로야. 나는 내가 더벅머리일 때 남자들이 나를 어떻게 취급(?)했는지와, 같은 상황에서 외모가 한층 여성스러워진 나를 어떻게 모시는지(?)의 차이가 신기하고 재미있으면서도... 공허하다. 비슷한 예를 찾자면 마치 백화점에 츄리닝 입고 갔을 때랑 차려입고 갔을 때 직원의 대우가 달라지는 거랑 비슷하다. 씨엘의 "나쁜 기집애"에 이런 가사가 있다. "눈 웃음은 기본, 내 눈물은 무기, 콧대는 지존, I never say sorry, 가식은 기본, 내 똑똑한 머리, 내 미소는 KILLA 모두 죽이니까.." 어릴 때 들었으면 저런 기집애랑은 절대 안 놀아 생각했을 거 같은데 지금은 나도 모르게 저거다!를 외쳤다. 그래, 저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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