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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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속초 리뷰 review

+ 엄마, 동생, 올케랑 속초. 지난번보다 날씨가 쨍하고 좋아서 늦여름을 만끽하고 왔다. 운전하느라 안경 계속 쓰고 다녔더니 코에 안경 자국 모양으로 탔다 으허...

+ 올케 너무 귀엽다... 얘를 내가 안 좋아하면 어쩌지, 하는 고민은 이제 안 한다. 그런 생각이 아예 안 든다.

+ 운전은 갈 땐 나, 가서는 강원도 안에서는 엄마, 올 때는 동생이 했다. 올케가 나랑 엄마가 운전할 땐 콜콜 자고 동생이 운전하면 멀미하고 속 안 좋아져서 약 먹고 그랬다. 귀여웡... 오는 길에는 5중 추돌사고 현장을 지나와서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안전운전 합시다..

+ 속초에 가는 길에 춘천에서 닭갈비 먹고 남이섬에 들렀다. 남이섬 정말 돈을 갈퀴로 긁어 모으고 있더라. 그 돈이 누구에게 가는지를 생각하면 절대 가고 싶지 않지만 엄마가 가보고 싶었다고 하시면 두말 않고 가는 거다. 흙을 밟고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다음에는 섬에서 일박 하고 싶다고 하셨다. 음, 사회적 정의보다 사적인 개인의 선호를 우선할 때가 있는데 가족에게 그런 거 같다. 남양 불매 얘기 할 때도 유제품 좋아하시는 엄마가 '근데 시골 수퍼에는 남양밖에 없어...' 하셔서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말았다. 불매하지 않는 사람에게 죄책감을 강요할 일은 아니니까.

+ 이번 여행 동선은 춘천 산더덕숯불닭갈비 - 남이섬 - 속초 숙소 - 외웅치항 횟집 - 삼척 환선굴 - 삼척 레일바이크 - 속초 중앙시장 닭강정과 새우튀김 - 속초 이모네 생선찜 - 용산역 캘리포니아 피자키친.

+ 닭강정 먹으면서 동생 내외가 자기들은 둘 다 양념을 좋아해서 치킨 시킬 때 반반 시키지 않고 항상 양념 시킬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귀여워...

+ 숙소 지하 오락실에 펌프가 있었는데 요즘 둘이 펌프 삼매경이라며 열심히 뛰는데 되게 좋아보였다. 동생은 실제로 펌프 때문에 살도 좀 빠진 거 같다는데 평소에 몸을 전혀 안 쓰는 애라 말이 되는 것도 같고.

+ 레일바이크 탈 때 앞자리에서 아빠다리 하고 앉아있는 꼬맹이들이 제일 부러웠음.

+ 속초에서 삼척 가는 길에 고속도로 잘못 진입해서 한시간 반 거리를 두 시간 반 걸려서 갔다. 영동고속도로 무써운 곳...

+ 둘째 날 자면서 오른쪽 위 송곳니가 빠지는 꿈을 꿨다. 아무 생각없이 아침에 말했는데 엄마가 그런 얘기를 왜 하냐고 했다. 엄마는 또래에 비해 미신 안 믿는 편이지만 사람 혈액형 따지는 거랑 이런 불길한 꿈 신경쓰는 거 별로다. 하지만 나도 잘한 건 없는 것이 엄마가 그런 분인 걸 알면 한 번 더 생각하고 말을 안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무 생각없이 입밖으로 냈으니까. 그 때 말 안하고 넘겼으면 지금까지 기억하지도 않았을텐데.

+ 엄마 너무 좋은 사람이지만 같이 지내면 거슬리는 습관 몇 개가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시원하게 잘 자는데 나 추울까봐 새벽에 보일러 트셔서 땀 뻘뻘 흘리다가 악몽 꿨고, 사용하던 젓가락으로 반찬을 다독거린다던가, 마시던 커피를 이리저리 합해서 새로운 한잔을 만들어 낸다던가... 싫다ㅠㅠ 담에 올케 없을 때 말해야지.

+ 엄마 덕분에 내가 생각하는 커피 같이 마시는 법의 기준을 알았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두 잔 사다가 넷이 한 입씩 마시는 건 빨대를 공유해도 괜찮은데 (물론 공유 안 하는 게 더 좋음), 사놓고 이삼십분 이상 지난 커피를 섞어서 (식은 아메리카노 + 얼음, 식은 아메리카노 + 아이스아메리카노 등) 새로 한 잔을 만드는 건 안 된다. 엄마한테 설명할 때 왜 이건 되고 저건 안 되냐고 하실까봐 고민하다가 생각해냄.

+ 엄마를 위해 <힘 빼기의 기술>을, 동생을 위해 <구두 손질의 노하우>를 가져갔는데 엄마는 새벽에 깨서 둘 다 재밌게 읽으셨고 동생은 처음엔 환호하고 결국 한 장도 들춰보지 못했다 ㅎㅎ 뭐 예상은 했음 ㅎㅎㅎ 엄마는 <힘 빼기의 기술>에 나온 남미 여행기가 아주 인상 깊으셨는지 다음 여행은 이과수 폭포다!를 외치셨고 브라질 출장 다녀오면서 남미라면 학을 뗀 동생의 얼굴이 하얘졌다 하하하. <구두 손질의 노하우>는 내가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샀다고 했더니 엄마는 다 아는 내용이라 더 재미있었다고 하셨다.

+ 목요일 아침에 용산역에서 엄마 픽업해서 토요일 밤에 용산역에서 저녁 먹고 쇼핑하고 빠이빠이 했으니 만 3일을 엄마와 같이 있었다. 사실 토요일엔 서울 도착하면 바로 기차 태워드리고 이른 오전이면 집에 올 줄 알았는데 엄마가 우리와 더 있고 싶어하시는 게 느껴져서 저녁 먹고 늦게 들어갈 생각을 했다. 효도 여행은 고행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불편한 것 거의 없이 즐거웠다. 다음날 열 시에 일어나서 밥 먹고 저녁 6시까지 잔 걸 보면 쉽지만은 않았던 거 같지만 ㅎㅎ

+ 엄마 좋은 사람이고, 엄마 건강 걱정할 거 없고, 동생이랑 친하고, 올케랑 안 불편하고, 우리 넷 다 사이 좋다. 복 받았네.

+ 출발 전에 공동 경비 모아서 쓸까 했더니 엄마가 이번엔 다 책임지신다고 해서 정말 거의 다 엄마 카드로 해결했다. 지난번엔 친척들 사이에 껴서 간 거라 조용히 먹고 쉬었고, 이번엔 엄마 덕에 돈 쓴 게 거의 없다. 아빠 계실 땐 각자 독립 엄청 강조했는데 이제 우리 넷이 운명 공동체인 느낌이라 누가 내도 결국 한 집 살림같은 느낌이 있다. 물론 전적으로 그렇진 않겠지만. 당장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지 않은 것도 좋았지만 아직 원하시는대로 해드리는 게 크게 걱정되지 않아서 그게 참 좋았다.

+ 이번 여행의 다운 사이드는 나랑 엄마가 모자를 잃어버렸다는 것, 속초와 삼척이 생각보다 멀어서 이동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다는 것 정도다. 속초에는 관광지랄만한 곳이 없어서 다른 강원도 관광지에 가려면 차를 오래 타야한다. 나는 그냥 회 먹고 숙소에서 낮잠자고 수영장 들어갔다가 오락실 갔다가 띵가띵가 놀다 오기만 해도 좋을 거 같은데 엄마는 그래도 애들하고 어디 다녀왔다, 를 원하신 거 같다. 다음 번엔 그 둘을 잘 섞자고 건의해 봐야지.

산더덕숯불닭갈비. 너무 맛있어서 폭풍 칭찬을 들음! 막국수도 굿.
근데 양이 넘 많다. 다음엔 넷이 가면 꼭 삼인분만 시키는 걸로.
볶음밥을 못 먹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꼭 한 번 잡솨봐!
숙소인 롯데리조트 바로 아래 외웅치항.
광어, 전복치, 도다리세꼬시 해서 탕 안 먹고 십만원.
비단멍게랑 성게 약간 서비스로 주셨고.
지난번엔 B동으로 갔는데 이번엔 A동 키작은여사장(태산호횟집).
탕을 안 먹어서 회 양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매우 만족!
삼척 레일 바이크.
숙소에서 밤바람 보면서 몽이랑 통화함. 로맨틱한 녀석..
드디어 먹었다 이모네 생선찜...!
삼고초려가 아깝지 않은 맛 +_+)=b
힘 빼기의 기술은 올케가 보고 싶던 책이래서 다 읽고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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