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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서호주에서 네 밤 리뷰 review

+ 서호주 퍼스에 있는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 네 밤.

+ 에어아시아는 처음이라 긴장했는데 기내 반입 수화물 제한이 7kg라는 것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탈만했다. 매 비행마다 미리 주문해둔 식사도 먹을만 했고. 하지만 7kg 제한은 나같은 맥시멀리스트에게 매우 곤란한 거여서 짐을 부치려면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는 게 총액이 더 저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여튼 오후 4시 인천 출발 -쿠알라룸푸르 경유 2시간 대기, 쿠알라룸프르-퍼스 새벽 6시 도착은 괜찮은 스케줄이었다.

+ 12년만의 퍼스는 여전히 오후 3시면 모든 커피숍이 문을 닫는 곳이었다. 친구네 집은 도시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교외 주거지역 중 가장 시내와 가까운 동네인데도.


+ 다시 오고 싶고, 다시 올 거니까 이번에 하고 싶은 걸 다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더 느긋하게 흘렀다. 하고 싶은 게 별로 없기도 했다 허허허. 윈스톤 발만 만지다 와도 좋았을 그런 여행이었다. 몸을 만지는 건 좋아하지만 발을 만지는 건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한참 참아주는 다정한 고양이 윈스톤..


+ 짧지만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원래 서울 도착할 때 쯤 시작할 예정이던 생리놈 도적같이 찾아오기 있기없긔 (심한 욕)(험한 말) 생리컵을 챙겨오긴 했으니 일단 다행. 아까 마트에서 생리컵 파는지 둘러봤는데 없었고, 친구에게 확인하니 인터넷으로만 살 수 있다고. 친구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라이너라며 이걸 사라고 해서 사봤는데 두 겹이라 위에 한 겹을 떼어낼 수 있는 구조였다. 매우 신기.


+ 실내 비치발리볼장에 따라갔다가 크게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좋은 실내 스포츠가 있었다니! 볼링처럼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인데 바닥이 모래고 사면이 네트라 진입장벽이 낮고 성별 관계 없이 팀을 짠다. 기본 팀원 4명, 최소 2명. 성별이 관계 없다는 게 신기했는데 경기하는 거 보니까 그럴만 하더라. 잘하는 사람이 잘하지 힘 센 사람이 잘하지 않음. 한국에 수입하고 싶다. 남녀노소가 함께, 안전하게, 유산소 운동이 충분히 되게, 정기적으로 또는 비정기적으로 즐길 수 있는 진짜 좋은 운동이었음.


+ 친구가 추천해준 호주 작가 Helen Garner.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인데 페미니즘적인 시각을 떠나(!) 사건의 원인이 된 배경을 파헤치느라 페미니즘 진영에서 비난을 받기도 하는 작가라고.


+ 팟캐스트 추천도 주고 받았다. 내가<Criminal>을 추천하면서 호주 사람이 하는 팟캐스트 알려달라고 했더니 <Casefile>과 <Loose Units>을 알려주었다. <Serial>에서 만든 <S Town>도 추천해줘서 요즘 듣고 있는데 과연 최고다!


+ 카푸치노 자주 마셨다. 주문하면 Cup or mug? 라고 묻는다. 나는 늘 cup이면 충분.


+ 12년 전에 살았던 동네에 들렀는데 너무나 그대로인 것과 전혀 새로운 것이 마구 섞여있었다. 백팩커스는 신기하게도 아직까지 운영중이었는데 전처럼 언제나 문이 열려있지 않고 번호키와 안내문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직도 운영중이라는 걸 안 것만으로도 고마워.


+ 대자연에 갈 시간은 없었고 동네 늪지 공원(?)에 잠깐 다녀왔다. 그래도 스케일이... ㄷㄷㄷ


+ 친구가 변호사라 이런저런 신기한 이야기도 몇 가지 들었다. 그 중 되게 어이 없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레즈비언 커플이 남사친에게 정자를 기부받아 아이를 가졌는데 조건이 아버지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대충 잘 지내다가 커플이 뉴질랜드로 이사를 가려고 하자 남자가 반대했고 소송까지 가서 처음엔 남자가 이기고, 항소해서 커플이 이기고, 대법원에서 남자가 이겼다고. 정자도 로봇이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친구 커플이 둘 다 먹을 거에 별로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 특별히 먹으러 돌아다니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열심히 챙겨먹기는 했다. 빅 브레키 스타일의 아점을 몇 번 먹었고, 주말에 마켓에서 이것저것 사먹기도 하고, 태국 음식을 테이크아웃 해서 집에서 옥수수를 구워서 같이 먹었고, 꼭 가고 싶던 피쉬앤칩스 집도 갔다.


+ 근데 난 왜 피쉬앤칩스 집에서 구운 생선을 시켰을까? 역시 튀긴 게 맛있어서 친구 껄 많이 뺏어먹었다 -ㅅ-

+ 도착하자마자 거실 테이블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초콜렛 무더기 ㅋㅋㅋ 원래 나 갈 때 싸주려고 했다는데 있는 동안 다 먹어서 새로 사줬다... ㅋㅋㅋ Pods 트윅스맛 너는 러브 ♥


+ “내 이름은 Winston Bogwee. 자네 내일이면 태평양 건너로 돌아간다길래 인사차 한 번 올라와 봤네. 내가 앞발 만지게 해줬다는 거 소문내고 다니지는 말게.” 세상에서 제일 스윗한 고양이 ㅜㅜ


+ 윈스톤이 나의 동네 친구에게 엽서를 보내고 싶어해서 내가 대필했고, 윈스톤은 나까지 한국인 친구가 셋 생겼다. 다음엔 츄르 사올게!


+ 여행은 관광객이 되어 새로운 지역을 훑거나 한 지역에 머물면서 별일 없이 한동안 살아보는 두 가지 형태만 알았는데, 친구가 사는 곳을 잠시 방문해서 길지 않은 기간동안 적지 않은만큼 더 친해지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을 배웠다. 별 일은 없었고, 대화를 많이 했고, 보고 싶은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생겼다. 2019년의 한 가운데.

+  “Maybe you had to leave in order to miss a place; maybe you had to travel to figure out how beloved your starting point was.” - Jodi Picoult
사실 나는 첫 문장이면 충분하다. 집을 그리워하기 위해 잠시 떠나 있는 것,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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