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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혼자서 완전하게 by 이숙명 리뷰 review

+ 재미있어 보여서 장바구니에 넣어뒀다가 계속 우선순위에 밀려서 안 샀는데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읽고 나니 주문해서 엄마 읽으시라고 드려야겠다. 다 읽자마자 주변에 추천도 많이 했다. 사야겠다고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작가님의 수입에 보탬이 되고 싶음. 읽다보면 그런 마음이 든다 ㅎㅎ

+ 내가 남의 일기 같은 에세이를 워낙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책은 누가 읽어도 좋아할 것 같다. 비혼인의 글을 꽤 찾아 읽은 편이라 어쩌다 왜 비혼인 상태인지를 소개하는 앞부분은 평이하다면 평이했는데 뒤로 갈 수록 점점 더 좋아져서 더 좋았다.

+ 여행에 대한 생각이 참 비슷했는데 (한마디로 여행은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다) 차이가 있다면 요즘의 나는 여행을 잘 안 다니고 작가님은 열심히 다니신다는 것.

+ 남이 결혼식 참석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난 이십대 때부터 결혼식을 거의 다니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그랬던 이유는 시간과 돈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남의 결혼식에서 나의 시간과 비용을 보상할만할 의미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생각을 정리해서 결론을 내린 것은 비교적 최근인 삼십대 중반인데, 가지 않기로 했다면 그에 대해서 미안해하지 않기로, 그리고 나중에 만났을 때 축하한다는 말을 진심으로 건네기로 했다. 가고 싶은 결혼식이면 멀어도 가고, 식에 가지 않고 축의금만 보내는 경우는 최소화했다. 나는 이렇게 본능이 먼저 하고 있던 걸 나중에 머리로 정리했는데, 작가님은 초반에는 열과 성의를 다해 남의 결혼식에 참석하시다가 어느날 생각을 정리하고 그 때부터 안 가신다고 한다. 그 과정이 잘 설명되어 있다.

+ 책이 재미있고 좋았다고 트위터에 썼더니 아는 언니가 자기가 아는 언니이고 실제로도 쿨시크하고 멋진 분이라며 함께 놀러가자고 했다. 책에는 서촌에 살고 계신 걸로 나와있는데 지금은 해외에 계시다고 거기로 가자고... 와웅 가요 언니 갑시다.



+ 우리가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 나는 가족과 나의 기대가 상충할 때, 정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궁극적으로는 나의 행복을 지지할 거라는 믿음으로 최대한 이기적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 뜨개질에 대한 애정은 언젠가 '보다 쓸모 있는 걸 만들어보자'며 스웨터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뒤로 미지근하게 식어버렸다. 역시 쓸모가 취미를 망친다.

+ 독서나 여행이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백날 책 읽고 여행 다녀도 멍청하고 이기적인 사람은 언제까지나 멍청하고 이기적이다.

+ 그것들을 볼 때마다 부채감에 사로잡혀 생각한다. 역시 책은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선물하는 것이라고.

+ 나는 인간이 아무런 목적 없이 행하는 고차원적 활동에 쉽게 감동한다. 업무를 완수하는 데 필요한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추구한다거나 보상 없는 정의를 실천하는 식의 태도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을 입증하는 방식이라 믿는다.

+ "이 아가씨는 혼자 다니기 아깝다." 남자의 말은 두 가지 이유로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첫째는, 여자는 외모나 성적 매력이 최우선이고 남자에게는 그것을 평가할 자격이 있으며 그 채점 결과를 공표하는 것이 농담거리라고 생각하는 낡은 매너와 성 관념이다. (중략) 또 다른 분노 지점은 일정한 나이대의 여자라면 연애 중이거나 결혼해서 남성과 짝을 이루는 것이 정상이며 그렇지 못하면 무능한 것이라는 선입견이다. 혼자 다니기 아깝다는 게 대체 무슨 소린가? 세상에 누군가와 같이 다니기 아까운 여자는 있어도 혼자 다니기 아까운 여자는 없다.

+ 나는 그제야 여행의 의미를 깨달았다. 하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해서 불평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나는 여전히 여행의 많은 부분이 귀찮고 괴롭다.

+ 내게 지성이 의미하는 바는 '안전'이다. 야만, 폭력, 차별을 옹호하기 위해 공들여 연구하고 논리를 만들어내고 책을 쓰는 사람들도 물론 있기야 하겠으나 몹시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다. 대개의 책들은 작게는 저자 자신의 내면부터 크게는 인류 보편의 문제를 숙고한 흔적을 담고 있으며, 책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설득하고 그럼으로써 이해받기 위한, 가장 적극적이고 험난한 형태의 구애행위다. 그것을 집어 드는 순간 독자 역시 타인의 경험과 사고를 기꺼이 수용할 만한 관대함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경찰과 군인이 많은 도시보다 도서관과 서점이 많은 도시가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

+ "정말 축하해. 그런데 나 결혼식 끊었어."

+ 그런데도 나는 오랫동안 결혼식에 열심히 다녔다. 당연히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 당연히 그래야 될 것 같은 일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으로 회의해야 할 일이란 걸 그때는 몰랐다.

덧글

  • 이요 2019/09/08 22:03 # 답글

    밑줄긋기들이 다 좋네요.
  • 우람이 2019/09/09 23:22 #

    더 옮겨적고 싶은 부분 많았는데 참았어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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