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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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식구 일상 everyday

매년 오유월에 하루를 잡아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기독공원묘원에 다녀 온다. 올 해는 올케 출산일이 얼마 안 남아서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 다녀왔다. 우리는 셋 다 같은 공간에 잇는 타인을 배려하는데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사람들인데 올케 없이 우리끼리 모이니 오랜만에 걱정할 게 없는 느낌의 편안함을 즐겼다. 원래 점심으로 파주에서 장어나 오리구이를 먹는데 이번에는 우리 동네 망원당에서 카이센동을 먹고, 묘원에 갔다가, 파주 지혜의 숲에 들렀다. 활자인쇄박물관에 가서 셋 다 신이 났고, 지혜의 숲에 왜 책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고, 안쪽 서점도 한참 둘러보고 엄마 책을 한 권 샀다. 할머니댁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면서 빵도 한 무더기 사갔다. 엄마가 우리집에서 자도 되냐고 물으셨는데 나는 친구가 오기로 해서 (우리집은 2주 전에는 예약해야 돼 엄마~ ㅎㅎ) 비어있는 동생네 집에서 주무셨다. 올케도 동생도 올케 친정에 가서 자느라 집이 비어있었고 엄마는 처음엔 혼자인데 괜찮을까 망설이시다가 나중에는 '혼자 있어도 하나도 안 무섭고 좋드만'이라고 메세지를 보내오셨다. 모든 게 좋은 하루였다.

안쪽의 서점을 둘러보며 엄마에게 <죽여 마땅한 사람들>,<랩 걸>, <화재의 색>을 권하면서 한 권 고르시라고 했는데 근처에 계시던 엄마 나이대쯤 되시는 어떤 분이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면서 완전 자연스럽게 “요즘 어떤 책이 재밌어요?” 하고 물어오셨다. 근데 내가 나도 모르게ㅋㅋ "문학이요, 비문학이요?" 하고 자연스럽게 응대(?)했다ㅋ 엄마랑 같이 있던 쪽에 김훈 작품이 많아서 "아유 이쪽은 남자 얘기가 많네요. 우리는 아무래도 여자 얘기가 재밌겠죠?"라고 말하면서 "단편 좋아하시면 젊은작가상 수상집이 좋더라구요."로 시작해봤다. 반응이 없는 것 같아서 <눈먼자들의 도시>가 보이길래 "이건 좀 으스스하긴 한데 재미있어요. 인류가 갑자기 눈이 머는 얘기에요." "아유 난 무서운 건 못 읽어요." "그럼 비문학은 어떠세요? 여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이 책 저희 엄마가 최근에 재미있게 읽으셨어요." "그래요?" (책을 집는다). 엄마가 손에 들고 있으시던 <랩걸>과 정세랑 작가 소설, 그리고 몇 권을 더 챙기시더니 다시 자연스럽게 우리와 멀어져서 의자에 앉아 그 책들을 들춰보시는 것까지 보고 엄마랑 동생이랑 나왔는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동생이 누나가 전혀 직원처럼 보이지 않는데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오신 게 신기했다고 했다. 직원에게 묻는 말투도 아니었고. 엄마는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데 고르기 어려우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우리가 이야기하는 거 듣고 물어온 거잖아." 하셨다. 난 내가 "문학이요, 비문학이요?"라고 대답한 게 곱씹을 수록 재미있다 ㅎㅎ 

엄마가 결국 고르신 책은 <가재가 노래하는 곳>.



엄마도 너무 즐거워하셨고 우리도 재미있었다!
다음엔 체험활동 시간에 맞춰서 다시 와보고 싶다.
엄마는 우리와 따로라도 꼭 다시 오실 기세;;
손이 닿지 않는 책은 죽은 책이고
인테리어 소품일 뿐이지 뭐. 공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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