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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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주-대전-영주-풍기-서울 리뷰 review

광주 출장. 금요일 오전 일이라 목요일 밤에만 도착하면 되는데 송정역시장에서 놀고 싶어서 굳이 목요일 오전 기차를 탔다. 지난 번 방문 때 영명국밥이 정말 맛있었지만 트친님이 옆집 현대국밥도 좋대서 이번엔 거기로 갔는데 역시 좋았다. 그런데 이번엔 모듬이 아닌 암뽕국밥을 먹고 반해버린지라 또 가게 되면 영명국밥에서 암뽕국밥을 먹을 것이다...!

현대국밥의 암뽕국밥

이번에는 시간이 넉넉하니 송정역 시장을 꼼꼼히 둘러봤다. 역서사소에서 사투리 엽서 몇 장 사고, 양장점에 가서 상담도 하고, 또아식빵에서 초코식빵도 사먹고, 서봄사진관에서 흑백사진도 찍었다.
역서사소, 서봄 사진관


사진은 지금 내 평소 모습이 궁금해서 찍어보기로 했다. 저 의자에 앉으세요, 웃으세요, 정면, 오른쪽, 왼쪽, 이정도만 주문하고 총 30~50장 정도 찍은 후 10장 정도 셀렉해서 보여주고, 그 중에 두어장 추천하고, 내가 최종 선택한 사진을 포토샵 손질 없이 바로 흑백으로 인쇄해주는데 오천원. 헤어 메이크업을 받고 찍는 프로필 촬영을 해봐서 S컷을 향한 포토그래퍼님의 집념을 아는데 여기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고, 남이 만들어준 모습도 없다. 그래서 최소한의 주문을 듣고 내가 반응하는 모습을 관찰한 셈이 되었다.

지금 나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자세, 태도, 분위기가 궁금했는데 그게 정말 잘 드러났다. 나는 처음 정면샷에서 손을 얌전히 가운데에 모았고 오른쪽, 왼쪽으로 돌아 앉을 때도 그 손을 유지했다. 평소 어깨와 등이 앞으로 약간 쏟아지는 자세가 나오는 것 같아서 의식적으로 허리를 펴보기도 했다.

최종 고른 샷은 촬영 초기에 찍은 정면샷이었다. 약간 쑥쓰러워하는 표정, 아직 완전히 못 웃고 있는 입꼬리, 앞으로 살짝 기울인 상체, 사장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신경쓰인다고 생각하는 눈빛. 선크림만 바른 얼굴, 청바지에 줄무늬 반팔 티셔츠, 검은색 운동화. 사진을 고르면서야 내가 촬영 내내 묶인 사람처럼 앉아있었다는 게 보였다. 손을 자유롭게 움직여도 되고, 꼭 얌전히 앉아있지 않아도 되고, 재미있는 표정을 지어도 되는데 열 장의 사진 속의 나는 하나같이 증명사진 찍는 사람처럼 앉아있었다. 이력서 사진에나 어울릴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나쁘진 않지만 썩 마음에 들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싫어할 수도 없는 내 사진을 한 장 받아들고 나오면서 이 사진관에 다시 오게 되면 그때는 손도, 얼굴도, 몸도 더 자유로워진 모습을 남기겠다고 어금니를 앙 물고 다짐했다.


슬프게도 목요일 저녁식사는 밤에 도착하신 파트너 선생님과 의미없는 설렁탕을 먹었다. 진짜 슬펐따....


금요일 일은... 이게 이렇게 빡쎌 일이 아니었는데... 듣도보도 못한 기상천외한 세팅과 자료의 90%는 현장에서 초면으로 만나게 된... 정말 기억에 남을 행사였다. 시간이 계속 오버되어서 표를 두 번이나 취소하고 겨우 대전행 고속버스를 탔다.

충대앞 시루향기


9시가 다 되어서 유성터미널에 도착해서 오나다로 가는데 택시 타기도 안 타기도 애매한 거리라 그냥 터덜터덜 걸었더니 지난 번 대전 출장 때 맛있게 먹었던 얼큰칼국수를 파는 족발집도 지나고, 그 때 묵었던 온천 호텔도 지났다. 오나다 큰길 건너편에 지난번에 가본 콩나물국밥집이 있길래 일단 들어가서 그날의 첫끼를 해결. 돼지 국밥 먹다가 콩나물 국밥 먹으니까 코카콜라 마시다가 제로콜라 마시는 느낌이었달까...?

고속버스 타러 가면서 엄마랑 통화하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늘 잘 먹고 아플 때도 잘 먹는 사람인데 통역 있는 날은 밥을 잘 안 먹는다. 나랑 자주 일을 같이 하는 파트너 언니들은 아침도 잘 먹고 오고, 싸온 간식을 부스에서 냠냠 잘 먹고, 점심도 잘 챙겨 먹는다. 근데 나는 일할 때 긴장을 안 하거나 안 해 보이는 타입이고, 언니들은 일할 때 긴장도 많이 하고 그걸 우리끼리는 못 숨기는 타입. 그래서 일할 때 제일 여유있어 보이는 내가 끝날 때까지 음식을 거의 못 먹는 걸 언니들이 엄청 신기해한다 ㅎㅎㅎ 나도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안 먹힘 (..)

대전 오나다


기대 없이 간 대전 오나다의 센트레 밀롱가에서 다섯 명의 안 춰본 땅게로랑 췄다. 이런 일은 페스티벌 때도 잘 없는데 운이 좋았다. 그리고 대전 방문의 진짜 목적인 얼굴은 처음 보지만 초면은 아닌 랜선 언니♡랑 뒷풀이의 정석 태평소국밥에서 사시미랑 소머리수육이랑 국밥이랑 다 먹었다. 여기 아마 대전 남친이랑 헤어진 후 처음이었지.. 수육은 처음 먹어봤는데 짱 맛있어서 왜 여태 안 먹은 건가 후회스러웠다.
태평소국밥 육사시미
소머리수육
집 술....

언니네 집에 와서 딸기.. 술..... 저 중에 내가 해운대인가를 마셨는데 망고링고 향이 나서 좋아했고 자꾸 눈이 감겼는데 그래서 언니가 방으로 쫓아낸 거 같은데... 게스트룸 있는 집 로망이 있는데 이 집에 그게 있었다. 공간이 분리되고 침대가 있는 게스트룸. 나도 갖고 싶다......
둔산동 CHAUD 1186


느즈막히 일어나서 브런치 먹으러 갔는데 마음에 쏙 들어서 깜놀! 하 진짜 이렇게 내 스타일인 브런치는 망원동에서도 못 찾았는데 여기 있었네. 통조림이나 냉동 식재료 거의 안 쓴 거 같고, 귀찮을텐데 구운 야채 다양하게 들어가고, 다 맛있었다. 알던 데는 아니고 인터넷으로 찾아서 간 데라 큰 기대를 안해서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어디로 갈지 검색하면서 예전에 음식은 그냥 그렇지만 공간이 좋았던 대전 브런치 카페가 있었는데 생각이 안나서 머리를 싸매고 끙끙댔는데 마침 누가 내 예전 트윗에 하트를 찍어서 다음날 알았다! 근데 알고보니 천안에 있는 곳이었다-.- 이름은 '이상'. 탁 트인 2층 복층 형태인데 공간이 참 좋았던 곳으로 기억.

그런데 다들 고속버스 앱 두 종류인 거 알고 있었어요? 나는 '고속버스 모바일'만 있었는데 '시외버스 모바일' 앱이 따로 있더라고요. 고속버스 모바일에는 대전에서 바로 경북 영주로 가는 버스가 없었는데 시외버스 모바일에 있어서 표를 끊고 온천하러 간 친구들과 합류하러 출발. 3시간이 걸리는 버스와 4시간이 걸리는 버스가 있었는데 3시간 짜리를 탔다. 중간에 안동을 경유했고 두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영주 무선마을

진짜 별 거 없는데 진짜 좋았던 무선마을. 애들이랑 산책 좀 하다가, 저 외나무 다리 건너고 놀다가, 자전거 타다가 하다보니 해가 졌다.

영주 동궁, 능이토렴(능이버섯 전골)
송이돌솥밥, 능이돌솥밥


저녁은 친구가 찾아둔 곳에서 먹었다. 엄청 맛있는 맛이라고 하기는 애매한데 여기 또 오면 다시 오고 싶을 것 같은 맛. 쓰고 보니 엄청 맛있지 않았다고 하기도 애매하네. 맛있었다.

저녁 먹고 편의점 털어 들어가서 고디바와 수미칩과 칼몬드와 각종 안주에 샴페인을 마셨다. 한 병 다 마시고 맥주도 꺼냈다. 숙소는 풍기온천리조트였는데 추운 날이라 그랬는지 바닥에서 올라오는 온기가 너무너무 좋았다. 보통 온돌방 바닥에서 열기 올라오는 거 안 좋아하는데 온기가 뭉근하면서 강력한 느낌이었는데... 여튼 달랐다. 리모델링 잘 해놔서 방 구조도 좋았고, 수건만 마음에 안 들었다. 다음에 오면 수건은 꼭 따로 챙겨올 듯.

아침에 일어나서 온천에 가서 한시간 사십분(..)이나 있었다. 그리고 점심 먹으러 출발.

이게 동동주더라 막걸리더라.. 호박 뭐라고 하셨는데..
하튼 무채랑 먹어도 맛있고 더덕이랑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고..
다 맛있음 ㅜㅜ 특히 참나물 부침개 짱맛 ㅜㅜ
밥도 다 바로 지어 주심 ㅜㅜ 산 중턱에 있는 죽령 주막


다들 배고픈 상태로 너무 맛있게 먹은 점심, 죽령 주막. 알록달록 등산복 입으신 어르신 단체도 있었는데 그 어르신들 마음이 막 이 해가 되는 그런 맛이었다... 산 타고 이거 먹으면 진짜 짱일 것 같아... 내가 운전 안 하는 건 참 좋은 거구나 내가 전통주를 세 잔이나 마시다니... 더덕무침, 말린 가지 나물, 말린 호박 나물, 말린 새송이 간장 절임, 고추 부각, 꼬들빼기, 명이나물, 도토리묵, 옛날 스타일 짭짤한 된장, 참나물지지미, 솥밥...


풍기 동양대 근처 카페 밍글


원래 밥먹고 부석사에 가고 싶었는데 시간도 애매하고 커피가 간절해서 카페를 찾아 갔다. 일요일이라 문을 열었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북적북적. 예쁜 곳이었다. 우노가 있어서 했는데 한 장 남았을 때 우노를 외치지 않아 졌다 (..)

영주 출발/풍기 경유/서울행 고속버스를 탈 때 경유지는 '풍기IC시외터미널'을 검색해야 나옵니다. 그냥 '풍기시외버스터미널'을 검색하면 다 쓰러져가는 작은 정류장이 나오니 유의.

차를 가지고 왔던 친구는 부산 쪽에 살아서 나와 다른 친구를 버스에 태워주고 혼자 운전해서 돌아갔다. 이 친구가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덕분에 따라온 건데 앞으로도 잘 따라다녀야겠다. 출장은 핑계일 뿐 봄날을 누비며 참 잘 논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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