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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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오나다 단상 일상 everyday

어제 오랜만에 늦게까지 놀고 들어와서 그런가 세시쯤 누웠는데 열두시까지 쿨쿨 잤다 하하하. 오랜만의 아브라소 때문에 어깨 근처에 살짝 느껴지는 근육통도 기분 좋고, 잘 자서 상쾌하다.

할머니랑 점심을 먹고 운동을 갔다가, 오랜만에 여유부리며 해도 되는 일을 하러 센터 근처 까페에 갔다. 혼자 가는 까페는 거의 이대 앞인데 오랜만에 신촌에 나온지라 새로운 곳을 찾아볼까 하다가 결론은 스타벅스. 늘 중간은 하고 어느 지점에 가도 적당히 낯설고 적당히 익숙한 스타벅스. 연대 정문 앞 스벅 아이스 커피 좋았다.

사실 코너 좋은 자리에 있던 스벅이 있던 걸 기억해서 이쪽으로 온 건데 예전에 스벅이 있던 자리엔 맥도날드가 들어 섰고, 스벅은 옆옆 건물 2, 3층으로 쫓겨나(?) 있었다. 그리고 근처에 버거킹까지 생겼다. 뭐지, 신촌 패스트푸드 수요가 늘기라도 했나. 공휴일이라 나와있는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빈 자리가 없어서 나갈 뻔 하다가 친절한 커플이 일어나는 타이밍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가 자리가 없어서 나가는 풍경이 반복되었다. 이 지점은 특이하게 건물 양면이 창문이고 양쪽이 다 밝아서 화면에 빛 반사가 없게 노트북 방향 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 눈부신 밝음이 싫진 않았다.

어제 오나다는 뭔가 좀 낯설었고, 거기 있는 나도 좀 낯설었다.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언제든 가면 반가운 얼굴이 여럿 있는 곳을 가졌다는 것은 복이라는 생각을 했다.

마주칠까봐 걱정한 사람은 오지 않았다. 다행이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다.

헝얏이 왔다. 익숙한 아줌마 웃음소리(ㅋㅋ)가 들려서 엇 이건 헝얏 웃음소리인데? 하고 생각했는데 정말 헝얏이 와 있었다. 헝얏과의 대화는 지금의 내 상태를 살피는 좋은 지표다. 지쳐 보이고 졸려 보였지만 지난 번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좋아 보였다.

헝얏이랑 추는데 첫 곡 반쯤까지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스텝과 동작이 아주 조심조심하고 작아서 왜그러나 궁금해서 눈을 떠보니 플로어에 사람이 꽉 차 있었고 앞 뒤 커플과 간격이 매우 좁았다. 이런 상황에서 플로어에 당신과 나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단 말이지. 이 아저씨 프로는 프로야.

보기 싫은 사람도 있었다. 외투에 폭 싸여 얼굴을 감추듯 앉아있는 모습, 부츠를 신고 춤을 추는 모습을 지켜봤다. 인사는 하지 않았다. 싫어한다는 건 확실히 무관심보다 많은 애정을 쏟는 일인가 보다. 어제 제일 많이 관찰한 사람이 이 사람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우습네.

사적으로 공적으로 자주 연락하는 편이지만 얼굴을 자주 보지는 못하는 언니도 왔다. 언니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해줬다. 그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이 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 나를 좋아하는 남자, 둘 다랑 아낌없이 자라. 아하 그렇구나. 이 언니 말에 다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더, 이 언니랑의 교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새 드레스, 새 머리, 새 신발, 새 화장에 안 마시던 웰치스를 시켰던 것처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노력 중 하나로.

볼 때마다 나까지 행복해지는 커플도 왔다. 결혼생활 초기 제일 어려운 일이 언니네 고양이가 오빠랑 친해지지 못해 하악질하는 거였다는 이 커플. 탱고에서 누굴 만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거의 유일한 커플.

마주칠 때마다 오랜만인 것 같은데 아무리 오랜만에 봐도 어색하지 않은 자매도 왔다. 모든 젊음이 아름다운 건 맞는데 그 중에서도 특별히 빛나는 젊음이 있는 것 같다. 반짝반짝.

불미스러운-_-일로 인사하기 애매해진 커플도 왔다. 옆에서 누가 요즘 가끔 오나다에 나타난다고 귀뜸해줬다. 여자분은 내 얼굴을 모르는 것 같기 때문에 (올 초에 확실히 모른다는 걸 알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아직도 모르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남자분이랑 나랑만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걸 알았을 것 같다. 저쪽은 날 못 알아보거나 신경쓰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 일 이후로 워크샵이나 밀롱가에서 여러번 마주쳤으니 특별히 불편할 건 없다. 그런데 어제의 그 오묘한 분위기, 어딘지 좀 낯설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오랜만에 도착한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공간에, 티끌만큼 불편한 사람도 있다는 게 왠지 적절하게 느껴졌다.

이제 정말 두 딴다 연속으로 추는 건 힘이 들어 줍니다.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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