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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나, 그리고 그 밖의 것들, 수전 손택 리뷰 review

나, 그리고 그 밖의 것들
수잔 손택 지음, 김전유경 옮김 / 이후






수전 손택의 단편 모음집, 첫 작품 제목은 <인형>. 원제는 <I, ETCETERA>, <The Dummy>.

지금의 삶을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화자는 뭔가 조치를 취하기로 했고, 그것은 자신과 똑같은 인형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세상의 문제는 오직 두 가지 방법으로만 진정으로 해결될 수 있다. 죽거나, 복제하거나." 이 중 복제를 택한 것이다. 그 인형이 화자 대신 회사도 가고, 화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아내와 사랑을 나누고,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 언쟁도 벌인다. 그러다 어느날 인형이 미스 러브와 사랑에 빠져 일탈을 요구하고, 이전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화자는 또 다른 인형을 만들기로 한다. 그리고.. 그렇게 첫번째 인형도, 두번째 인형도, 화자도 잘 산다. 해피엔딩.

당연할 수 없는 것들을 태연하게 당연한 것처럼 서술하는데, 읽는 사람은 그 반대의 혼란이 온다. 사람과 똑같이 보이고 작동하는 로봇 제작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 보다, 지금 당연한 것들은 과연 당연한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 주에 다섯번 회사를 가고, 저녁엔 아이들을 돌보고,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을 방문하는 인형. 첫 출근날에는 원래 자신보다 담배를 좀 적게 핀다 싶어 걱정하다가, 오후 회의부터 줄담배를 피우며 피로에 눈물까지 보이는 인형을 보면서 "대체 나는 얼마나 힘들게 살아온 것인지!"를 깨닫는 화자.

첫 작품이고 아주 짧은데 이 작품이 제일 인상 깊었다. 내용은 급진적이거나 터무니없으면서 문체는 아주 태연스러운 부조화의 매력이 도드라지는 단편. 현대의 월급쟁이를 향한 조롱 혹은 응원.


※ 나머지 작품은 단편이라기 보다 에세이에 가까운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섞인 경우도 있고(어느 서평에서는 그래서 <중국 여행 프로젝트>의 경우 왜 이 단편집에 실렸는지 모르겠다는 경우도 있었음), 시간이나 관점이 마구 뒤섞여 정신줄 놓치기 쉬운 경우도 있고, 상징성 강한 인물을 자주 언급하는데 나한테 와닿질 않으니 다 이해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박식한 사람이 읽으면 더 재미있겠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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