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on the flo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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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우선순위를 뒤섞는 시간 일상 everyday

+ 지금 집에 묵고 있는 친구는 미국인인데 미국에서 페이스북 메세지로 대화할 때도 글로 쓰지 않고 녹음해서 보내더니 여기 와서도 그러네. 매번 재생하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서 좀 거슬린다. 보이스 메세지는 한 번 듣고 나면 수명이 끝인 느낌인데 정말 이게 더 편리해서 쓰는 건가? 신기하다.

+ 얘가 집에 있는 시간 포함해서 와이파이가 잡힐 때마다 애인에게 수시로 보이스 메세지를 남기고 밤이면 한 시간은 기본으로 통화하는데 애인 있어서 좋겠다가 아니라 그럴 에너지가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연애가 에너지와 시간을 얼마나 소모 혹은 낭비하는 일인지.. 휴... 아니야 그만큼 좋으니까 하는 거겠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 탭 수업 사람이 부족해서 이번달까지만 한다고 한다. 탭이 재미있는 거 40%, 올째 친구들이랑 일주일에 한 번 어울리는 즐거움 30%, 단테오빠 얼굴 보는 재미 30%이었어서 다른 탭 수업을 들으러 다닐 것 같지는 않고, 그래서 더 서운하다.

+ 탭 수업 전에 사당역의 '동장군 친구들'이라는 곳에서 떡볶이, 튀김, 팥죽, 팥빙수를 먹었다. 팥빙수가 진짜 맛있었다! 먹으며 한 친구가 혼자 여행가는 거 해보고 싶은데 못해봤고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길래 내가 경험한 이야기를 했다. 사실 혼자 여행을 가면 돌아 다니면서 막 신나거나 즐거운 느낌은 별로 없다. 그런데 다녀오고 나면 묘하게 그 고독하고 나른했던 시간이 계속 생각난다. 그리고 지금의 삶에서 분리되어 인생의 우선순위가 뒤죽박죽되는 경험을 하면 일상을 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진다. 난 아직도 가끔 싱가폴의 거대한 식물원에서 길을 잃는 꿈을 꾼다. 크리스마스를 남자친구와 같이 보내고 싶지 않아서 땡처리 티켓을 잡아 일주일 남짓 일정으로 혼자 훌쩍 떠났는데 도착해보니 게스트하우스에 숙박객이 나 혼자였다. 거대한 국립 식물원에 간 날, 그 안에 유명한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고 나와 더 둘러보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고 그대로 길을 잃었다. 출구는 못찾겠고, 날은 어두워지고, 폐장 시간은 다가오는 절박함 끝에 빗속을 걷고 걸어 후문을 나와 겨우 버스에 올랐고, 그 버스가 오전에만 해도 낯설었던 빌딩숲에 들어섰을 때 어찌나 반갑던지. 수명을 다 했으나 인정하지 못하고 있던 남친과의 관계, 인생 최대의 난관같았던 대학원 졸업시험, 십년 넘게 미뤄지고만 있던 낡은 집의 재개발, 늙어서 치매 걸리면 어쩌지 하는 일상의 걱정은 저 아래로 밀려났고, 당장 여기를 어떻게 빠져나가지, 숙소 주변에 식당 대부분이 문을 닫은 것 같은데 뭘 먹지, 할 것도 없는데 비행기 날짜 당길까, 여기 왜 아무도 없지 혹시 이상한 덴가, 싱가폴 처음인데 그래도 유명한 관광지 한 군데는 들러야하나, 이렇게 당장을 살고 살아남는 법이 제일 중요한 일이었다. 인생의 우선순위를 이렇게 한 번씩 크게 헤집는 경험은 반복적인 일상을 살면서 좁아진 시야를 넓혀주는 것 같다. 다니는 동안 재미있는 경험은 아니더라도 다녀와서 생각하면 그 경험을 한 내가 그렇지 않았을 때의 나보다 마음에 드는 그런 느낌. 그 친구가 가까운 곳이라도 혼자 여행하고 와서 감상을 나눌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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