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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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동생 생각 thoughts

+ 동생이랑 엄마랑 놀러간다길래 일단 나도!!를 외치고 휴가를 알아봤다. 그렇게 껴서 간 포항 여행.

+ 태풍이 올라온대서 걱정했는데 웬걸, 놀러가라고 신이 점지해준 것 같은 날씨였다. 올 해 첫 가을하늘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높고 파란 하늘에 장롱에 있던 구름을 있는대로 다 꺼내 우리 보라고 널어놓은 것 같았다!

+ 자발적 일벌레인 동생이 먼저 엄마랑 여행을 제안했다니 웬일인가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시나, 독일에서 일년 지내면서 삶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번에 매우 놀라운 곳(긍정적인 의미로!)으로 발령이 나서 급하게 서울로 올라왔는데, 그 쪽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쌓여있는 휴가를 써서 일주일을 통으로 비웠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삼분의 일은 여자친구와, 삼분의 이는 가족과 보내는 일주일짜리 휴가. 워커홀릭 내 동생이!

+ 엄마가 '남동쪽에 안 가봐서 포항에 가보고 싶어'라고 '어디'를 분명히 명시하는 의사표시를 하신 게 그렇게 좋았다고 했다. 회사에서 나오는 숙박권으로 갈 수 있는 곳이 많은데 포항은 거기에 포함이 안 되어서 숙소를 따로 잡아야 하는데도 그게 그렇게 좋았다고 했다. 착한 놈.

+ 펜션은 이번엔 나쁘지 않게 보냈으나 다시 찾거나 추천을 하지는 않을 듯 하다. 또렷한 장점은 훌륭한 오션뷰와 생생한 파도 소리. 사진에서 본 대로 직사각형 사면 중 두 면이 바다가 내려다보였는데 창문이 얼룩덜룩했다. 방에 있던 자쿠지는 이용 시간 제한이 있고 관리실과 연락을 해야 물을 받을 수 있어서 어버버버 하다가 이용 못했다. 방에 있을 건 다 있었는데 청소상태가 애매하게 아쉬워서 - 먼지, 거미줄 - 하룻밤에 남의 돈 십만원을 받으려면 이보다는 청소에 신경써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외에는 태풍 때문에 바다가 잘 갈아 엎어져서 물 색에 흙빛이 많이 돌아서 파란 바다를 못 본 게 좀 아쉬웠고, 엄마가 호미곶에 가고 싶어 하셨는데 한 시간이 넘는 거리라 이동시간이 길었다. 동선을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아래쪽에 있는 곳으로 잡았을 것 같다.

+ 호미곶은 가보니 별 거 없었지만 가는 길이 참 예뻤다. 이번 여행의 반은 서울에서 내려가는 길과 호미곶 가는 길의 경치가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 첫날 저녁은 동생이 스무살 때 TV에서 본 이후로 계속 로망으로 품고 있던 대게회를 먹었다. 대게도 고를 겸 수족관으로 직행하더니 대게 다리 껍질을 벗기고 물에 담가 살이 꽃피게(?)하는 과정을 보고 와서는 십년동안 궁금했던 걸 푼 것만으로도 싱글싱글. 원래 물회 안 좋아한다는데 여기 물회는 맛있다고 놀라서 싱글싱글.

+ 다음날 점심은 녹두장군님네서 본 '물곰탕'을 먹으려 가려다가 이것저것 드시고 싶다는 엄마의 제안으로 일식집 '아카사카'로 향했다. 검색하다 보니 포항은 일식집이 찾기 힘든데 그 이유가 수산물 시장과 횟집이 많기 때문에 일식집에 갈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말을 봤다. 뭔가 말이 돼...! 호미곶에 가는 길에 먼저 들러서 식당에 11시쯤 도착했는데 그러길 잘했다. 12시 전에 다 먹고 나오는데 이미 방이 다 차있었다. 그리고 메뉴! 원래 탕을 시키려고 했는데 탕이 다 안된다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태풍 때문에 고기를 못 잡아서. 그러니까 생물만 써서 태풍 온 후에는 탕을 할 수가 없다는 거였다 우와. 점심특선 모밀 하나, 우동 하나, 그리고 특 물회를 시켰는데 다 괜찮았다. 특히 특 물회를 시킨 건 엄마의 선택에 박수를. 포항식 물회는 원래 육수를 붓는 게 아니라 고추장에 비벼먹는 거라는데 정말 고추장 단지만 내왔고, '특'이라서 전복 해삼 등 채썬 해물이 많이 들어있었다. 츄릅. 또 먹고 싶네.

+ "나 지금 모시는 분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는데 논리는 무논리를 못 이겨. 그게 이해가 돼. 여친이 뭐 설명하면서 설득하려고 하면 안 듣는데 아 몰라 오빠 그냥 한 번만 해 줘 그러면 방법이 없더라고." -_-ㅋ

+ 동생은 언제부턴가 아빠가 차를 바꾸실 때마다 대화를 많이 했다. 그렇게 산 차 중 하나는 동생이 아빠한테 사서 일년동안 몰다가 독일에 가면서 팔았다. 아빠가 최근에 차를 바꾸셨을 때는 마음에 두고 계시던 차가 있었는데 동생 때문에 방향을 아주 크게 바꾸셨다. 크고 좋아보이는 편안한 차에서 그보다 작고 운전하는 재미가 있는 차로. 아빠가 그 차를 몇 달 몰아보시고 동생에게 "젊은 애들이 왜 이런 차를 좋아하는지 알겠다."고 하셨다고 말하는 동생 목소리에 흥이 가득했다. "아빠가 지금 나이에 그렇게 새로운 재미를 느끼시는 일이 얼마나 자주 있겠어." 여자한테 반하는 법이 없어서 사랑을 모른다고 놀리곤 했는데 사랑하는 법은 얘한테 배워야할 것 같다.

+ 근데 그래서 그런가 아빠 젊으실 땐 딸기도 직접 배달하셨을 정도로(딸기는 브레이크만 세게 밟아도 뭉개지는 섬세한 과일) 부드러운 운전 실력을 자랑하셨는데 이제 본인이 재미있게 운전하심_orz 수술 후에 차타면 배 아플 때 아빠 차는 안 아플 줄 알았다가 깜짝 놀랐는데 네 이놈 동생의 계략이어따....

+ 동생에 비하면 나는 시야가 좁고 나밖에 모르는 내가 전부인 사람이다. 평소엔 잘 느끼지 못하고 사는데 가끔 동생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어김없이 그렇다.

+ 즐거웠다. 또 가면 또 따라가야지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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