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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나는 나를 사랑한다 by 이숙명 리뷰 review

+ <혼자서 완전하게>의 작가.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스트. 아는 언니의 아는 언니. 제목 보고 '이렇게 당연한 말을 제목으로 쓰실 스타일이 아닌데...'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제목이 의미하려던 뜻에 생략된 말이 있다. 아마 전달하고 싶었던 의미는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다' 였을 듯. 제목이랑 표지가 너무 뽀송뽀송해서 웬일인가 했는데 역시 로맨스 얘기 좀 하다가 뒤로 갈 수록 가족이라는 종교(딸이 더 이상 스무살이 아님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보톡스 넣으라고 쫓아다니는 엄마 거부하기), 유교적 가부장제 비판, 생활동반자법, 가스라이팅, 한남 분석, 피해자 탓하기 문화까지 아우르는 페미니즘 매운맛이다ㅋㅋㅋㅋㅋㅋ 이숙명 작가님 너무 좋아 ㅋㅋㅋㅋ

+ 나는 지난 번 책이 더 좋았다. 이 책은 아마 작가가 안정적인 연애 중이기 때문에 나온 책인 것 같은데 이전 책은 로맨스 없는 삶의 완결성이 주제였기 때문에 나에게 더 가까워서. 작가님도 외국에 살고 남친이 유럽인이니 적당한 로맨스 획득의 가능성이 높어진 거지 한국이었으면 그랬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했을 거다. 작가님이 현재 좋은 파트너를 만나 만족스러운 로맨스가 진행중인 것은 축하하는데 그럼 이 책을 이 땅에 내시는 게 좀!! 미안하지는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은 있다 ㅎㅎ 어차피 복불복인 일이고 복권 당첨만큼 가능성이 낮은 일이라고 규정하기는 하셨지만서도..

+ 책 마지막에 "사주를 이유로 아들과의 교제를 반대한 먼 옛날 남자 친구의 어머니께 감사한다"며 "그때 나는 어리고 멍청했기 때문에 내버려 뒀으면 그와 결혼해서 애 낳고 살림하느라 지금껏 내가 경험한 세상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통쾌한 '감사 인사'가 나오는데, 음.. 작가님 같은 분이라면 당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때 원한 것인 결혼을 쟁취한 후 그 안에서 원하는 것을 성찰하고, 타협하고, 성취해가는 삶에 대한 상상력을 허용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혼 후 더 재미있게 살았을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예전에 선택하지 않은 삶을 매도할 필요는 없다는 것. 아쉬워할 필요도 없지만.

+ 그래도 제목이 잉 스러웠는데도 사기를 잘 한 것 같고, 나온지 얼마 안 되어서 2쇄를 찍은 것을 보고 마음이 좋았다!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이 여럿 떠올랐는데 그 중 한 명에게 줘야지. 

+ 전통적이고 낭만적인 로맨스는 페미니즘과 양립할 수 있는가?

+ 자존감이라는 게 원래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 아닌가. 사랑과 배려를 받으면 높아졌다가 실패를 거듭하면 낮아지기도 한다.

+ 더 사랑하고 더 표현한다는 건 상처를 모르거나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상처에 더 강한 쪽이 할 수 있는 배려라고도 생각한다.

+ 아름답고 성공한 도시 여자들이 성을 즐기면서 인생을 자축하는 이미지는 도달하기도 힘들 뿐더러 여자들의 구조적 불행을 가리거나 심지어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 애초부터 이 문제의 원인은 사랑하는 사람끼리도 불평등한 위계 관계를 맺도록 강요하는 이 사회에 있지 파트너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낮추지 않는 여자들에게 있는 게 아니다. 남자라고 해서 항상 여자보다 옳을 수도, 잘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사회가 남자들에게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들과 짝을 지어 살아야 하는 여자들이라도 알려주어야 한다.

+ 나는 더 이상 남자 기 살려 주기 따위에 나의 사회성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 남자 친구는 사업이 자리를 잡자마자 내게 결혼을 하자고 했는데, 대체 왜 결혼 따위를 하고 싶냐, 동거와 결혼이 다를 게 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부모나 형제들한테 물려줘야 할 까봐."

+ 만약 내 친구, 내자식, 내 애인이 이런 상황이면 나는 어떻게 할까를 기준으로 나 자신을 대하는 거야. 가장 사랑하는 타인처럼.

+ 남의 집 귀한 딸에게 귀남이 노릇하다가 번번이 차인 아들은 평행 어머니에게 빌붙어 가사 노동을 요구하고, 딸은 뒤늦게 억울해서 어머니와 연을 끊는 상황이 상상되었기 때문이다. 왜 여자들이 잘못 키운 탓만 하냐, 남자들은 뭐 했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의 수혜자에게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바로잡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남자들이 가부장제를 버리는 건 여자들이 모두 그 잔치판을 떠나서 설거지거리만 남은 후의 일일 것이다.

+ 자신이 인식하든 못하든 개인주의와 페미니즘을 호흡하며 자란 데다 체제란 영구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아는 요즘 여자들에겐 연애 상대의 귀남이 스러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의 이름과 직함 대신 누구의 아내, 며느리, 어머니라 불리는 것이 세계관과 정체성을 뒤흔드는 충격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랑이란 배부른 소리일 뿐이다.

+ 친절하게 굴면 관심 있는 줄 알고 팬티 바람으로 덤비고, 단호하게 말하면 분해서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들에게 대체 어떻게 거절을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난단 말인가.


덧글

  • 이요 2021/08/22 21:40 # 답글

    밑줄긋기 맨 마지막줄 1000% 공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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