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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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아빠들, 소중하고 행복한, 가만한 당신, 따뜻하게 잘 지내세요 일상 everyday

+ 요즘 제일 좋아하는 취미는 누워서 멍때리기. 틈만 나면 침대에 누워 시계 초침 움직이는 걸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물론 틈이 잘 나지 않아 슬픔. 당장 꿈이 뭐냐고 물으면 지금의 취미가 특기 되는 거라고 하고 싶다.

+ 호주에 있을 때 퍼스에서 만난 한국계 입양아 친구가 가족을 만나러 한국에 왔다. 센터에서 지원해주는 통역사가 있기는 한데 시간 제한도 있고 학생들 자봉/알바 형태 같아서 나도 친구도 볼 겸 시간이 나는대로 가고 있다. 나는 초기에 편지 번역을 해서 배경도 알고 당사자와 친하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더 편하게 생각하고, 감정이 격해지기 쉬운 상태인 당사자를 달래는 것도 잘 하는 사람인데 우연히 통역사이기까지 한 거라 내가 있으면 서로 오래 궁금했던 민감한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다. 양 언어 숙달 수준이 높은 데서 오는 장점도 당연히 있고. 친구는 센터에서 보내준 사람이 있을 때와 많이 다르다고 고마워했다. 센터에서는 통역의 질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겠지만 당사자는 크게 느끼는 차이일텐데 나는 이런 차이를 만드는 일이 참 보람차다.

+ 친구의 가족은 대가족이었는데 구성원이 다 따뜻하고 친절한 가운데 아버지만 선의의 센스꽝 아무말러였다. 아빠들은 왜 이렇게 비슷하지. 처음 친구네 가족을 보고 온 날 밤, 나도 아빠가 많이 보고 싶었다.

+ 타인의 극적인 순간을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건 소중한 경험이라는 걸 자주 느끼고 있다.

+ 일이년 사이 가까운 사람 몇몇의 큰 비밀을 지키게 되었다. 처음엔 좀 신경쓰였는데 이제 별스럽지 않다. 아끼는 사람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서, 안아줄 수 있어서, 친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어서, 행복하다.

+ 라자냐 만들려고 그라탕기도 샀고 레시피도 모았으니 이제 치즈만 주문하면 된다. 그냥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살까 싶기도 하고. 일단 레시피는 프님의 [라자냐는 하루 묵히면 더 맛있다]와 콜린님의 [주키니 생소세지 라자냐]를 보고 있다. 요 레시피 찾다가 우연히 얻어 걸린 보너스는 수지키스님의 [홈메이드 칠리].

+ 국산 브라우니 믹스 두 가지 구워봤는데 백설은 훌륭했고 큐원은 구렸다. 백설 참 잘했어요 짝짝짝.

+ 보일러를 고쳤다. 무슨 펌프와 무슨 벨브를 교체했고 십육만원이 나왔다. 주인집과 상의 후 AS를 불렀는데 처음부터 두말않고 비용을 내주겠다 하셨다. 오랜만에 비가 온다길래 고친 보일러를 틀어놓고 기다리는데 비는 안 오고 집안에 온기가 가득찼다. 뜨끈한 공기 속에서 <가만한 당신>을 읽었다. 책을 열자마자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이 세상에 잘 살려고 왔지 오래 살려고 온 게 아니야." 순간 아빠가 말을 걸어 온 것만 같았다.

+ AS 비용은 내가 카드로 계산하고 주인집에서 나중에 입금을 해주셨는데 입금 확인을 하면서 이런 메세지를 보내셨다. "내일부터 추워진다는데 오늘 고쳐서 다행이네요. 따뜻하게 잘 지내세요."

+ 수퍼제니 리뷰 영상도 아직 못 찍었는데 미국에서 들어오는 친구가 필요한 거 없냐길래 페미사이클을 주문해버렸다 으아.

+ 나라가 망해가는데 나는 내 친구, 우리 가족, 내 일상에 취해 화도 나지 않는다.


덧글

  • 쿠루미 2016/11/08 13:06 # 답글

    주인집ㅋ 따뜻한 분이시네요:) 왠지 추워지는 날씨에 어울리는 훈훈한 에피소드들이네요
  • 우람이 2016/12/14 22:07 #

    그쵸... 이제 보일러도 잘 돌아가요 :)
  • 2016/11/09 09: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12/14 22:0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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